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훌륭하고 너무나 부럽다.
[정의란 무엇인가?] 훌륭하고 너무나 부럽다.
  • 김영주
  • 승인 2011.04.18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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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Sandel의 이 책이 지난 해 60만부가 넘게 팔렸단다. 그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해 연말에 교육방송에서 그의 강의를 12부작으로 밤늦게 방영하였다. 그의 강의가 방영되는 줄 미처 몰랐다가 3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1편과 2편을 보지 않아서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강의진행도 빨랐다. 최근에 다시 방영하였다.  빠짐없이 녹화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천천히 보았다. 책은 보지 않았으니, 그의 강의만으로 이야기하겠다.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강의 예고편 4분>  http://www.youtube.com/watch?v=O9bOIYnGqbs&feature=related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정반대 세상’으로 뒤집어 졌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앞 50년에 일본을 통한 서양문명이 그러했고, 뒤 50년에 미국의 시장주의가 그러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그 100년 이전의 조선시대를 잘 알아야 하고, 앞 50년에 넘쳐흐른 일본문화와 뒤 50년에 넘쳐흐른 미국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의 시장주의 문화이겠다. 시장주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문화는 지금 우리 사회와 내 자신 그리고 내 자식들이 살아가는 삶을 온통 뒤덮고 있다. 시장주의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19세기 이래로 공화파 · 민주파 · 사회파 · 공산파가 있다. ‘시장 vs 정부'에, 공화파는 90% vs 10% · 민주파는 70% vs 30% · 사회파는 30% vs 70% · 공산파는 10% vs 90%를 주장한다.( 1990년대 이후로 공산파가 무너지면서 공산파를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사회파는 아직 남아있지만 그 내용이 50% vs 50%쯤으로 바뀐 것 같다 ).

70년대에, 존 롤스가 민주파를 향한 ‘정의론’를 주장하자, 로버트 노직이 반대를 하며 공화파의 ‘시장만능주의’를 강렬하게 주장한다. Sandel은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존 롤스 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내 책 [시장주의, 그 신화와 환상]에서 자세하게 말했듯이, 이들 모두가 근대 ‘경험적 실증주의’의 수량화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 출발점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내 노선은 Sandel의 주장보다 조금 더 진보적이어서 장하준과 매우 비슷하다. 내 책과 Sandel의 강의는 시장주의 문화의 뿌리를 말하고 있고, 장하준의 책들은 그 줄기를 말하고 있고, 강준만의 책들은 그 가지를 말하고 있다( 내 책이 Sandel의 강의보다 더 뿌리 쪽이다 ).

그의 강의는 훌륭하다. 제레미 벤담의 功利주의에서 시작해서 존 스튜어트 밀과 존 로크를 말하고 마침내 존 롤스와 로버트 노직을 대립시키면서 임마뉴엘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강의는, 매우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이끌어 간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인지 결론지으려고 한다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면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배려하는 '이성의 방황'이라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그 내용이 철학적 접근이니 일반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개념의 바다’에 허우적대는 ‘지겨운 철학’은 아니니까, 맘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보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일시정지해서 보거나 다시 되돌려서 보면 그나마 보기가 조금은 더 수월할 것이다.




