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사기’ 당했다
광주시, ‘사기’ 당했다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2.06.2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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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태 시장, 사전에 알고 있었나?

▲강운태 시장이 28일 있었던 민선5기 전반기 결산 및 후반기 2년 역점시책 설명에서 연단에 오른 뒤 쑥쓰러운 듯 머리를 정리하는 모습.
6월 말 실시키로 했던 3D컨버팅 기술력 검증이 K2AM측의 자금난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이미 650만달러(약 72억원)를 투자한 한미합작투자사업이 좌초되기 일보 직전에 와있다.

현재 K2AM 측은 애초 계획투자금 1,110만달러 중 잔금인 460만달러를 광주시가 추가로 송금할 경우 기술력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광주시는 추가 송금은 절대 불가하며 기술력을 확인한 뒤 제품을 구입하겠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K2AM은 3월 말까지 기술테스트를 마치고 본격 사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갬코(GAMCO)와 맺은 계약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시가 계약 이행의 기준으로 제시한 6월말 LA 테스트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병록 부시장, "아무 문제 없을 것"

결국 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3D컨버팅사업’은 ‘사기’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시는 7월 2∼3일께 기술력 검증 무산과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미국측 파트너인 K2AM측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만약 광주시가 국제적인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판명이 난다면 이제 불똥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로 튈 것으로 예견된다. 그동안 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일관되게 선 기술검증을 주장해왔고, ‘사기’가 아닌 ‘진행 중인 사업’임을 강조해왔다.

이병록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4월 3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K2AM측과 장비와 기술, 마케팅 금액으로 1,110만 달러를 지급하는 최종계약을 맺었고, 그 이전에 지급한 650만 달러는 기지급금으로 합의했다”며 “K2AM측이 6월로 약속했던 장비와 3,000만 달러의 3D 전환 물량을 공급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부시장은 “K2AM의 기술력이 검증될 경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최종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K2AM측에 대한 대응과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 등은 그 이후에 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노희용 실장, 6월말 LA테스트에서 최종 판가름

노희용 문화관광체육정책실장 역시 6월 4일, 19일 간의 현지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K2AM의 준비사항을 확인한 결과, 그동안의 우려와는 달리 기술, 물량 등 제공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6월말 LA 테스트를 거쳐 기술을 확인한 이후에 광주 CGI센터에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최종 계약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노 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감사원은 이 사업에 대해 ‘사기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상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고 강조했고 "미국 K2AM사도 ‘빨리 추진하자’고 해 이 사업에 대한 모든 운명은 6월말 테스트에서 결정이 난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덧붙여 "지금까지 이런 기술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테스트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이제는 시가 ‘사기’를 당했음을 인정하고, 관계자의 사법처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만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강 시장, ‘국제적 사기극’ 보고 받았나?

일단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 대표이사 김 모씨는 감사원의 이례적인 고발에 의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므로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건의 관계자에 강운태 시장도 포함되느냐이다. 만약 강 시장이 추진과정에서 ‘국제적 사기극’임을 보고받고도 무리해서 추진을 했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선 강 시장은 2010년 10월 27일 광주 소재 3D업체인 ㈜키노모티브사(대표 박용정)와 협력하여 애리조나주 소재 K2AM 회장 Allen Weintraub과 시와 민간기업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할리우드 영화투자조합을 구성했다. 그리고 4,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한데 이어, 향후 5년간 5,000만달러 규모의 20여편 CGI 및 후반작업 물량을 공급키로 하는 투자 및 수주 MOU를 체결했다.

이어 시는 100억여원을 투입해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을 설립한 뒤, 2011년 1월 미국 K2AM사와 약정서를 체결했고, 같은 해 2월 갬코(GAMCO)를 잇따라 설립했다.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은 광주시의 산하기관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100% 출자했다. 또, GCIC는 EMIG도 설립했다. GCIC는 당시 강운태 시장의 둘째 아들(30)이 근무하는 EMIG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강 시장, 기술보고 투자했다?

강 시장은 아들 회사에 투자한 사실이 불거지자 3월 15일 의회에서 EMIG가 3D컨버팅 분야에서 다른 업체보다 12배 빠른 속도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어 투자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3월 22일에는 EMIG 투자와 관련 강 시장은 “광주의 문화산업 육성의지와 기술력 등을 인정해 투자한 것이지 아들이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한 것은 아니다”며 “EMIG와 관련하여 더 이상 오해나 논란이 없기를 바라며 광주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갈 문화산업이 활짝 꽃 필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사죄했다.

이처럼 이 사업의 출발에서부터 관여했고, 거금이 투자된 이 사업의 추진과정을 강 시장이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기술 확인 없이 K2AM에 무리한 투자를 한 시와 강 시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련 책임자 누구인가?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의 문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설립과정과 운영전반에 있어 총체적 부실이 있는 사업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면서 “광주시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대표 해임 등 감사원의 조치사항을 즉시 이행하고,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전부 공개할 것과 관련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자치21도 갬코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도 무시하고 밀어붙인 강운태 시장의 무리한 사업추진과 독려가 초래한 결과”라며 “72억이라는 엄청난 세금 손실이 있었음에도 최초로 사업을 기획했던 광주시는 책임회피에 골몰하고 있고, 관리자로 채용된 대표자나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자21은 “갬코 투자손실 관련해서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시장이 사전에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시 문화산업과 문병재 사무관은 “갬코 일인데 시가 알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나”고 반문하고, “이미 의회에서도 질문이 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감사원은 2011년 10월 24일부터 올해 2월까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협상과정에서의 공탁금(Deposit Money) 등 650만불의 송금방식과 K2AM측의 원천기술 검증 문제 등을 지적하고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 대표 김모씨에 대한 사법조치 요구와 광주시의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감사원은 검찰에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 김 대표를 업무상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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