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공동체와 윤리(3)
삶과 공동체와 윤리(3)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 승인 2012.03.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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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19세기를 빛낸 명문장으로 알려진 ‘진화와 윤리’가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종래 다윈주의자로 명성을 날렸던 헉슬리가 다윈주의와 모순될 수 있는 윤리를 크게 제고한 일이었다. 헉슬리는 쉽지 않는 과학적 내용을 비유와 종합능력을 구사하여 잘 전달하는 명강연가였다.

1860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영국과학진흥회의 모임에서 진화론 캠프는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논쟁에 진화론을 비판하는 월비포스 주교에 맞설 수 있는 연사로 헉슬리를 주목하였다. 헉슬리는 다윈을 종종 또 일관성 있게 변호하여 다윈의 불도그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진화와 윤리’는 1893년 옥스퍼드 대학 로마니즈 강연에서 행해진 강좌였다. 그는 강연에서 “인간의 윤리가 우주의 본성이지만 문명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본성에 저항해야 한다”는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역설을 제기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생존경쟁을 통해 생명의 성장 사멸의 순환과정을 반복한다. 인간이 자기주장, 동물적 본성 등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서 자연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하여 고도한 문명사회를 이루었지만, 인간사회 내부에 자연 상태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던 우주적 본성이 잔존하여 현재의 문명사회를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었다.

위기적 상황을 예방하고 문명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종래의 생존경쟁 방식과 다른 인간사회의 윤리적 과정이 필요하였다. 인간도 번식하고 생존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 생존환경에 대한 부적자를 도태시킨다.

그것은 사회진화에 끼치는 우주과정의 결과지만 사회진보는 매 단계마다 존재하는 우주과정(자연과정)을 억제하여 윤리과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의 생존이었다. 에머슨의 좋은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이는 그가 인간의 윤리는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사회 역시 우주적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종래의 주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헉슬리가 사용한 우주 개념은 만물을 생성하는 보편원리로서의 우주와 자연 상태에서 생존경쟁을 주동하는 원리로서의 우주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었다.

보편원리로서의 우주는 자연 상태를 극복한 인간사회의 현 상태를 문명사회 곧 유럽의 문명사회라고 인식하여, 그러한 문명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생존경쟁의 원리, 곧 인간의 자기주장이나 동물적 본성처럼 자연 상태의 생존경쟁에서 인간을 승리하게 만드는 우주의 본성과는 다른 차원의 동력, 즉 윤리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자연 상태의 생존경쟁 원리가 문명 상태의 진보를 위한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 상태를 파괴할 위험성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헉슬리는 그가 종사하고 있는 과학을 특정분야의 지식을 넘어 새로운 사유를 추동하는 보편적이고 진보적인 원리로 인식하여, 과학은 세계를 인식하는 진실한 방법이면서 삶을 생동케 하는 문화로 인간의 행위를 가치 있게 만드는 윤리였다. 그러므로 진화론에서 인간의 높은 자각을 확인하는 윤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는 대영제국의 절정기이면서 산업화의 음영이 깃드는 시기였다. 국가 간의 전쟁이 계속되고 해방된 노동자들은 도시 극빈층으로 전락하여 낙관이 비관을 배태하면서, 선진 지식인들의 현실비판 문화비판이 새로운 전환을 예고하고 있던 시기였다.

헉슬리도 이러한 지적 분의기에 발맞춰, 진화 자체에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인간사회의 진보방법으로 새로운 윤리에 착목하게 되었다. 자기주장이라는 이기성이 적자생존의 동력이었지만 인간문명을 담보하는 지렛대는 될 수 없었다.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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