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운천저수지를 ‘西湖’로 부르기
[특별기고]운천저수지를 ‘西湖’로 부르기
  • 탁인석/서호명명추진위원장
  • 승인 2011.07.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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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인석/ 서호명명추진위원장,문화수도포럼 상임대표
우연이라면 우연한 일이다. 광주의 중심이랄 수 있는 서구는 여러 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을 한다. 서구에는 두 개의 호수가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생활 속에 살아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울뿐더러 호숫가를 걷는 코스가 일품이다.

그 옛날 농업용수 정도였던 저수지가 조경과 길이 잘 닦여져서 호수로 변하고 현대화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심 속에 자칫 메마를 수 있는 시민의 정서에 물기를 촉촉이 적셔주는 것이다. 자연은 그대로 두어도 좋지만 다듬어서 더 좋은 경우가 운천저수지, 풍암저수지이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또한 운천저수지는 빌딩숲 속에 있어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빌딩 사이에 잔디공간만 있어도 좋게 보이는데 호수가 그 공간에 있으니 오다가다 보면 짜임새가 있는 모습이다. 운천저수지는 봄의 벚꽃, 여름의 홍련, 가을의 홍엽, 겨울의 석화가 가득하다고 한다.

누군가 말했다. ‘물과 숲과 꽃, 음악,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웃음이 가득하니 가히 신명승지라 할 만 하다. 조금 과장하면 중국 항주의 서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다. 크기야 비견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운천이 서호보다 좋은 듯 싶다. 서호가 서시(西施)를 기리는 호수라면 운천은 광주에 사는 가인(佳人)들의 호수다.’
그런데 우리는 문화의 변화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시대는 변했고 도시화되고 디지털화 된 세상에 살고 있는데 그 옛적 농경시대 용도로 불렀던 ‘저수지’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생각의 전환도 문화운동의 큰 역할이다.

그런데 ‘운천’이라는 지명이 광주시민에게 좀 낯설다. 상무대니 돌고개니 금남로니 남광주 등의 이름처럼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중앙회 회장과 겨울 운천저수지를 거닐면서 우연히 툭 튀어나온 착상이 ‘西湖’이다. 길가다 부딪치는 우연이 아니라 깊은 내공에서 나온 우연이었다.

서호는 서구에 있는 호수이니까 당연 서호로 불리어 주어야 함은 당연하다. 서울의 숭례문(崇禮門)을 남대문, 흥인문(興仁門)을 동대문으로 부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호라 부른 것은 서구에 있는 호수란 뜻이다.
중국의 항주를 말할 때는 서호가 떠오른다. 항주의 서쪽으로 펼쳐진 서호는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로, 서호 안에는 소동파가 만든 소제(蘇堤)와 백락천이 만든 백제(白堤)가 있다.

둑 위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호수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서호가 너무나 유명하여 중국에 36개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원, 일본의 후쿠오카에도 서호를 본 따 만든 호수가 있다. 정철 선생의 관동별곡에 ‘금강대 맨 윗층에 선학(仙鶴)이 새끼 치니 서호 옛 주인을 반겨서 넘노난 듯’이라는 시구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운천저수지를 서호라 부르면 우선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항주에서 세계의 관광객을 부르는 유구한 역사의 아름다운 큰 호수 ‘西湖’를 연상케도 한다. 우리나라 지명 중에 중국 지명과 중복되는 지명도 많지만 서호는 중복이라기보다 서구의 중심 호수의 준말로 우선 받아들여진다.

도시 속의 ‘운천저수지’ 보다는 ‘서호’가 아름답게 들리고 낭만스럽고 역사가 있을 것 같다. 그곳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을 것 같은 어감이다. 운천저수지를 서호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운천저수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품격과 역사가 한껏 업그레이드된다.

중국 서호가 백낙천, 소동파, 임포 등의 대시인과의 관련으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듯이, 광주 서호에도 의미 있는 문화인물을 여러 형태로 조각해놓고 현대와 만날 수 있는 연출을 한다면 새로운 문화역사가 시작될 것이고 문화운동이 될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광주에 오면 ‘가볼 곳이 없다’가 아니라 서호로 모시면 된다. 중국과 관련되면서 우리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의 수많은 문화단체를 활용하여 꼭 돈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서호에서 시낭송도, 판소리도, 재즈음악도, 영상 등등을 한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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