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우리 뉴스 추락 이어 이제 파멸하고 있다”
MBC 기자들 “우리 뉴스 추락 이어 이제 파멸하고 있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0.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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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 “박근혜 악재 축소…여당돌격대 전락”…보도국장 “공정보도 위해 최선”

MBC가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잇따른 파행을 겪더니 급기야 대선정국의 뉴스까지 편향적 보도를 일삼아 기자 내부에서조차 탄식이 나오고 있는 등 불공정 보도의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최근 MBC의 대선후보 검증을 비롯해 여론조사 보도 등 대선뉴스의 불공정 수준이 도를 넘어 '파멸'로 치닫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MBC 내부 기자들의 탄식이 터져나오고  김재철 사장 체재 아래 대선 보도가 여당 편향적 보도와 야당 후보에 대해서는 왜곡되는 보도를 일삼고 있는 등 내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MBC 기자회는 18일 ‘사상 최악의 선거보도, 파멸하는 뉴스’라는 제목의 기자회비대위특보 16호를 통해 “대선을 앞둔 MBC의 편파, 왜곡보도 방식은 일관되고 노골적이다”라며 기자회가 모니터한 ‘2012 대선 불공정 보도 일지’를 공개했다.

MBC 기자회는 특보를 통해 “1987년 공영방송 체제 이후 역사상 가장 편파적이고 수준 낮은 선거보도가 <뉴스데스크>의 이름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며 “지난 20여 년동안 많은 MBC기자들이 쌓아 올린 선거 보도의 수준과 공정성은 일순간에 군사독재 시절의 그것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뉴스데스크는 김재철, 이진숙을 방어하는 사적 도구로 전락했고, 일부 기자들은 그 친위대 역할을 사양하지 않았다"면서 그 지목된 친위대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앞으로 비대위특보를 통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고 밝혔다.

MBC 기자들이 뽑은 대표적 불공정 보도는 ‘대선 후보 검증 보도’와 ‘여론조사 결과 보도’이다. 여기에 비대위특보는 3개면에 걸쳐 정수장학회 사건보도는 노골적 왜곡으로 김재철 방어에 뉴스가 동원되고, 무식하고 용감한 NLL논란보도는 MBC뉴스가 여당돌격대로 전락했고, 여론조사 보도까지 들쭉날쭉 마음대로 보도하는 등 뉴스파괴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MBC 기자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하다 싶은 기사는 철저히 누락, 축소되고 안철수 등 야당 후보에 대한 의혹은 지체없이 부풀렸고 기본적인 사실마저 왜곡했다”고 강조했다. 

MBC 기자회는 특히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안철수 후보 불출마 종용 사건에 대한 KBS, SBS 보도를 들어 “정 전 위원이 주장한 뇌물·여자관계 의혹은 교묘하게 부각하고, 정 전 위원의 주장이 거짓말로 탄로난 것은 문 후보 소식 끝에 한 문장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KBS는 택시 운행정보와 사무실 CCTV 물증을 통해 정 전 위원의 거짓말을 입증했고, SBS는 택시기사의 음성을 내보냈다.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이라고 자랑한 ‘안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도 불공정 보도로 뽑혔다. 이 보도는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어떠한 중앙 언론사도 이 의혹을 추가 보도하지 않았다. MBC 기자회는 “담당 기자는 안 후보측 반론 취재를 오후 6시 30분에야 시작했고, 8시 45분경 전달 받은 입장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반론권을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MBC 정치부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끌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까지 교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 기자회는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처음으로 1등을 한 직후 여론조사 기관이 코리아리서치에서 한국리서치로 바뀌었다”며 “여론의 추이가 초미의 관심사인 대선을 100일 앞두고 조사기관을 갑자기 바꾼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MBC정치부가 8월26일까지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왔지만 9월 10일 조사부터는 한국리서치로 바귀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거방송기획단에서는 지금도 코리아리서치와 함께 지지율 추이를 추적하고 있는데 반해 정치부가 별도로 기관을 선정해 여론조사를 벌이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MBC 기자회는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톱 뉴스로 방송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 논란 보도’는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만한 황당한 왜곡보도”라고 규정했다. MBC 기자회는 “5년전 당시 모든 언론에 공개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발언 영상을 마치 숨겨진 비사를 발굴 보도한 것 처럼 흥분해 과대 포장했다”며 왜곡 보도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MBC는 한겨레가 단독보도한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에 대해서는 MBC 경영진의 입장을 그대로 기사로 풀어냈다.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MBC는 반사회적인 범죄인 도청 의혹에 엄정대응하고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한겨레) 기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했다.

이에 대해 MBC 기자회는 “이쯤 되면 객관성을 유지한 ‘뉴스’가 아니라 김재철 선전 도구”라며 “사고(事告)쯤으로 처리될 내용이 당당하게 메인 뉴스의 리포트라는 탈을 쓰고 사고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불공정 보도를 하는 일부 기자들에게 "죄악의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날마다 시청자에게 죄 짓고 있고 한국언론사에 더러운 얼룩을 남기고 있다"고 자괴감을 나타내면서 “지금 시청자들에게 죄를 짓게 되면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다. 영혼과 양심을 간직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MBC기자회는 지난 1월에도 “지난 1년, MBC 뉴스는 4.27 재보궐 선거 편파,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 축소, KBS 도청 의혹 보도통제,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10.26 재보선 불공정, 한미 FTA 반대 집회 누락과 편파, 미국 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그리고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 논란 외면까지, 숱한 이슈를 다룰 때마다 일관되게 비정상적인 길을 걸었다”면서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 추락하는 처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황용구 MBC 보도국장은 "어떤 사안이든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며 "MBC 뉴스는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공정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보도국장은 이어 “노조나 미디어오늘이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7일 논평을 내고 “MBC <뉴스데스크>가 악의적 편파 왜곡보도의 극을 달렸다”고 비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C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영토주권 포기인 양 왜곡해 신 북풍몰이에 나선 여당의 흑색선전을 증폭·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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