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완득이] 원작 소설보다 더 재밌다.
@강추[완득이] 원작 소설보다 더 재밌다.
  • 김영주
  • 승인 2011.11.1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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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완득이]는 소설[완득이]를 각색해서 만들었다. 소설이나 만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영화에서, 그 두 가지를 함께 본 영화는 [다빈치 코드] [이끼] [마당 암탉] 그리고 [완득이]이다. [다빈치 코드] [이끼] [마당 암탉]은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보았지만, [완득이]는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나중에 보았다. 내용을 이미 알고 보는 영화라 재미가 많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흔히 영화보다는 원작이 훨씬 더 좋다고들 말하는데, [이끼]말고는 원작보다 영화가 더 좋았다. 영화[완득이]는 스토리와 내용의 큰 흐름이 소설과 같지만, 다른 점도 많다. 그 다른 점이 소설보다 더 자연스럽고 좋다. 각색을 잘했기 때문이겠지만, 감독이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 그래선지 3주째 1위를 달리고, 갈수록 관객이 늘어나고 있단다. 벌써 3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좋은 영화에 관객이 몰리니 좋은 일이다. )

상황설정이나 대사가 소설보다 훨씬 리얼하고 생동감 있으며 재미있다. 많이 웃었지만, 씁쓸함이 깔린 범상치 않은 웃음이어서 더욱 좋았다. 주연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내기도 했지만, 조연들도 매우 적절했다. 이웃집 아저씨 김상호의 심술이 가득담긴 표정과 개업식에서 막걸리병 거꾸로 들고 나가는 장면 그리고 그 여동생이 동네 수퍼 앞에서 막걸리 마심서 내숭떠는 모습이 참 정겨웠다. 체육관 관장, 참 실감났다. 파출소 장면 · 연애편지 장면 · 옥탑방 앞 평상에서 뽀뽀장면 · · ·, 참 훈훈하고 정겹고 재미있는 명장면이다. 필리핀 엄마가 처음엔 꾀죄죄하고 초라했는데, 가족을 찾아가면서 표정도 점점 밝아지며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참 자연스럽다. 그 배우가 연기를 잘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잘 그려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버스터미널에서 필리핀 엄마와 완득이가 서로 보듬어 안아주는 장면은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소설에는 없는 장면이다. 그런데 아주 좋다.( 소설에도 영화에도 나오는, 똥주선생 아버지 만나는 장면은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악덕업주 이야기를 다른 에피소드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 )

소설[완득이] 대중재미 B+, 소설기법 B+, 삶의 숙성 : 공화파D0 · 민주파B+ · 사회파A0.
영화[완득이] 대중재미 A0, 영화기술 A0, 삶의 숙성 : 공화파D0 · 민주파B+ · 사회파A0.
그렇다고 예술적 역량이 소설작가가 영화감독보다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에선 영화로 말하기 어려운 등장인물의 속마음이나 갈등을 좀 더 섬세하게 그려낸다.  위의 학점은 대중의 관점에서 매긴 것이다.( 삶의 숙성 학점도, 대중의 관점을 기준으로 내 구별법을 담아서 매긴 것이다.  그러니까 '공화파 ` 민주파 ` 사회파'라는 구별도,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공화파 관점을 가진 대중 `  민주파 관점을 가진 대중 ` 사회파 관점을 가진 대중'의 입장을 내가 미루어 짐작해서 만든 구별법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통밥일 따름이다. )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2187&videoId=32489&t__nil_main_video=thumbnail

영화 분위기가 [방가? 방가!]와 비슷해서 [방가? 방가!]의 점수를 찾아보았다. 대중재미 A0, 영화기술 B+, 삶의 숙성 : 공화파D0 · 민주파B+ · 사회파A0. 거의 같다. 대중재미에 같은 학점을 주긴 했지만, 꼼꼼하게 따지자면 [방가? 방가!]가 더 웃기고 더 재밌다.( 그런데 [완득이]만큼 히트치지 못해 안타깝다. ) 삶의 숙성에서 보다시피, [방가? 방가!]는 사회파 입장에서 만든 영화이다. 코미디영화이지만 이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풍자한 ‘씁쓸한 웃음’의 블랙코미디이다. [완득이]도 그러하다. <창작과비평사>에서 출판한 소설답다. 장애인 아빠 · 필리핀 엄마 · 불우한 어린 시절 · 가난에 찌든 동네 · 초라한 옥탑방 · 공부와 담쌓은 학생 · 욕설과 싸움으로 이어지는 나날들. 그런 완득이가 불량학생에서 양아치로 그리고 험악한 깡패나 범죄자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똥주선생과 킥복싱 관장의 도움으로 화목한 가정을 찾게 된다.

이렇게 해피엔딩하니까, 독자나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진 않는다. 그러나 열에 예닐곱이 깡패나 범죄자로 흘러든다는 생생한 현실을 눈 감았다거나, 완득이네의 특별한 경우를 마치 그들 모두가 그렇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듯이 호도했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현실 세상에선, 외국인 노동자 · 조선족 노동자 · 북한 새터민 · 노숙자 · 비정규직 · 청년실업자들이 완득이네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점점 좋아지는 쪽으로 간다기보다는, 어두운 뒷골목에서 눈물 젖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설움에 복받치는 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중산층이 심하게 무너지고 있고, 어두운 구석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가파르게 많아지고 있다. 이젠 기름진 풍요로움으로 잔치를 벌이기보다는 어두운 구석에 따뜻한 햇볕을 비추어주어야 한다. “완득이네처럼 잘 되어야 할 텐데!”로 덕담이나 불쌍한 이웃을 돕는 성금을 내는 수준에 그칠 일이 아니다.  따뜻한 햇볕을 사회제도로 만들어내야 한다.  강조점이 성장에서 복지로 가야 한다. 하지만 복지병의 수렁('생산에 농땡이, 소비에 빈대!'라는 공짜심보)을 조심스레 살펴보면서 그 노선과 스텝을 잘 잡아가야 한다. 그런데 복지병을 삼가 조심하는 염려는 보이지 않고, 복지의 따뜻한 혜택만을 강조한다. 복지병을 조심하는 경각심이 없는 복지의 주장은, 머지않아 또 다른 수렁에 빠져서 70시절의 영국병처럼 ‘시장 만능주의’에게 다시 덜미를 잡히게 된다.

강추합니다. 굳이 영화관에까지 갈 영화는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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