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의 역사, MBC노조 파업의 긴 투쟁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17일 MBC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파업 잠정 중단 안건을 의결시키고 18일부터 업무에 복구하기로 결정했다.이번 170일 파업은 51년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 노조는 이날 600여명 이상 제적수가 참가한 가운데 조합원 총회를 열고 3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파업 잠정 중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공정방송을 중심으로 내부투쟁에 진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진행된 총파업 투쟁은 30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이후 여섯달 가까운 파업을 지속하면서 이날 170일째로 파업을 중단하게 됐다.
MBC 노조는 경영진과 아무런 합의 없이 업무 복귀를 한 만큼 징계 조치와 조직개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합원 총회에서는 업무 복귀 후 인사 조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악성 보직 간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따른 지시를 거부한다는 입장이지만 갈등 관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영하 위원장은 조합원 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안에서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그 결과 내일 오전 9시부터 170일간의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업무 복귀하며 김재철 사장 퇴진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는 안건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당초 '공영방송 MBC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MBC 파업 사태 해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에 따라 퇴진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무 복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총파업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으며 파업잠정 중단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해임을 앞당기고 압박하는 전술이 더 유효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세우고 업무 복귀 논의를 해왔으면 부문별, 직능별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대의원대회를 거쳐 이날 조합원 총회를 끝으로 해서 파업 중단 선언에 이르게 됐다.
그럼에도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합의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실익도 없는 상황에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내부 투쟁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신, MBC 노조는 부당 지시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내부 투쟁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영진도 170일 장기간 파업을 벌였던 조합원들의 공정방송 의지가 여전히 강하고, 전면 중단이 아닌 파업 잠정 중단인 상태에서 쉽사리 징계 조치를 남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임원진 회의에서 김재철 사장은 "문화방송의 국장, 부장은 공정방송의 원칙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하며 방송에 정치가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업무 복귀 후 노조와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절대 아량은 없다는 뜻으로 업무 복귀 후 지시 거부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존대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영하 위원장은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것과 관련해 "국민 여론이 폭발해 민의가 국회로 것이고 국회가 민의를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을 저희 구성원들이 모은 것이기 때문에 민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새로운 방문진이 꾸려지는 8월 9일부터 여러가지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방문진처럼 해임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국면이 계속된다면 다시 파업을 해야 한다. 다시 저항을 해야 한다"면 잠정 중단 선언 이후 재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이번 MBC노조의 파업은 언론사에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MB정권의 '고집'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는 MB정권만이 아니라 향후 다른 정권에서도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론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수단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