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7년간의 요구사항, 이제는 실천을...
<특별기고>7년간의 요구사항, 이제는 실천을...
  • 참교육학부모회 최은순 지부장
  • 승인 2011.10.0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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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2005년 6월 22일 처음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이 학교 밖으로 드러나면서 대책위를 구성해 3년에 걸친 외롭고 지난한 투쟁을 했다. 자식을 키우고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철석같이 믿었던 학교가 공포니 도가니였다는 사실에 기가 찰 듯이 분노했기에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 싸움에 동참했다.

시청, 광산구청, 시교육청을 제집 드나들듯 했고, 수많은 기자회견, 집회, 삼보일배, 250여일에 걸친 광산구청 앞 천막농성, 인화학교를 가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청에서 천막수업 진행, 진정서제출, 서명운동을 통해 이 사건을 전국에 알리려는 노력을 했음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울었고, 시민들에게 서운했고, 분노마저 느껴졌다.

2008년 성폭력관련 재판이 끝나면서 대책위 활동도 소홀해졌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사건이기에 대책위를 해산할 수는 없었다. 그랬던 것이 뜻하지 않는 도가니 열풍을 계기로 다시 더 큰 조직과 역량으로 활동을 재기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영화는 7년 전의 사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기억해 달라고 한다. 또한 실천을 통해 다시는 제2의 도가니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에게 용기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이 영화를 통해서 사건을 알게 된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관계기관에 항의전화를 하고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이 떠들썩해지자 경찰, 교육청, 구청, 시청에서는 특별대책반을 조직해서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들의 행동이 도가니열풍에 밀린 제스처가 아니라면 왜 7년 전에 이렇게 행동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책임자로서 사과를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인화학교를 폐교하고 모든 학생들의 전학조치까지 마무리를 했다고 한다. 광산구청은 인화원과 보호작업장, 근로시설 등을 폐쇄하기로 했고, 광주시는 사회복지법인 우석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경찰에서도 특별대책반을 구성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하려는 묻고 싶다.

우리 대책위에서는 5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철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일이 다 해결되었는데 왜 굳이 천막을 쳐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 관계기관들의 대책은 우리 대책위가 7년 전부터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그러나 관계기관들이 도가니열풍에 밀려 적극적인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천막을 치는 이유는 이들과 대치하고자 함 보다는 공무원으로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칠 경우 자칫 물러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그들이 주춤하지 않도록 때로는 견제 하고, 필요에 따라 적극 지원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7년 전의 상처로 지금껏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꾸준히 강구하기 위함이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인가 취소를 강제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 사회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대책위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 새롭게 제시되는 기준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법이 개정되어 부도덕한 법인에 대한 제제를 통해 더 이상 도가니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 열풍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이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먼저 불을 끄지 않는다면, 또한 주위에 불씨를 꾸준히 옮겨 지핀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고 또 다른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씨로까지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나 자신부터 지켜보지만 말고 시청 천막농성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행동을 시작해 본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광주지회 최은순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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