표류하는 배의 선원들 · 글자퀴즈 대회의 일등상 · 자기 아이들의 게임 · 유명인들의 세금 · 골프대회에서 장애인 문제 ` 대학입학시험과 소수집단 우대정책 · 징병제도와 애국심과 인종차별 · 결혼제도와 동성혼 · · · 과 같은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아서, 학생들의 다양한 견해를 이끌어내어 서로 주고받으며 실감나게 논쟁하고 정리하며 다음 논점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못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다. 특히 ( 시장주의의 문제점에서 내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 ‘태생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차이로 인한 빈부격차를, 논점으로 잡아서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고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30분의 24강좌’로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살아가는 시장주의의 핵심포인트를 콕콕 찍어서 그렇게 짜임새 있고 생동감 넘치도록 이끌어가는 그의 강의솜씨가 놀랍고 부러웠다.  강의하는 중에 농담을 하거나 본의 아니게 살짝 흐트러지는 모습 그리고 강의를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로 "쌩큐! 쌩큐! 쌩큐!"를 연발하면서 어색하게 쑥스러워는 모습에서, 그의 따뜻함과 순박함이 정겹게 다가왔다.  知와 德이 함께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주의 세상의 뿌리를 이해함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잘 정리하면서 이끌어가는 강의이기에, 혹시 딱딱하거나 지루해 보이더라도 꾹 참고 꼭 보길 바란다. 아쉬운 게 있다면, (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내용까지 담아내라는 건 무리이지만 ) 근대 사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시대적 상황에 따른 문제의식 그리고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공화파와 민주파’의 분화 현상을 실감나게 담아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터인데 . . . . “자유지상주의 · 차등의 원칙 · 서사적 자아 · 공동체주의 · · · ”처럼, 번역을 지나치게 직역해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나 오해할 낱말들이 여기저기에서 거슬렸다.

 

 

* 대중재미 : 토론에 익숙한 사람 A0 · 익숙하지 못한 사람 C+ ( 내 재미 A+ ), * 강의기술 A+, * 삶의 숙성 : 공화파 B+ · 민주파 A+· 사회파 B0 ( 내 견해 A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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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만 못 하는 한국인들, 정의에 갈증 느끼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0.08.21 00:24 / 수정 2010.08.21 00:2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는 “민주주의와 다수결주의(majoritarianism)는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히마티온(옛 그리스인의 겉옷)만 두르면 딱 고대 철학자처럼 보일 것 같았다. 서양인치곤 호리호리한 체구에 목소리는 작고 조곤조곤했다. 그의 얼굴엔 평생에 걸친 사색과 명상의 흔적이 담담하게 배어 있었다. 그의 강의가 하버드대생들을 열광케 하는 건 아무래도 ‘지혜의 힘’ 때문인 것 같았다.

인터뷰는 그의 숙소인 조선호텔에서 20일 오전에 이뤄졌다. 그는 사흘간의 살인적 일정에 파김치가 돼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지적 탐험이 즐거운 듯했다.

- 하버드대에서 당신 강의는 매 학기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정의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할수록 정의로운 삶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를 공부하고, 그에 대한 책을 읽어도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건 아니다. 나는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독자들 스스로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정의를 말한 철학자들의 주장에 도전하게 하기 위해서다. ”

- 당신 책이 한국에서 30만 부 넘게 팔린 건 혹시 한국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사회가 부정의 하니까 정의를 더 갈망하는 게 아닌가.

“(웃으며) 나는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철학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곤 꿈도 안 꿨다. 한국 사회가 부정의해 내 책이 많이 팔렸다는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정의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치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이 존재한다. 또 시장의 영향력이 강력해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갈증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 왜 유독 한국인들만 갈증이 큰가.

“그 대답은 여러분이 나한테 해 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을 하려는 열망이 많다는 건 좋은 것이다. 건강한 자극이다.”

- 한국의 교육열은 유명하다. 그런데 교육을 많이 받으면 더 정의롭게 살 수 있는 건가. 아니면 교육보다는 인간의 품성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품성이다. 교육 수준이 높다고 더 정의롭게 산다는 보장은 없다.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는지가 핵심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해 정의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과 예술, 역사, 인문학 등을 배워야 한다. 사회 지도자가 될 학생들은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덕적 도전들에 대해 질문하고 배워야 한다.”

- 그게 당신이 정의론을 강의하는 이유인가.

“그렇다. 하버드대의 내 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무료다. 유튜브나 하버드대와 PBS(미국 공영방송) 웹사이트, 아이튠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맘대로 퍼갈 수 있다. 하버드대의 한국 학생들이 한글 자막을 넣겠다고 하더라. 중국어로도 번역됐다.”

