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달도 안됐는데… 상처투성이
광주시가 지난 9월 광주읍성터를 따라 낙후된 시내를 회생시키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다며 시내 10여 곳에 세운 ‘광주폴리’ 작품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세워놓고 작품설명도 없어
보행자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황금로 콜박스 사거리에 설치된 광주폴리의 한 작품인 ‘기억의 현재화’. 작품이 설치된 지 2달이 안됐지만 지나가는 차량 하부에 수차례 긁힌 자국으로 작품이 크게 훼손됐다.
여기에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버린 껌 조각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는가 하면 차량에 의한 긁힘을 막기 위해 인근에서 누군가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안전삼각콘을 놔두어 작품으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 역할을 위해 설치된 작품으로 동양의 가구식 구조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었다는 구(舊) 광주시청 사거리에 설치된 또 다른 작품인 ‘열린 공간’.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열린공간’에서 공연 등의 활동을 본 적이 없다며 “처음 설치됐을 땐 공연도 하더니 지금은 가끔씩 신기한 모습에 사진 찍는 사람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작품 위에 빈물병을 비롯해, 일회용 종이컵 등의 쓰레기를 올려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기억의 현재화’와 ‘열린 공간’ 주변엔 작품 설명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2일 ‘기억의 현재화’를 찾은 박아무개(47)씨는 작품설명을 찾아봐도 없어 당황했다.
정현윤 담당자는 “모든 작품에 설명을 부착해놨지만 시민들이 자주 만져 몇몇 곳에 설명서가 움직이거나 분실된 것 같다”며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상인과 마찰 2달 째 계속
주변 상인 설명에 따르면 “기초적 공사가 끝난 뒤 약 10개 정도 망을 설치했다가 제거했다”며 “10월 말까지는 진행상황에 대해 결정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설명된 ‘99칸’은 ‘시각적 공해로 작용하는 무질서한 간판들을 가리는 캐노피형태의 긴 폴리 구조물로 구상’이라고 되어있지만 상가들을 가린다는 이유로 마찰이 계속되어 공사가 늦춰진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엔날레 측은 “몇 차례 주민설명회와 인근 주민들에게 공사 착수 전에 조감도를 보여드렸다. 그 후 진행을 했지만 그림으로 봤을 때와 실제로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이 달랐던 것 같다”며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가지고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푸른길, 3개의 폴리 추가 설치
비엔날레 측은 현재 25억여원을 들여 설치한 10개의 폴리 외에도 8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푸른길을 따라 농장다리, 서석교회 앞, 조선대 정문 앞에 작품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치 예정 작품 중 농장다리는 지난 9월 준공식에서 10월 초 준공예정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13개의 폴리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게재했다. 심지어 농장다리에 예정되어 있는 승효상 작가의 폴리는 조감도까지 올려져 있다. 홈페이지와 지도 위치 표시만 믿고 폴리를 찾아갔다가 폴리는 없는 ‘평범한 길’을 볼 수 있다.
또한 올해 공사가 진행 될 농장다리 외 서석교회 앞과 조선대 정문 어반 폴리는 내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 관리, 누가하는가?
11월 중 광주폴리의 유지·관리는 광주문화재단 측으로 인수인계된다. 그 후 문화재단은 관리 외에도 여러 가지 문화적인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폴리가 광주의 ‘문화도시’ 이미지와 관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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