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를 말한다.
◆[나꼼수]를 말한다.
  • 김영주
  • 승인 2011.12.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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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을 모두 A급이라고 보진 않지만, 그래도 대중재미를 초점으로 잡은 영화에선 빼어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의 첫 애니메이션[틴틴]에 대중재미를 매우 기대했다. 기대가 너무 컸나? 실망이 크다. 대중재미는 커녕, 현란한 화면으로 때우는 눈요기마저도 뻔하고 그저 그렇다. 여기저기선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가 이젠 늙었나? 아니면 누군가를 키우려고 이름만 빌려주었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 두 작품에서 느꼈던 실망보다도 훨씬 심하다. 다음 작품에선 이렇게 실망하지 않기를!

그래서 또 영화이야기를 못잡았다. [미션 임파셔블]이 1편에서 화끈했지만, 2편과 3편으로 가면서 점점 시들어간다. 그럼 4편은? 강제규 감독, [은행나무 침대]와 [쉬리]에서 빵 터지고는, [태극기]로 1000만을 넘어섰지만 영화 자체는 별로 였다. 그 동안 참 궁금했는데, 이번에 무려 30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마이 웨이]? 왠지 불안하다. [셜록홈즈]와 [퍼펙트 게임]을 기대해 본다. 요즘 [나꼼수]에 빠졌는데, 이참에 후끈 떠오르고 있는 [나꼼수]를 이야기해야겠다. 

[나가수]를 인터넷 마당에서 검색해 들어가서, 한 달에 한 번쯤 한꺼번에 몰아서 들었다. 그렇게 [나가수]를 검색하노라면, 언젠가부터 [나꼼수]가 함께 얼쩡거렸다.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를 만들어 ‘정치풍자 토크쇼’를 만들었는데, 재미있고 화끈하다는 풍문을 들었다. [나가수]가 조금 심드렁해지던 차에, [나꼼수]를 찾아들어가 보았다. 이미 20회를 넘어서고 있었다.

1회를 듣고, 며칠 뒤에 23회를 들었다. 시간이 1시간도 아니고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시간이 길다 싶기도 하지만, 몰입해서 들어야 했기에 다른 일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지만 시간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아무리 남자들이 떠벌이는 수다이라 해도, 수다는 수다인지라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웠다. 김어준의 깔깔 웃음이 너무 헤프다 싶기도 하고, 정봉주가 쉰 목소리로 까불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에, 이런저런 궁금증이 돋아서 또 들어가 보았다. 22회던가? 이명박 퇴임 뒤 내곡동에 개인주택을 마련함에 그 아들이 끼어든 부동산투기 의혹사건을 하나하나 펼쳐보여 주었다. 수다스런 잡담 같았던 이야기들이 평범치 않다 싶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깐깐하고 재미있고 스릴 넘쳤다. 김어준 · 정봉주 · 주진우 · 김용민의 네 사람 역할분담이 돋보였다. [나꼼수]에 빨려들었다.
 
<나꼼수22회 - 내곡동 부동산 스캔들이야기 : 99분 중 35분쯤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6309035

주진우는 주간지‘시사in’기자로 사건의 Fact를 깐깐하게 취재하여 제공하면서도 그 음색과 말투가 순박한 청년 같아서 거짓이 전혀 없이 진실만을 말하는 걸로 들린다. 김용민은 깨끗한 음색과 말끔한 말투로 상황정리를 하면서 센스있는 감초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나꼼수]가 수다스런 잡담인 듯하다가도 그 잡담들의 진실성을 놓치지 않게 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사람은 [나꼼수]의 주춧돌이 되어 그 단단한 터전을 닦았다면, 나머지 두 사람은 그 위에 튼튼한 집을 짓고 아기자기한 실내장식을 꾸며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봉주는 쉰 목소리로 까불거리는 말투와 자기 자랑으로 몰아가는 ‘깔때기’ 때문에 [나꼼수]를 수다스런 잡담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딱딱한 사회문제와 정치이야기를 보들보들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어준은 그 동안 딴지일보를 비롯한 정치풍자에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정리하고 진두지휘하며 이끌어간다. 김용민의 감초 역할이 작아 보이긴 하지만, 모두가 각각 다른 개성으로 하나의 문제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치고 받으며 조화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평생동안 동고동락한 듯이 느껴질 정도이다.

