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38 - 산솜방망이
들꽃이야기 38 - 산솜방망이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10.19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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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27.3cm x 40.9cm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바람결이 조금은 선선하게 달라진 것 같아 지리산에 들렀다. 중턱을 넘어 땀을 식히려 쉴 참에 몇 해 전엔가 보았던 산솜방망이를 만났다. 그 때 처음 보았을 적엔 참 인상 깊고 신비로웠었다. 설상화(舌狀花)가 뒤로 젖혀진듯하고 아래로 달려있는 모습만 보면 꽃이 피는 것인지 지는 것인지 헷갈리는 모양새 때문이다.

꽃 이름에 붙은 방망이가 생뚱맞게도 지난 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러했겠지만 나의 어머니는 다듬이 방망이질을 유난히도 잘 하셨다. 화성(和聲)이 뭔지 배운 적도 없는 분이 어쩜 그리도 리드미컬한지 그 어떤 드러머 못지않았다.

큰 이불보라도 손질 할 때면 큰누나하고 두드리는 다듬이 병악소리가 깊은 가을밤으로 더욱 빠져들게 했다. 모녀는 마주 앉아 오르내리는 방망이 사이로 별의 별 이야기를 건네며 정겨움을 나누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의 여성들에게 가중된 가사노동으로서 또 하나의 애환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듬이 소리는 우주 공간에 영원히 머물면서 우리에게 애틋한 추억으로 다가오고 있다.

알고 보면 산솜방망이는 깊은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흰 솜털과 관모(冠毛)가 풀 전체에 가득하여 ‘솜방망이’가 되었을 테니 방망이와는 성질이 다르다. 통속적으로 부르는 세네시오(senecio)는 세넥스(senex)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노인’이란 뜻이다. 서양인들은 가늘고 하얀 털을 보고 노인을 생각 했던 모양이다. 지방에 따라서 산구설초(山狗舌草), 두메솜방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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