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부터 놓여나기
휴대폰으로부터 놓여나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2.10.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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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뉴요커라는 잡지 표지에 어느 가족사진이 실렸는데 흥미 있는 것은 가족들이 모두 카메라의 렌즈를 보고 가족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바로 오늘의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혼식장이든, 국회의사당이든, 전철이든, 어디서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즐긴다. 스마트폰은 말이 폰이지 사실상 컴퓨터요, 게임기요, 네비게이션이요, 또 그 밖의 심심풀이 물건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한다.

참으로 스마트폰은 현대 첨단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백설공주의 계모가 아침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던 수정구슬이 바로 요즘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된 셈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대고 무엇이든 묻고 본다. 식당, 날씨, 뉴스, 자료, 싸이의 말춤 같은 잡다한 것들을 들여다보려고 스마트폰을 꺼내 손가락 터치한다.

언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앞으로 모든 정보는 손끝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그 말대로 되었다. 나는 딱히 이런 스마트폰에 대해서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 스마트폰을 놓고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는 현대문명의 위엄이라고 찬탄하는 쪽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고 그것으로부터 분리되지 못하는 생활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소회다. 잠시도 홀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없이 오직 그 기기에 의존해서 사는 경박한 삶에 경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분명 스마트폰을 필수기기로 사용함으로써 일상생활이 개변되는 데 대하여는 장점이 허다하다. 허나 그 이면에는 장점 못지않게 그늘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날로 사람들의 삶이 각박해져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한 데 스마트폰에 비추이는 가상현실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태를 스마트폰은 더욱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멀리 소식을 주고받고 검색한다고 해서 세상이 뭐 달라질 것은 없다.

되레 염려스러운 것은 이대로 가다간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들이며, 가을날의 낙엽 진 길, 여름날의 푸른 바다조차도 스마트폰으로 보고 즐기지나 않을까 싶어진다. 아침에 깨어나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스마트폰이고, 저녁 잠자리 머리맡에 간수하는 것이 스마트폰이 되어버린 이 현실은 암만해도 기이한 일이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사람이 스마트폰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부나비 신세 아닌가.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해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새로 구입하느라고 물경 12조원에 달하는 돈을 쓴다니 과연 이 나라는 스마트폰 천국이라 할만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항용 그렇듯이 너무 그것에만 매달리는 생활이 된다면 재고해볼만 하다. 나는 근 한 달째 아예 휴대폰 없이 지내고 있다. 휴대폰 없이 사는 것이 어떤지 실험해보는 중이다.

처음엔 꽤 불편했지만 그 ‘거미줄’에서 놓여나는 해방감도 없지 않다. 일주일에 하루쯤 휴대폰 없는 날로 정해서 지내볼 참이다. 휴대폰 바깥에서는 한창 붉게 물든 가을낙엽이 꽃보다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다. 휴대폰은 집에 두고 내장산 가을여행이나 며칠 갈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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