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든지 이 세상이 다 내 집”
“어디를 가든지 이 세상이 다 내 집”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0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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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의 세상걷기<시즌3>, 2 전북 완주에서 대전까지

“모두가 욕심 버리면 모든 것이 즐거워~ 걱정과 근심 떨쳐버려요~ 필요한 모든 것들이 우리들 곁에 있어요, 즐겁고 평화롭게 살아요.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 이 세상이 다 내 집 같아 <중략> 욕심을 모두 버리고 이 세상 바라본다면 곰처럼 편히 살 수가 있죠.”

‘발달장애인법 제정 촉구’를 알리기 위해 아빠와 세상걷기에 나선 균도가 요사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르는 노래가사다. 만화영화 정글북에서 주인공 모글리에게 곰인 발루가 정글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기 위해 불러준 노래다.

균도는 자폐성장에 1급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 그 장애와 대조되는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이다.

균도의 특성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몇 년이 지나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한다. 여기에 위인 5천명이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도 기억한다. 또 영어사전 한 권도 외우고 있을 정도로 천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 균도는 응용을 하지 못한다. 이런 균도가 예전 만화영화에서 나온 곰의 노래가 자신이 세상에 발을 내 딛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을 알았을까. 부친 이진섭 씨도 신기할 따름이다.

피곤하든 그렇지 않든 균도는 7시경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평소 당뇨와 혈압인 지병이 있는데다 밤새 발바닥 아픔으로 고민하는 부친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지만 균도에게 배려는 없다.

균도의 이런 부지런함(?) 때문이었을까. 애초 3일 저녁 대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2일 오후 6시경 도착했다.

이번 주 일정은 전북 완주를 시작으로 연무, 논산, 계룡을 거쳐 대전까지 갈 예정이었지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덕분(?)에 하루 꿀 같은 휴식을 포기하고 바삐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혹시나 비가 올까 싶어서 당겨서 올라왔다. 4일 오전 기자회견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도착하고부터 주말은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다.

대전까지 일정은 때 이른 더위로 힘들었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부자가 땀으로 목욕을 했는가 하면 피곤함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데 논산에서 대전까지는 이면도로가 없다. 차량이 시속 80km의 속도로 다니는 전용도로이다 보니 위험도 뒤따랐다.

이진섭 씨는 “다른 경로는 도로 옆에 조그만 길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 구간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어 자동차전용도로에 균도와 내가 위험에 노출이 돼 더 힘들었다”고 복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걷기 구간에도 “방송에서 봤다”며 지역주민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1일 도착한 논산 연무의 한 식당에서도 “부자가 세상걷기를 하는 것을 봤다”며 “다른 것은 도와 줄 것은 없고 아침을 대접하고 싶다”라고 아침식사비를 받지 않았다.

이진섭 씨는 “균도가 잘 걷지만 자폐성향이 있어 같이 행동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거기에 함께 걷는 동반자들이 없는 무더운 날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혹시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물이라도 건네주면 좋겠다. 균도가 관심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며 “우리 부자에게 문자를 보내주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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