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 '셔틀학생(?)'이 있다
요즘 학교에 '셔틀학생(?)'이 있다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1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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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와이파이에 수행평가까지 광범위해 대책 마련 시급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교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 학생 75%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일진이 학교 내에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번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회수율이 낮고 표본의 객관성이 없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조사였다는 학부모 등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초·중·고별 학급폭력 중 이른바 '빵 셔틀'과 금품 상납 요구 등 금품갈취 사례가 많이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피해 학생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빵 셔틀은 기본, 다양한 ‘셔틀’ 난무

여기서 ‘셔틀’이란 중·고등학교에서 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대신 물건을 사다주거나 심부름하는 일을 하는 학생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는 학교 폭력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빵 셔틀
힘있는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보호를 빌미로 빵을 사오도록 하는 일명 ‘빵 셔틀’은 학교 내·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셔틀이다.

일진의 빵 심부름을 한다는 한 중학생은 “자꾸 일진의 빵을 사다 주다 보면 모두가 만만하게 나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일진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말대로 일진에게 빵을 사주는 일을 하는 대신 다른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일부러 ‘빵 셔틀’을 자처(?)하고 나서는 학생도 일부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와이파이 셔틀
학생들 사이에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 되면서 본인의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을 아끼기 위한 셔틀이다.

이 셔틀은 같은 반 학생의 스마트폰에 연결된 인터넷을 공유해 사용하는 것으로 피해 학생의 인터넷 정액제 및 요금정액제를 소진시키는 피해를 입힌다.

▲숙제는 물론 야동까지 버젓이

△체육복 셔틀
체육시간에 입을 체육복을 같은 반 학생에게 빌려오라고 시키는 셔틀이다. 일진과 체육복 사이즈가 같은 경우에는 피해 학생에게 다른 반에서 빌려 입으라는 경우도 있다.

△반찬 셔틀
급식시간에 특정 반찬 등을 상납 받는 ‘셔틀’이다. 한 피해 학생은 “급식시간에 나오는 닭고기, 돈가스 등 맛있는 반찬을 일진이 가져가 버려 항상 국과 김치 몇 쪼가리만 먹을 뿐이다”며 “또 디저트로 나오는 요구르트나 우유도 가져가 버린다”고 하소연 했다.

△야동 셔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어학기(PMP) 등에 야동을 넣어 오게 해 일진들은 비롯해 같은 반 학생들과 돌려보는 셔틀이다.

또한 교사들이나 학부모의 점검을 피하기 위해 파일명을 비롯해 야동 앞부분을 EBS강의 제목이나 강의내용을 수정하라는 심부름까지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행평가 셔틀
과제물에 대해 학생들이 일정 기간을 거쳐 구조물이나 포트폴리오 등으로 제출해 평가를 받는 ‘수행평가’에도 셔틀이 있다..

일부 일진들은 이렇게 평가 자료에서도 중요한 자료나 결과물이 좋은 학생들과 바꿔치기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활동시간 빼앗는 사례도 있어

△봉사활동 셔틀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인해 고등학생들은 학기별로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한다. 여기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봉사활동의 영역을 성실히 해두면 대학입시에서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봉사활동도 일진들의 이름으로 등록해 봉사한 시간을 상납(?)하는 일도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봉사활동 시간을 가끔 일진의 이름으로 등록하고 있다는 한 학생은 “부모님께도 매주 봉사하러 간다고 하지만 활동 시간보다 실제 나에게 확인되는 봉사시간이 적어 변명을 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하고는 있지만 너무한다”고 말했다.

△안마 셔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진들이 같은 반 학생에게 안마를 시키는 셔틀이다.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한 학생은 “맨 뒤에서 편히 앉아 있는 일진의 어깨 등을 안마하는 내 모습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일진 집같이 가기 셔틀
학교 수어빙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심심하다며 일부 학생을 동반하는 셔틀이다. 피해 학생은 일진 집과 정 반대이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 가야 하는 피해를 입는다.

▲학교 차원의 대안 마련 시급

△파병 셔틀
일진이 근처 학교 등의 일진과 시비를 붙어 일명 현피(현질로 직접 싸움) 약속을 잡으면 대신 가는 셔틀이다.

한 피해 학생은 “약속 장소에 어떤 일로 나가는지도 몰랐다”며 “알지도 모르는 학생에게 죽도록 맞았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셔틀
전날 방송에서 했던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를 보고와 학교에서 일진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셔틀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가 재미 있으면 다행이지만 재미없으면 가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렇듯 학생들의 입을 통해 별에 별 ‘셔틀’이 난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에 소개된 ‘셔틀’ 중 일부는 간혹 가다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빈도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들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줄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제재가 어려울 정도로 교묘하게 진행돼 단속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학교 차원의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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