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3] ‘2편의 신기루’에 낚였다.
@[다크나이트3] ‘2편의 신기루’에 낚였다.
  • 김영주
  • 승인 2012.07.27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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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멘토]는 보지 못했고, [인썸니아]는 그냥 재미있게 보았다. [배트맨 비긴즈]는 어두침침하면서도 아무런 긴장감도 없고, 곰탱이액션을 쿵푸인 체 똥폼 잡다가 끝나버렸다. 그런데 [다크나이트2]로 깜짝 놀랐다. 그가 이렇게까지 빼어난 영화를 만들어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단연 돋보였다. 하비 덴트가 정의의 사도에서 악마의 화신으로 변하는 모습에서 善과 惡사이를 오고가는 긴장감이 바짝 다가왔다. 배트맨이 오히려 조연 같았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긴장감이 쉴 틈이 없었고, 대사도 깊고 맛있었다. 수많은 보수파 영화들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고, 가장 깊고 의미심장했다. 여자주인공과 곰탱이액션이라는 옥에 티만 없었다면, 퍼펙트 100점.

그리곤 [인셉션]에 실망했다. 이 감독, 왜 이렇게 잘난 체 하는 거야? 그래도 [다크나이트2]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 [다크나이트3]를 만들고 있다니, 그걸 보고 그를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다크나이트2]에 워낙 감동해서 [다크나이트3]에서도 그 감동을 다시 만나고픈 갈망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헷갈림도 정리하고 싶었다. 외신으로 전해오는 평가가 박수와 찬양으로 가득하니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나? 그저 볼 만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보다 못했다. 겨우 본전을 건진 정도라고나 할까?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7958&videoId=34400

초반 비행기 납치 · 중반 풋볼경기장 박살 · 종반 고담시 다리폭발이 볼만 했지만, 그 정도를 보여주는 건 미국 블록버스터영화의 기본매너이다. 악당 베인의 우악스런 몸통과 밀리터리룩 차림새가 탱크형 캐릭터로 상당했지만, 불곰깡패일지언정 지능범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서 섬뜩한 카리스마까지 보여주진 못했다.( 2편의 조커와 비교하는 건 언어도단. ) 2편에서 여자주인공에 워낙 실망해선지, 이번 캣우먼 앤 헤서웨이가 그나마 돋보였으나, 오토바이 장면에서 그녀의 섹시한 모습을 강조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의 다른 영화를 보더라도, 그는 여배우에 대한 감각과 섹시미를 그려내는 능력이 약한 것 같다. ) 악당이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점령하면서 ‘사기꾼 자본주의’를 향해 내뱉는 독설이 긴장감을 주긴 했지만, 마무리가 찌질하고 헛발질하면서 김이 빠져버렸다. 배트맨이 용가리 똥배를 내밀고 하수구의 악당소굴을 몸소 찾아들어가 두들겨 맞고 허리까지 부서져서 무슨 요상스런 감옥에 갇혀 도 닦는 부분이, 이 영화 전체를 말아먹어 버렸다.( 감독은 별 볼 일 없는 1편에 왜 그리 집착하는 걸까? 1편을 잘못 만든 실패를 보상받고 싶은 걸까? )

서양 액션영화가 척 노리스 · 장끌로드 반담 · 스티븐 시걸처럼 고지식하고 유치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13구역] · 제이슨 스태덤의 영화 · [셜록 홈즈]에서 환골탈태했다 할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배트맨의 액션은 80시절의 척 노리스 수준보다도 못한 수준에서 버벅대고 있다. 배트맨의 슈트가 타이어 고무신처럼 억센 질감을 벗어나지 못해서 일까? 커다란 망토가 날렵한 액션에 거추장스러운 걸까? 액션동작이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유치한 액션 그대로 버벅거린다.( 난 마블 코믹스의 영웅 중에서 배트맨의 슈트와 마스크가 가장 답답하고 칙칙해서 싫다. ) 권투 레슬링 쿵푸를 어중간하게 뒤섞어서 막무가내로 치받는 곰탱이액션이, 2편에선 잠깐만 나와서 옥에 티에 지나지 않았지만, 1편과 3편에서는 주요장면을 가득 채웠고 3편에서는 아예 떼거리로 뒷골목 양아치들의 육박전으로까지 진화하면서 영화를 볼썽사납게 만들었다. 슈트와 망토가 정히 거추장스럽다면,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이나 2편 다크나이트가 보여준 최신첨단무기에 기댄 파워풀 심플액션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다크나이트2]처럼 빼어난 작품을 만든 감독이 어떻게 이렇게 형편없이 추락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 대중재미 : B0, * 영화기술 B0.( 2편에 비교해서 형편없다는 말이지, 일반영화에 비하면 관람료 본전값은 한다. ) 감독의 관점은 ‘보수파 F학점’이다. 감독의 관점을 B0학점쯤은 줄 수도 있는데 F학점을 준 이유는, 그가 善과 惡을 뒤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善과 惡은 선명하게 구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나 때때로 그 善과 惡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가 있다. 그해 오월의 전두환과 광주는 惡과 善이 분명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천민 자본주의에서 카지노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사기꾼 자본주의’로 들어섰다. 적어도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이 국내와 세계를 향한 Money-Game은 惡이었음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베인이 밀리터리룩으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는 모습은, 99%가 1%의 ‘사기꾼 자본주의’를 향한 정당한 분노로 ‘Occupy!’를 외치는 모습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군파가 무자비하게 짓누르는 폭압의 모습으로 善과 惡을 뒤바꾸어 놓았다.( 지금 우리나라도 이렇게 善과 惡을 뒤바꾸어 놓은 일이 넘쳐흐르고 있다. )

[인셉션]과 [다크나이트3]에 구름처럼 모여든 관객들은 [다크나이트2]의 찬란함에 눈이 먼 불나비다. [인셉션]으로 잘난 체 하면서 관객을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노는 건, 그의 능력과 상상력이 지나쳐서 오바했다고 이해하겠다. 그러나 이번 [다크나이트3]에선 능력도 초라해지고 상상력도 찌질해졌다. 다음 작품에선 [다크나이트2]에서 보여준 놀라운 능력의 칼날을 잘 벼리어 ‘보수파다운 자존심’을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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