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파업 253일 전조합원 단식투쟁 돌입
CBS파업 253일 전조합원 단식투쟁 돌입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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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경 사장의 권력굴신과 무능경영에 맞서 253일째 무임금의 열악한 상황 속에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위원장 민경중)가 오는 18일부터 전조합원 단식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막판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CBS지부는 지난 3일 목동 본사 사옥에서 전국중앙위원회를 열고 오는 18일부터 전파 송출을 담당하고 있는 주조정실 조합원 42명을 포함한 전체 200여명의 조합원이 단식투쟁과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부는 이어 지난 11일 주조정실 엔지니어 조합원들을 상대로 '준법운행 지침'을 발동했다.

'권력굴신 권호경 사장 퇴진' 막판 배수진
노조, 주조정실도 준법투쟁 지침 발동


준법운행 지침에는 뉴스를 포함한 생방송 프로그램은 담당PD나 뉴스제작부 기자 없이 출연자 단독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한 방송운행 규정 제14조 2항 등을 포함하고 있어 현재 파행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CBS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지부는 이와 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회(KNCC) 회장이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인 김경식 목사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했다.
지부는 "권 사장이 노조와의 교섭을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에 전권을 위임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지난 4일 김 목사에게 중재요청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지부는 이같은 노력에도 권 사장이 계속해서 사태 해결을 회피할 경우 극한의 투쟁까지도 단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단식과 중재요청이 CBS 파업사태 해결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CBS는 왜 파업에 돌입했나

CBS 사태의 장기화는 권호경 사장의 권력굴신과 의도적 사태해결 회피에 따른 것이다.
권호경 사장은 지난해 1월 새천년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에게 '축 총선승리'라는 문구가 적힌 화분을 전달했다.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생명으로 해야 할 언론사 사장이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에게 총선 승리를 기원하는 화분을 보낸 것은 언론사상 초유의 일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공정보도 쟁취를 기치로 지난해 1월 27일 권 사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며 'CBS살리기 투쟁'에 돌입했으나 권 사장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리보전에 여념이 없다.
이어 권 사장이 YS 전대통령 앞으로 보낸 충성편지 2통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충성편지 등이 잇따라 폭로되며 언론계는 물론 교계에서까지도 권 사장 퇴진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충성편지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자체 폐지토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사태가 확대되며 부장급 이상 간부 17명과 수습기자들까지 파업에 동참했고, 권 사장이 1년에 4억원에 이르는 과다한 판공비를 지출해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권 사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노조 와해를 추진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섭상대인 민경중 위원장과 김준옥 사무국장을 해고하는 한편, 권 사장 퇴진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시사자키' 진행자인 정태인 씨를 해임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용역깡패를 동원, 조합원들을 폭행해 언론계와 교계, 노동시민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여보 사랑해요,
모두들 힘내세요"
단식농성장에 날아든 아내들의 연서



당신 쓰러지면 내가 대신 단식할께요
24시간 게시판 앞에서 대기하렵니다

단식준비동안 살이 쑥, 눈이 쑥 파여, 몰골이 말이 아니에요.
결혼해서 여태껏 이런 모습 처음이었습니다. 남편 잠을 깨우는 척하며 몸을 더듬어봤어요. 뱃집이 쏙 들어갔고 허리가 저 만큼이나 잘룩해졌어요. 철 없는 아내는 돈 돈하며 투정을 부리곤 했지요.
여보! 힘내세요.
오늘 아침에 죽 도시락을 들고 따라 가서 버스에 실어주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라"는 강한 말투가 다른 날과 달라 그냥 주저앉아 멍 하니 있었습니다. 조심하라는 인사도 못하고서.
잠시 후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무거운 가방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 모습 보고, 눈물이 하염없이 앞을 가려 당신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마침 비가 와서 울어도 표시가 나지 않으니. 울면서 아까 못한 인사 그리고 저 혼자 중얼거렸어요.
여보! 당신은 훌륭한 기자입니다. 끝까지 싸우세요.
당신이 쓰러지면 제가 대신 단식하겠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24시간 게시판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께요. 파이팅. 힘! 힘내세요 모두들.
<부산지부 박창호 기자의 아내>


CBS 아내들의 무서운 위력
권사장님은 아직 모르나요?

위장병으로 수차례 고생했던 남편이라 이번 단식이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속옷 한 두 벌만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빨리 끝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하지만 무기한 단식투쟁이라는 말에 갈아입을 옷들을 넉넉히 챙겨 넣으려니
가방도,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남편은 오히려 걱정 말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베낭을 메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녁에는 먼저 남편 밥공기에 밥을 담았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가슴이 아프네요.
노조원 아내들이여!
건강 지키며 굳건히 견뎌냅시다. 혹시 우리네 남편들이 지치고, 힘들어 쓰러진다면 우리가 그 자리를 지켜내야지 않겠습니까?
"CBS노조원 아내들에게 잠재되어있는 무서운 위력"을 권사장은 아직 모르나 봅니다.
권호경 사장님! 노조원들 곁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아내들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조합원 아내 김혜인>



그이는 계백장군의 결연함으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이 가시는 길에 눈물인 듯 비가 옵니다.
그동안 가뭄 때문에 애타게 기다리던 비님이 단식 농성을 하러 떠나는 오늘 아침에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이가 집에 있는 이틀동안 저희 집은 비상시국이었습니다.
그이는 단식에 관한 정보를 얻기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그것도 모자라 밖에 나가 단식에 관한 책을 두권이나 사오더군요.
남편은 단식이 길어지면 주말에 서울에 한번 올라오라고 하더군요.
전 제가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아뭏든 백제 최후의 명장이라는 계백장군과 같은 마음으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답니다.
아무쪼록 이번 투쟁이 조합원님들의 건강이 20대의 건강으로 회복되고 cbs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최인 조합원의 아내>


당신과 함께 힘들어할 수 있는
당신의 아내 자리에 감사해요
오늘 아침 노조 홈피에 들어갔더니 너무 글들이 슬퍼서 당신이 잠든 사이 펑펑 울었답니다.
그렇게 많이 울어서인지 당신이 떠날 때는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고 담담해졌습니다.
여보, 당신이 가는 길,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도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난 지금까지 언제나 당신 편이었고 지금도 당신 편이니까요.
그래도 난 참 감사해요.
남들은 겪지 않는 영화 같은 일들 겪으면서 참으로 우리 부부를 연단하시는 하나님과 만날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하고, 당신을 비롯한 가족(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보물이 어디 있겠어요)들을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여길 줄 알게 해주시니 감사하고, 당신이 힘들어 할 때 당신과 함께 힘들어 할 수 있는 당신의 아내의 자리를 허락한 것에 감사해요.
그리고 또 같은 어려움들 당하고 있는 다른 가족들과도 알게 되어 감사하고요.
<나이영 기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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