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가르치면 왜 안될까
한자를 가르치면 왜 안될까
  • 문틈 시인
  • 승인 2012.08.30 12:2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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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은행에 가서 돈을 찾기 위해 한자로 금액을 써서 출금직원에게 제출했더니 다시 한글로 써달라고 했다. 즉, ‘貳拾萬’원의 한자를 은행직원이 못 알아보았던 것이다. 결국 나는 한글로 ‘이십만원’이라고 써서 넘겨주었다.

나는 예전부터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는데 실태가 이 정도라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한자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이유를 교육당국은 열 가지도 넘게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를 나는 스무 가지도 넘게 댈 수 있다.

산, 강, 학교, 시장, 우체국 … 뭐, 이런 것들까지 한자로 쓰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글자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가 낳은 저 유명한 사과나무밭의 화가 고 오지호(吳之湖) 화백은 “한자어를 한자로 쓰지 않고 한글로 쓰면 그 단어의 의미는 사라지고 소리만 남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지지한다.

한자로 쓰면 금방 그 의미를 알아볼 터인데 한글로 쓰여 있으면 머리가 깜빡깜빡 잠시 머뭇거리며 한자로 바꾸어 그 의미를 더듬거리는 일이 흔하다. 특히, 사람의 이름은 한자로 기억하고 있으면 오래 기억되는데 한글로는 쉬 잊혀진다. 유독 나만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시대에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지 증명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한자를 컴퓨터로 칠 양이면 키보드를 번거롭게 조작해야 한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한글은 흡사 컴퓨터에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글자처럼 초성, 중성, 종성 입력하기가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글이 다른 글자보다 더 우수하다, 혹은 한문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까지 논리가 나간다면 그것은 무지한 소치가 아닐까싶다. 그런 컴퓨터로 쓰기에 불편한 문자를 가지고도 노벨문학상을 몇 번씩이나 수상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글사전에 나온 단어의 70퍼센트가 한자어에서 온 것이라는 둥, 한국 고전의 대부분이 한문으로 쓰여 있다는 둥 해서 필히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한자를 가르치자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전문가들이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이 한자를 배우면 언어의 조형능력이 배가 되고, 의미의 압축, 이미지의 생성에 유용한 점이 많다. 이것 때문에 한자공부를 시키자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언어가 문화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본다면 光化門으로 쓰면 ‘빛이 되는 문’이라는 의미가 함께 떠오르는데, 한글로 광화문이라고 하면 그냥 ‘광, 화, 문’이라는 소리만 남을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한글로 광화문이라고 쓴다면 아무렇게나 그냥 1008문이라고 쓴다 한들 달라질 것이 없다. 아무런 의미가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한자어에는 앞서 말한 대로 그 단어의 의미와 이미지가 소리에 함께 떠오른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한글로만 쓰기를 고집한다면 문자생활에 2퍼센트 부족한 안타까움이 있다. 모든 문자를 한글로 쓰다 못해 기존의 한자어를 억지로 한글화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자를 꼭 중국문자라고 배타적으로 볼 것은 아닌 듯하다. 일본은 한자를 그들 나라 문자의 일부로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학교에서 국한문 병용 가르치기로 어서 마음을 바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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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전용주장한 인간들은 매국노 2023-09-17 13:02:50
    한자는 뜻+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뜻을 모르고 음만 사용하는 한글.
    한글이랑 일본 히라가나랑 무슨 차이가 있나요?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과학분야에서만 무려 29명이 탄생했습니다.
    어릴때 부터 자연히 한자를 접하면서 일상에서 사용하다 보니까 단어에 대한 이해력이 우리보다 훨씬 빠릅니다.

    우리는 뜻도 없는 소리글자를 가지고 공부시키니 실력이 떨어질 수 밖에 ...
    일본 노벨상 수상자 인터뷰에서도 한자를 통해 노벨상을 받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수한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것은 버리는 것이 취사선택이거늘 오히려 우수한것은 버리고, 안 좋은 것만 받아드리는 정책.

    결국 우민화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기 위함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한글전용주장한 인간들은 매국노 2023-09-17 12:43:06
    의사라는 한글로 써놓고 이 글자가 뭔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닥터인지, 안중근의사인지,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의사인지, 의문의 죽음의 의사인지, 실제와 비슷한 의사인지.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의사인지....17자가 의사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이걸 한자로 쓰지않고 맞추라고 하면 어떤 누가 맞출 수 있을까요?

    정말 한심한 인간들의 우민화정책...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모든 과학용어는 한자로 되어있거늘 그것을 쓰지 못하게 하는 율사출신들...

    한글전용주장한 인간들은 매국노 2023-09-17 12:35:20
    밥식(食) 한 글자로 만들 수 있는 단어가 무려 900개 넘습니다.
    밥식(食)를 쓰면 모든 국민이 먹는 것과 관련이 있구나 이해할텐데 그것을 쓰지 않게 한다는 자체는 국민이 뭔가 진실을 알지 못하게 막는 이해관계가 숨어있다고 보여집니다.

    의사라는 단어도 한자에 따라 뜻이 수십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 한자를 쓰지말라? 정말 우민화가 목적이 아니라면 도저히 율사출신들의 집합체가 그걸 주장할리 만무합니다.

    일본이 한자를 사용한다고 중국의 속국이 되었나요? 오히려 국민들에게 히라가나보다 한자를 씀으로써 더 이해가 빠르기 때문에 한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후진국인가요? 언어는 소통입니다. 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거늘...

    한글전용주장한 인간들은 매국노 2023-09-17 12:27:57
    한글전용을 주장한 인간들이 누군가 봤더니 율사출신 법무벙인이더군요. (지평, 사랑이란 법인)
    법률용어, 세무용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70% 이상이 한자에서 음을 붙인 글인데 일본은 한자의 우수성을 알기에 외래어이지만 한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한글전용을 주장한 법무법인은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등 주요요직에 있는 인간들입니다.
    자신들만 한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공부한 인간들이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식의 한글전용 주장은 국민을 우민화시키기 위한 주장이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만 한자를 알았지 일반 백성은 제대로 글을 모르다 보니까 조선왕조 500년을 자신들만 배불리 먹고 잘 살았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우물안개구리가 되어서 일제침략을 당하고, 나라를 잃었습니다.

    Ryu 2021-01-29 09:46:48
    공감도 되고 좋은 내용의 글인 것 같습니다. 한번 더 한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