허달용, 휘황찬란한 먹빛으로 일궈낸 실존
허달용, 휘황찬란한 먹빛으로 일궈낸 실존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0.3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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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갤러리 11월 8일~ 14일
▲ 숲 27X35cm 한지에 수묵채색 2012

진한 먹빛이 매우 힘차게 화면을 휘젓는 듯 용트림을 한다. 때로는 100년 넘은 소나무인듯 빈가슴을 채우기 위해 하늘을 나는 상상 속의 비조(飛鳥)인듯 그의 평소 성품이 드러나 보인다.

그런가하면 수많은 까마귀 떼가 전신주 사이의 전깃줄에 앉아있다가 막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듯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을 이루고 때로는 숲 속에 바라보는 처연한 달빛은 사뭇 애닯다.

허달용에게 먹은 수많은 색갈보다 더 빛나다. 가장 원색적인 먹빛이 휘황찬란할 정도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전통 수묵화의 수지법(樹枝法)을 구사하는 데 있어 아무런 곤란을 느껴본 적이 없는 작가라 생각된다.

서문을 쓴 배종민 문학박사(미술사)는 "그의 그림은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핑계로 나무가 진저리치며 몸에 붙은 잡스런 것들을 털어내려는 몸부림 같다"면서 "나무는 스스로 바람이 되어서라도 제 줄기가 꺾이고 찢길지라도 제 몸을 흔들어서 잡념을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화실이 아닌 미술을 통해 광주의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열정적인 거리의 운동가였다는 평가다. 이번에 갖는 여섯번째 개인전에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그의 실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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