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누진제에 발목잡힌 전남대병원
퇴직금 누진제에 발목잡힌 전남대병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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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누진제가 뭐길래

전남대병원 파업이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화순병원, 150억원의 정부재정특별회계자금이 얽히면서 파업사태가 꼬여가고 있다.
여천 NCC 공장이 대림측의 유화조치로 정상화 방향을 잡아가고 여타 파업참여 사업장의교섭이 진행되면서 총파업이 일단락되고 있으나 전남대병원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업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업 8일째를 맞고있는 전남대병원의 최대 선결과제는 퇴직금누진제 존폐여부.
퇴직금 누진제는 입사 5년차 직원부터 퇴직금 적립시 원래 퇴직금에 0.5의 가중치를 부여해 적립하고 이후 매년 0.1씩 가중치를 높여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지난 93년 병원이 공사로 전환되면서 이전의 퇴직금이 모두 정산되고 난 뒤 실시 됐기 때문에 실제 이 제도에 의해 적립되고 있는 누진 퇴직금의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병원"누진제 폐지없이 다른 협상 못한다"
150억 정부특별자금 지원위해 반드시 관철

노조"누진제 폐지는 구조조정 신호탄 될것"
인력충원 등 중요쟁점 논의 먼저 시작하자


병원측은 이 제도가 정부의 공공부분 개혁정책의 핵심사안인만큼 이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조측은 존치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노조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가 병원측이 구상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폐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보훈병원이나 원자력병원 등 노사가 합의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한 뒤 대학생자녀 학자금 지원제도 축소, 하계휴가, 연월차 휴가 축소 등 그동안 임단협을 통해 얻었던 성과물들이 무너졌고 아웃소싱, 성과급제, 연봉제 도입 등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며 "이 때문에 퇴직금 누진제 존폐여부는 차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다른 안건부터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이 때문에 인력충원문제 등 중요쟁점 사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퇴직금 누진제 존폐에 관한 분쟁은 비단 전남대학교병원 뿐만 아니라 전국 9개 국립대학교 병원 모두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경북대병원, 경상대병원, 강원대병원 등은 이 안건에 대한 논의는 일단 유보하기로 하고 다른 안건들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다.
반면 전남대병원을 비롯,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은 퇴직금 누진제 존폐여부를 먼저 합의하고 다른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협상이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명확히 말하자면 전남대병원의 경우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다른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측은 정부의 4대개혁 가운데 공공부분 개혁에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고 국립대 병원과 보험공단 등 일부를 제외하면 공공부분에서 이 제도가 모두 폐지된 마당에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없애고 가야할 제도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다른 국립대병원이 이 사안을 살짝 비껴가며 다른 협상안을 다루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데도 전남대병원이 이 사안 하나를 놓고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다.
전남대학교 화순병원 건립과 관련, 15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특별회계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직접적인 함수관계가 설정돼 있는 것.

화순병원은 지어야 하는데

2003년 완공예정으로 현재 30%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는 화순병원 건립은 전남대병원이 추진하고 있는 최대사업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을 짜면서 올해부터 이 자금을 전남대병원에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보통 회계연도 초에 지원되는 이 자금이 아직까지 한푼도 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재정특별회계자금 지원을 연동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전남대병원에서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남대병원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에서 교육부를 통해 각 국립대학교 병원에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될 경우 예산을 배정한다는 지침을 내렸다"며 "퇴직금 누진제는 지난 99년부터 폐지방침을 세우고 그동안 노사자율에 맡겨왔으나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아 올해 예산안과 연동시키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침은 국립대학교 병원을 대상으로 모든 지원예산을 연동시킨 것이지만 화순병원 건립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대병원의 경우 이 사안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만 셈이다.

다른 국립대병원은 전남대, 서울대 눈치

게다가 다른 지역의 국립대병원이 이 문제와 관련, 전남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해결추이에 따라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는 등 국립대병원 전체와 보건의료노조 전체의 대리전 양상까지 겹쳐 타결시점 예상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전남대병원 노사는 지난 18일 교섭을 가졌지만 퇴직금 누진제의 벽을 넘지못하고 양측의 입장만 재차 확인하는 자리로 끝나 협상 자체가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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