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그 나쁜 놈들에게 연민을?
@[범죄와의 전쟁] 그 나쁜 놈들에게 연민을?
  • 김영주
  • 승인 2012.02.1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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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60시절은 아득하게 아련하고, 70시절은 그리워서 눈물 나며, 80시절은 고통스럽고 고생스러워서 진저리친다. 그래서 난 60시절이나 70시절 이야기를 자주 만나고 싶은데, 영화는 별로 반갑지 않은 80시절을 많이 그려낸다. 이 영화도 80시절 부산 깡패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80시절이 저물어가며 노태우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시절이 중심이다. 아무리 “추억은 아름답다!”지만, 80시절을 아름답게 그리워하거나 달콤하고 명랑하게 그려가는 건 싫다. [써니]가 싫은 이유이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감독은 그 80시절을 시니컬하게 그려간다. 그런데 암암리에 그 시절 그 사람들을 향한 애잔한 연민을 담고 있다. 감독이 부산사람이라니, 그 시절이 우리 광주사람처럼 고통스럽진 않았던 모양이다. 부산사람으로서 희비가 엇갈리는 이중적인 회한인 듯 싶다. 90시절에 “우리가 남이가!”로 독재정권과 타협하며 누렸던 호시절이 겹쳐 있으니, 그 심사가 우리 광주사람들보다 훨씬 복잡할 게다. 그래서 이 작품을 사회파 관점에서 다루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연민의 정’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부산 노사모’의 그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번 ‘부산선거’가 여간 불안하지 않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80시절 부산 깡패이야기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사랑]으로 익숙해 있다. 그 독하고 시린 맛에 길들여진 걸까? 스토리의 박진감도 약하고 액션도 약하다. 사투리와 욕설의 강렬한 맛도 덜 하다. 내용도 [부당거래]와 비슷해서 소재의 참신함도 덜하다. 게다가 요즘 [나꼼수]를 비롯한 팟캐스트에 [도가니] [부러진 화살]영화까지도 사회고발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또 사회고발이냐?”싶은 식상함도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는 영화는 아니다. 별 볼 일 있다. 두 주인공 최민식과 하정우의 역할도 좋고 연기도 좋다. 조연, 태권도사범 김서방 · 하정우의 오른팔 · 상대깡패 김판호 · 술집 여사장 · 권력 검찰이 모두 좋은데, 특히 술집 여사장과 조검사의 캐릭터와 연기가 매우 좋다.( [부당거래]에선 유승범이 검찰 연기를 오바한다 싶었는데, 이 영화에선 검찰 연기가 훨씬 실감나게 노련하다. ) 스토리와 그 전개도 좋고, 배경음악으로 함중아의 [풍문으로 들었소] · 피버스의 [그대로 그렇게] · 런던 보이스의 [할렘 디자이어]가 참 잘 어울렸고 오랜만에 반가웠다. 대중재미 A0(내 재미 B+), 영화기술 B+, 감독의 관점 사회파B+.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3114&videoId=33333&t__nil_VideoList=thumbnail
 
최민식, 우리나라 최고 남자배우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80시절 초반 연극[에쿠스]에 주목 받는 주연배우로 흑백TV에 소개되던 초기시절부터 이번 영화까지, 30년 쯤 TV와 영화로 만나온 배우이다. 가장 떠오르는 건, TV에서 한석규와 함께 출세작으로 떠오른 [서울의 달] 그리고 영화에서 [쉬리] [올드 보이] [주먹이 운다]이다. 그가 감독을 잘못 만나거나 덜 어울리는 작품을 만나서 앞의 작품만큼 빛나지 못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항상 온 몸으로 폭발적인 연기를 한다. 때론 [취화선] [악마를 보았다]처럼 오바한다 싶을 때도 없지 않다. 이 영화에서도 연기를 아주 잘 했는데, 글자 그대로 2% 오바해 보인다. 감독 잘못인지 그의 잘못인지 잘 모르겠다.

하정우, 최근에 가장 잘나가는 배우 중의 하나이다. 그의 작품을 이번 영화까지 5번 보았다. [추격자]에서 워낙 강렬한 역할 때문에 가슴 떨리게 놀랐지만, [황해]에서 캐릭터가 가장 어울리고 좋았다. [황해]에서 그를 “무심한 듯이 무덤덤하게 빈둥거리다가 문득 들개 같은 눈빛을 돋우며 으르렁거리면 영화가 활활 타오른다.”고 했다. 이 영화에선 그만큼 강렬하진 않다. 그의 분노로 타오르는 눈길 뒤엔 ‘슬픈 착함’이 숨어 있어 보여선지, 깡패보스론 아직 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풋내가 난다.

그 꼰대 시절의 삶을 이해하고 화해하기엔, 오늘의 지금 이 세상이 너무나 분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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