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수능. 배짱 좋게 맞장 떠보자!
애들아, 수능. 배짱 좋게 맞장 떠보자!
  • 노영필 전남고,철학박사
  • 승인 2011.09.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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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고3 담임인 나의 관심은 우리반 아이들의 수능대박이다. 날이 갈수록 간절해진다. 3년 동안 처절하도록 고생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반드시 대박이 나야 할 일 아닌가. 언제부턴가 이 나라 고등학생은 섧다. 애오라지 대학입시에만 매달려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대박나기가 어디 쉬운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문제가 쉬우면 상위권이 걱정이고 문제가 어려우면 중하위권이 부담이다.

누가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이 고달픈 수험생활을! 경쟁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정말 시험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없을까. 우문우답이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경쟁의 늪에서 탄생하지 않았던가. 그런 태초의 경쟁으로부터 세상의 한 가운데로 끌어 놓은 뒤 시험이 모태신앙인냥 온통 헷갈리게 만든다. 그저 받아들여야할 생래적 현실이라면 부담이 아니어야겠지만 어느 시험인들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는 전쟁터다. 국민공통교육임무를 수행하는 학교는 대부분 인성을 기르고 창의성을 키우는 지혜의 전당이 못 된다. 대학마저도 진리의 상아탑을 쌓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올려 취업의 관문을 뚫어야 하는 전사들을 양성하는 곳일 뿐이다. 아이들 앞에는 정서적 동지는 없고 합리성에 반항하는 감정적 적군만이 아우성이다.

아이들의 현실은 정서와 합리성의 날개를 균형 있게 유지하지 못해 더욱 삭막하다. 책상머리는 따뜻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감성이 메마른 전선이다. 탄약을 가지러 갈 시간이 아까워 책상머리맡에 박스 채 두고 책과 씨름이다. 잠도 편히 잘 수 없는 상태에서 입시전투로 긴장하고 있다. 그뿐이랴. EBS교재에서 출제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부모들은 입시 지식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아니 복잡하고 다양해서 적응하기가 너무 어렵다. 학교에서 설명하지만 한 두 번 듣고 손에 쥐기 힘들다. 사전 정보를 갖지 못하면 그것도 난제 중의 난제이다. 대학마다 전형 조건이 다르고 선발유형이 천차만별이다. 입학사정관제다, 수시형이다, 정시형이다, 내신형이다, 모의형이다,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하기만 하다.

급기야 아이들이 호소해 온다. 뒷목이 아프다, 영문 모를 부담감의 두통에 시달리는 아이들, 불면에 시달려 머리가 뻐근하다는 아이들부터 소화가 되지 않아 밥맛이 없다는 아이들, 돌맹이를 짊어지고 있는 듯 묵직한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이, 인생을 건 절대절명의 부담 앞에서 3학년 교실 풍경은 참담하다. 교실은 말 걸기도 어렵고, 숨소리내기도 편치 않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시선은 꼭 정신 나간 사람 같다. 이렇게 비지땀을 흘리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오늘따라 더욱 안타깝고 착잡하다. 오늘 종례시간에는 부모된 마음으로 아이들이 끝까지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다. 심리적 안정과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애들아! 힘내라! 배짱 좋게 맞장 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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