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고 침 못 뱉는다
돈 보고 침 못 뱉는다
  • 문틈 시인
  • 승인 2012.08.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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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돈을 보고 침 못 뱉어야.”
아버지는 내 어릴 적에 자주 이렇게 말씀했다. 엄한 가르침을 주시려고 한 말이다. 나는 지금도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본으로 삼으려고 했다. 돈을 보고 침을 못 뱉는다는 말은 사람들이란 돈을 가지고 부정한 일을 저지르기 쉬우니 유혹에 빠지지 말고 그런 돈에는 침을 뱉으라는 역설적인 가르침이었다.

말은 그렇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말이다. 요즘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뉴스를 보면 남에게서 돈을 먹고 쇠고랑찬 사람, 돈을 먹였다는 폭로, 돈을 안 먹었다고 고함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개중에는 우리 사회 최상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형님부터 국회의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뉴스는 우리가 처음 들어보는 것도 아니고 전 대통령, 그 전 대통령, 그 그 전 대통령 들 때도 있었던 일이어서, 뭐, 말하자면 한국의 풍토병 같은 것이라고 할까, 좀체 고쳐지질 않는 불치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부정한 돈을 보고 그 돈에 침을 뱉을 사람이 그렇게도 드문 것이다.

대통령 형님이나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떵떵거리며 먹고 살만한 사람’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을 터인데, 부정한 돈을 받고 침을 뱉기는커녕 어찌 그걸 꿀꺽 삼키는지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돈이면 귀신도 움직인다는 옛말이 있으니 귀신까지도 움직일 권력을 가지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신문에 난 경우는 재수에 옴이 붙어서 드러났을 뿐 그보다 더 많은, 밝혀지지 않은 돈 먹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들 짐작한다. 돈을 탐하는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돈이란 것은 소금물과 같아서 먹으면 먹을수록 갈증이 나서 물을 계속 들이키게 되어 있다. 차라리 돈이 없는 사람은 남의 돈을 먹을 생각도, 그럴 기회도, 아예 없다. 하지만 돈맛을 아는 사람들은 돈을 더 가지려고 안달한다.

그런데 살아보면 돈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즉 가족을 건사하면 그것으로 족하고 거기다 때로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할 돈만 있으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돈이 많이 있다고 해도 그 돈은 자기 것이 아니다. 정말이다. 돈을 펴보라. 그 돈에 돈의 진짜 주인 이름이 쓰여 있다. ‘한국은행’, ‘THE BANK OF KOREA’라고 앞뒷면에 인쇄된 글자. 돈은 아무리 자기 것이라고 우겨도 종당에는 국가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돈은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그래서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벌었다면 그 돈을 다른 좋은 데로 흘러가게 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옳다. 바로 국가가 못하는 일을 돈을 많이 가진 당신이 기부, 기증, 헌납 등을 통해서 사회환원하라는 말이다. 그때서야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돈이란 자기 스스로 땀 흘려 벌어야 제 값을 하지 뇌물, 투기, 사기로 챙긴 돈은 불행을 부른다. 돈을 먹을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먹는다고 안심할지 모르지만 낮에 하는 일은 새가 보고 밤에 하는 일은 쥐가 본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돈을 먹은 사람들의 변명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쇠고랑을 차기 전까지는 뭐, 사실이면 자살하겠다, 무엇을 그만두겠다는 둥 해쌓지만 결국에는 쇠고랑을 차고 다들 감방으로 갔다. 역대 대통령 형님들, 대통령 아들들, 국회의원들, 이런 사람들 중에 돈을 먹는 이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내 상상을 불허한다. 그래, 돈을 보고 침을 뱉는 고관대작들이 이 나라에는 씨가 말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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