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지오회 수도원에서 광주의 미래를 찾다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에서 광주의 미래를 찾다
  • 문상기 기자
  • 승인 2012.01.0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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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주인정신
관광객 유치 위한 프로그램 운영 확대

 

▲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처럼 광주만의 특징을 살리면 지역민들이 더불어 잘 사는 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광주는 예로부터 공동체정신이 강한 곳이다. 충분히 지역커뮤니티비즈니스를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사는 공동체는 더 많이 갖고 그것을 가진 자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삶의 주인이었다.


마을,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생활, 소득이 생기면 주민과 나누고 배려하는 사람들, 소형차를 타고 손님을 직접 맞이하는 시장, 공무원이 지역 마케팅에 팔을 걷어 부치고 은퇴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다시 지역에 돌려주는 열정, 지역 기업을 세우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서 자금을 내놓는 모습, 작은 가게를 지키는 장인정신과 그들이 내놓은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주민들….


인위적으로 예산을 쏟아 부으며 개발하지 않아도 관광객이 북적대는 지역,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는 답을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광주에서도 보고 싶은 바람이 더 간절해진다.

주민이 참여하는 재미있는 행사
취재 일정 가운데 주말을 맞아 이탈리아 볼로냐로 이동하기 전 파르마 주변에서 열리는 작은 마을 축제에 참여했다. 기자단은 20일 지벨로에서 열린 ‘쿨라텔로왕의 맛과 즐거움’ 현장에 참여했다.


4개의 도시에서 4주 동안 주말마다 릴레이로 펼쳐지는 ‘틈새 축제’였다. 일명 ‘돼지 축제-쿨라텔로의 거리에서 열리는 10번째 november porc’. 축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좁은 마을길을 따라 햄, 와인, 맥주 생산자들이 천막을 펼쳐놓고 홍보·판매를 하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축제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11월 안개 속에 파르마 주변지방에서 지벨로의 햄과 그의 조상을 맛볼 준비가 되어있나요?” “가장 뚱뚱한 돼지고기와 가장 무거운 신부, 기네스북에 나오는 가장 긴 햄, 그리고 가장 큰 초콜릿을 한입씩 먹을 준비가 되어있나요?” “‘노벰버 폭’을 수첩에 적어 놓으세요. 지벨로 쿨라텔로의 길에서 주최하는 4주간 주말에 열리는 2011 행사에 이 지역 특산물이 테이블에 올라갑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Sissa 에서 5, 6일에 ‘돼지의 맛’이라는 주제로, 그리고 12, 13일에 폴리시네 파르멘세(polesine Parmense)에서 ‘신부님과 추기경님을 요리하다’ 라는 주제로 19, 20일에는 지벨로(Zibello)에서 ‘쿨라텔로왕의 맛과 즐거움’ 그리고 로카비앙카(Roccabianca)에서 26, 27일에 ‘각종 양념과 차의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행사 주제가 참 재미있다. 딱딱하지 않아서 좋았다.

 


노벰버 포크행사는 시민 안전 방범대와 시식음식을 만드는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이벤트를 준비하는 수 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열리고 있다. 이 축제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았던 파르마 주변 지방도시를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로 탈바꿈시켰고 관련 지역개발에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는 ‘충장축제’와 같은 도심축제가 있다지만 과연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축제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이벤트 기획사가 꾸려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소마케팅으로 마을 수익 증대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은 수익사업을 하지만 사회부조를 위해서 재투자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과거 수도원이 생전의 재산 보유는 인정했지만 상속이나 양여가 불가능하도록 해 결국 사회 환원이 되도록 했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오래된 역사적 건물을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정신까지 계승하는 것이 결국 경제적인 이익도 준다는 것을 수도원은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역사적 건물의 보전, 수도원의 사회적 역할과 정신의 계승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은 공간이 생명력을 갖게 되고 경제적 도움도 주고 있다.


스위스 작은 마을 바르트라는 역사적 건물의 재생을 통해 새로운 장소마케팅에 성공한 곳이다. ‘농업공원’이라 불리는 카르타우스 이팅겐(Kartaus Ittingen 직역하면 이팅겐 카르투지오회 수도원으로 800년 동안 수도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라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은 해발 420m, 아름다운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 수도원에는 현재 수도사들이 살지 않는다. 150년 전 수도원 지원이 중단되면서 수도사들이 떠났고 건물은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은 수도원 건물을 보전하면서도 과거 수도원 정신을 살린 공익적인 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공익재단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몇 명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스위스 전역에서 후원회원으로 참여한 시민은 4천명이 넘는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수도회의 건물이었다는 점과 수도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 회원을 모집하는데 큰 힘이 됐다.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은 1년에 2만, 레스토랑 손님은 6만, 전체 방문객은 한해 10만 명을 넘는다. 호텔과 레스토랑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이곳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식품과 기념품을 파는 슈퍼마켓을 찾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수도원이 지역주민을 위한 유기농 식품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일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와 함께 기업체의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컨벤션 관광객과 농촌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해야
지역공동체에서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던 수도사들의 활동 역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일부 상품은 재활작업장(Sheltered workshop)에서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집중력 있는 노동으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과 함께 신체노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을 받는다.


시설은 수도원 건물과 농장으로 크게 나눠진다. 옛 수도원 건물들은 역사박물관과 예술박물관, 바로크 양식 교회, 호텔, 게스트 하우스, 컨벤션 센터, 식당, 유치원, 재활작업장, 슈퍼마켓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아래쪽에 떨어진 곳에는 수도원 소유의 농장이 있다.

 


광주에는 이와 유사한 건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찾아보면 버려진 건물들을 쓸만하게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좋겠다. 유동의 나산클레프, 주월동의 해태마트와 같은 대형건축물을 공동체 내지는 예술공간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광주의 모습을 새롭게 보여주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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