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만규의 들꽃 이야기6 - 큰개불알풀 (봄까치꽃)
송만규의 들꽃 이야기6 - 큰개불알풀 (봄까치꽃)
  • 송만규 작가
  • 승인 2012.02.10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깨넓이로 벌린 두 발이 비정비팔(非丁非八: 정‘丁’자도 팔‘八’자도 아닌) 되게 무릎을 편다. 그리고 분문을 오므려 아랫배에 힘을 넣고, 가슴을 비우고 턱 끝은 넣어 목덜미를 팽팽하게 한다.

전추태산 후악호미(前推泰山 後握虎尾: 활을 잡은 줌손은 태산을 떠받치듯이 묵묵히 밀며 현을 잡은 각지 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아당기 듯 뒤로 당긴다) 하여서, 두 팔이 마치 학이 춤을 추듯이 벌어진 상태에서 화살을 이전하여 145m 앞에 있는 과녁을 향한다. 국궁(활쏘기)의 자세를 설명한 것이다.

어느 가을날에 용기를 내어 활터를 찾아가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밟았다. 그 이후 마음에 평화를 갖고 싶을 때면 활을 잡는다. 한 마리의 학이 춤추듯 가슴을 젖히면 숨이 깊이 들어와 모든 것이 비워진다. 그때 화살은 내 손을 떠난다.

물론 쏜 화살이 다 맞지는 않는다. 한 발 한 발 쏘고 나면 자세를 다시금 살피면서 화살을 주우러 간다. 떨어진 화살을 주우려고 허리를 구부리자 큰개불알풀꽃이 눈에 들어온다. 멈칫 꽃을 보기 위해 더 자세를 낮춘다. 대부분 들꽃들은 다 이렇듯 낮은 자세이어야만 볼 수 있다. 다가가 바라보며 잠시 쉰다.

이 꽃은 봄부터 피기 시작하여 여름이나 가을에 피기도 하는데 뒤늦게 겨울에 핀 꽃은 눈 속에 갖히기도 한다. 유럽에서 온 귀화식물로 길가나 빈터의 햇볕이 잘 들고 약간 습한 곳에서 10~30cm 정도 자란다. 열매는 삭과로서 2개가 쌍으로 붙어있는데 그 모습이 개의 불알을 닮았다 하여 개불알풀이라고 부르는데, 어감이 좋지 않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