어제 MBC[100분 토론]에서 [나꼼수]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거기에서 [나꼼수]를 비난하는 말을 요약하면, “Fact에 성실하지 못하다 · 주제선정과 토크내용이 진보 편파적이다 · 선동하고 경박하다”이겠다.
 
<100분 토론 : 나꼼수 12/14  중앙일보 김진 기자 발언 2분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7999879
 
음식요리로 말하자면, Fact는 싱싱한 재료이다. 재료가 싱싱하지 않으면 음식솜씨가 아무리 좋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꼼수]든 조중동이든 대통령이든 삼척동자든, 모든 이야기에 Fact에 성실하려는 노력은 기본이다. 음식요리에서 재료의 싱싱함을 따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지만, 세상사에서 Fact의 신선도를 말함에는 많은 문제점이 끼어든다. 결국 법원에 맡길 일이겠으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녹록치 않다. 아무튼 싱싱한 Fact를 위한 성실한 노력은, [나꼼수]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매체에게 중요한 일이다.

싱싱한 Fact를 위한 성실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수많은 Fact들의 輕重先後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관계구도를 어떻게 솜씨있게 요리해내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선동하고 경박하다”는 말도 여기에 함께 관련되어 있다. 이것을 논의하는 것은, 어느 누구 개인이나 어느 하나의 사건만으로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세상 전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얼마만큼 건실하고 신뢰할만 한가에 관련된 문제이며, 특히 언론계 · 법조계 · 정치계를 향한 신뢰성 문제이다. [나꼼수]가 이렇게 히트를 치게 된 게, 언론계 · 법조계 · 정치계를 향한 신뢰가 심하게 무너졌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걸 총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말하자면, [나꼼수]를 “Fact에 성실하지 못하다 · 선동하고 경박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이에 덧붙여서, [나꼼수]는 세상이 Fact라는 허울에 가려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틈새 틈새에 흐르는 ‘진짜 Fact’들의 실감나는 움직임을 ‘토크쑈’라는 이름을 걸고서 생생하게 이야기해 준다. [나꼼수]는 기존언론을 유언비어로 여기고 틈새언론을 ‘진짜 Fact’로 믿는 세상이라는 증거이다.


 
< * 11월 3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한·미 FTA를 주제로 한 '버라이어티 가카 헌정 콘서트, 나는 꼼수다'가 진행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 5만여명(경찰 추산 1만600여명)이 모여 < 나꼼수 > 4인방의 거침없는 발언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나꼼수]의 “주제선정과 토크내용이 진보 편파적이다”는 말은 옳다, 추상의 이론이 편파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의 실천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의 모든 것은 편파적이다.( 서양 근대문명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허구 중에 하나가 ‘객관성’이라는 낱말이다. ) 우리는 그 편파적인 게 서로 뒤섞여서 다양한 개성을 보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나꼼수]처럼 스스로 ‘편파방송’이라고 선언하는 게 오히려 솔직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척하는 게’ 오히려 위선이다. 조중동은 그 얼마나 보수 편파적인가, 한겨레 경향 오마이도 그 얼마나 진보 편파적인가? 어찌 언론만 그러하겠나? 이 현실의 구체적인 삶이 끊임없는 그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문제는 “편파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르게 편파적이냐 아니냐?”이다. 그렇다면 이젠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기준과 정도를 가늠하는 일이겠다. 일단 기준은 ‘다수결’이다. 그게 바로 이 땅에서는 선거이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일단 칼자루를 잡는 거다.( ‘다수결’이 반드시 옳은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50-100년쯤 되는 국내와 세계의 큰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차암! 쩝쩝ㅠ.ㅠ )

지금 세상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일단 [나꼼수]를 비판한 쪽이 잘못이다. 그러나 그 잘못된 비판을 이쪽 토론자가 제대로 깐깐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안타깝다.( 진중권이 이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진중권이 오바한 점도 있다.  너무 오바하면 안 되는데 ... .  진중권 발언 관련기사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cul&arcid=0005651042&cp=du )  그래도 “[나꼼수]가 부러워서 시기하고 질투하지 말고, 당신들도 [너꼼수] 같은 걸 만드세요!”는 제대로 한 말이다. “누가 옳은 지 알 수 없잖아요? 일단은 선거에서 이겨야 합니다. 정치가 萬事입니다. 정치는 투표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투표는 올바른 萬事이고, 잘못된 투표는 잘못된 萬事입니다. 국민 여러분, 내년 두 선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투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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