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옷차림을 보는 감상
초미니 옷차림을 보는 감상
  • 문틈 시인
  • 승인 2012.08.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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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했다. 지금도 해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지만 텔레비전에서 중계하지 않은 지 오래다. 여성단체들이 “여성을 상업화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반발하자 중계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 썩 잘된 일이라고 본다. 수영복 차림의 다 큰 여자들이 민망한 걸음걸이와 몸짓으로 안방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모습이 많이 눈꼴시러웠다. 그랬는데 난데없이 한류 붐을 타고 가수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댄스를 한다며 아슬아슬한 옷차림을 하고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몸놀림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늘씬한 다리를 눈앞에 들었다 내렸다 하고 두 다리를 쩍 펴기도 하고.

그런데 과거 미스코리아대회를 텔레비전에서 사라지게 한 서슬 퍼런 여성단체들이 이런 장면에서 한 마디 할 법한데 어쩐 일인지 조용하다. 최근에 어느 유명한 미국 여가수가 동남아시아에서 공연을 계획했다가 못하고 만 것도 노골적인 옷차림과 몸놀림 때문이었다.

이런 글을 쓰면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는 타박을 받을 만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자들의 옷차림을 두고 시비냐 딴지를 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 정신을 차리고 한 번 냉정히 생각해볼 일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연예인들의 옷차림에 대해 인터넷 포털에서 가슴골, 엉덩이, 하의실종 운운하면서 대단한 화제라도 되는 양 누구 옷차림이 어떻다는 둥 사진까지 붕 띄워 올리니까 경쟁적으로 옷차림이 점점 야하게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텔레비전이야 안 보면 누가 죽었다고 해도 모르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돈 받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야한 옷차림을 그대로 짝퉁 모방하여 길거리에 입고 나오는 ‘일반인’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에 나가면 눈을 어디로 두고 걸어야 할지 민망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바지라고 할 수도 없고, 팬티라고도 할 수 없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선까지 올라간 초미니, 그러니까 겨우 앞뒤 주요 부위를 가린, 요새 오염된 말대로 하의실종 차림으로 활보하는 여자들을 보면 정말 “이건 아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엔 아예 짧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되는 바람에 들춰지는 스커트 차림까지 등장했다.

내 멋대로 사는데 왠 잔말이냐고 대드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걸어 다니는 길거리는 보기 싫다고 채널을 돌릴 수 있는 텔레비전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 그런 차림으로 다니는 꼬락서니는 정말 눈뜨고 못 볼 광경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 흔한 무슨 무슨 단체 하나 나서서 말하지 않는다. 그런 요상한 옷차림을 뭐라 한 마디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뭐 시원하고 좋다는 식으로 은근히 즐기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왜 아무도 그런 옷차림을 지나치다고 말하지 않을까.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그런 차림을 하고 다니는데 뭐가 어떠냐고? 옛날 험프리 미 부통령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고 나서 한 마디 했다. “미국 영화가 아시아를 망쳐놓고 있다”고.  미국 것이면 무조건 좋은 것이고, 무조건 따라 해도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라 나름대로 미풍양속이라는 것이 그 사회를 지키는 것인데 말이다.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다시 텔레비전 생중계해도 이제는 할 말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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