- 처음 강의를 시작했던 30년 전과 지금 학생들은 많이 다른가.

“개인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생각이 더 강해졌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미국 평균보다는 진보적이다. 그래서 정확히 알긴 힘들지만 바뀐 건 사실이다.”

- 당신은 정의가 공정하고(fair) 좋은 것(good)이라고 했다. 공정함은 소득과 권력, 기회의 공평한 분배와 관련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분배가 잘된다고 좋은 사회는 아닌 것 같다. 분배를 강조한 공산주의는 좋은 사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의에 있어서는 좋은 것(goodness)이 공정함(fairness)보다 우선하는가.

“좋은 지적이다. 사실 공산주의는 공정하지도 않았다. 또 공정한 사회가 좋은 사회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좋은 사회는 공정함과 배분의 문제를 뛰어넘어 일정한 가치와 도덕적 규범이 실행되는 사회다. 교육, 건강, 시민정신, 환경, 예술, 우리가 서로를 대할 때 더 나은 것을 지향하는 태도를 갖는 것 등이 좋은 삶의 특징이다. 나는 좋은 삶이 뭔지 모르면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가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 당신의 주장은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주장과 비슷하다.

“그렇다. 그 부분에선 그가 맞았던 것 같다.”

- 전쟁터에서 살기 위해 적군을 쏴 죽인 병사를 비난하긴 어렵다. 결국 정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닌가.

“전쟁터에서도 정의의 문제가 생겨난다. 군인이 적을 죽이는 것과 민간인을 죽이는 건 다르다. 정의롭다는 건 적절한 수단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 그에 합당하게 행해졌느냐는 문제다.”

- 내가 궁금한 건 시간과 공간, 상황을 초월하는 보편적인(universal) 정의의 원칙이란 게 있느냐는 것이다.

“아주 일반적인 원칙 수준에서 답하자면 그렇다. 정의는 각자에게 마땅히 돌아갈 정당한 몫을 주는 것이다. 그게 정의의 원칙이다. 문제는 각자의 몫이 얼마만큼이냐는 것이다. 철학자들도 정의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논쟁이 생긴다. 구체적인 상황, 시간과 공간에 따른 갭(gap)은 우리가 채워 가야 한다. 정의의 의미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철학자가 통치하는 사회가 가장 정의롭다는 플라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철학자들이 좋은 왕이 될 것 같지는 않다(웃음). 철학자 대부분은 비실용적이고 공공 영역(public affairs)에 관한 지식도 없다. 혼란스럽고 편견이 있어도 정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도전했다. 그게 철학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해야 한다.”

-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민중의 이름으로, 다수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민주주의는 쉽게 오도(misled)될 수 있다. 어떤 정치 시스템이 최선인가.

“ 민주주의와 다수결주의(majoritarianism)를 구별해야 한다. 무조건 다수의 주장에 따르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건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공동선과 정의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선동 정치가나 폭군을 지지하는 다수는 민주시민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하고 논쟁하고 추론하고 숙고하지 않는 다수는 군중(mob)일 뿐이다. 그래서 교육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투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다수결주의인데 착각이다. 시민적 삶(civic life)과 대중적 심사숙고(public deliberation), 시민 교육(civic education)의 질에 모든 게 달려 있다.”

-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국가들 중에서 가장 정의로웠던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지금 그걸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김종혁 문화스포츠에디터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마이클 샌델(57교수) 1980년 2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 전공은 정치철학. 그의 ‘정의’ 강의는 20여 년 동안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그는 극장식 강의실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학생에게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도덕적 딜레마를 소재로 강의한다. ‘열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섯 사람을 희생시켜야 한다면 그걸 실행하는 게 옳은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같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강연 동영상을 웹사이트(justiceharvard.org)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 『정의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이 책은 국내 출간 석달 만에 30만부 이상 팔렸다.

1975년 미국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82년 미국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1971년)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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