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투구꽃의 비밀] 흥행성공의 비밀
[각시투구꽃의 비밀] 흥행성공의 비밀
  • 김영주
  • 승인 2011.02.1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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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볼 영화로, [평양성]보다는 [각시꽃]을 찍었더랬다. 극장에서 볼 영화를 찍을 때면 <한겨레신문>의 ‘적정관람료’코너를 많이 참고하는데, 6000원 아래인 영화는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각시꽃]이 5800원이었다. 김명민과 한지민을 향한 호기심 때문에 잠시 갈등했지만, 의상과 미술이 싼티난다는 말에 정이 뚝 떨어지면서 [평양성]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양성]에 실망해선지 [각시꽃]의 김명민과 한지민에 자꾸 눈길이 가던 차에, 관객이 3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단다. 허탕칠 셈치고 갈증을 풀기로 했다.
 
 

허탕이라고 할 껀 없었다. 이거저거 볼만한 점도 있고, 이래저래 불만스런 점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하고 실없는 잡담으로 노닥거리며 호프 두어 잔 걸친 셈치면 되겠다. 너무 실없는 잡담만 하다가 헤어지니 좀 허전해서 다음엔 함께 등산이라도 가야겠다는 심정쯤이랄까? 김명민과 오달수의 허당 개그라는 새우깡안주에다가 청순한 한지민이 도끼눈으로 메이크업한 제법 매운 고추안주가 함께 있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8015&videoId=29663

의상과 미술이 싼티 나진 않았다. 다행이다. 요즘 사극 드라마나 영화가 의상 소품 무대 미술을 마구잡이로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눈가에 기름때가 끼는 듯한 역겨움을 주는 일이 많다. 얼마만큼 고증에 충실하고 얼마만큼 현대적 감각이나 이국적 풍치를 곁들일 지 저울질을 잘 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셜록 홈즈를 잔뜩 흉내 낸 ‘조선 명탐정’이라는 소재에서부터 이미 조선풍물의 고증에 연연하지 않을 꺼란 예감을 준다. 그 내용이나 대사를 비롯해서 첫 장면의 출발부터 끝까지 영화 모든 게, 겉모습만 조선시대고 속모습은 오늘날이다. 한지민의 객주방이 스타일리쉬 감각패션으로 잡스럽긴 했지만, 역겹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산뜻했다. 김명국의 騎驢圖를 패러디해서 보여주는 몇 장의 색채 동양화도 깔끔 단정해서 좋았다.

김명민의 몸체는 조선판 셜록 홈즈의 깐깐함이지만, 걸친 의상은 시티 헌터의 허당 개그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캐릭터를 일본만화[시티 헌터]의 코드로 잘 버무렸다. 그게 감독의 연출 능력인지 김명민의 연기 능력인지 헷갈린다. 그렇다고 엄청 코믹하진 않고 피식피식 웃는 정도이다. 김명민을 무명시절부터 눈여겨보던 터에, [불멸의 이순신]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더니, [하얀 거탑]에선 신들린 듯이 딱 들어맞았다. 웬일인지 영화에선 별로 돋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이번엔 코믹한 캐릭터를 맡았단다. 그가 연기에 워낙 치열하니까 못할 역할이 없겠지만, 과연 흥행에 성공할까 궁금했다. 오달수는 그 허당 개그에 한 몫 하지만, 항상 보아왔던 그런 모습이라 유별나게 돋보이진 않는다. 검은 자객으로 나오는 배우가 다른 영화에선 항상 꾀죄죄한 엑스트라 쯤이었는데, 여기에선 강단진 악역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액션과 표정연기를 보여주었다. 또 다른 모습을 기다린다. 한지민이 청순한 이미지에서 사뭇 달라진 팜므 파탈이 매운 고추맛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중간에 다시 청순한 모습으로 돌아와 버린 게 영화 전체에 긴박감을 떨어뜨리고 추욱 늘어지는 감을 주었다. “걍 매서운 팜므 파탈로만 쭈욱 밀고 가지 ... . ㅉㅉ”



 
한지민이 팜므파탈을 벗어나면서 영화흐름이 지루하게 늘어지는데, 스토리의 내용마저 굳이 너무 설명해대니 더욱 늘어지고 긴박감이 추욱 쳐져버린다. 천주교도를 탄압하는 설정이 너무 장황하고 고지식하다. 거기에 김명민까지 얼렁뚱땅 끌어들이니 더욱 그러하다. 이 영화 전체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괜찮은 작품이 될 가능성을 놓치고, TV드라마 수준의 이야기 전개에 잡스런 추리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셜록 홈즈]나 [시티 헌터]정도의 재미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게다가 마무리 10분쯤이 찌질하다. 마지막 청나라 장면은 없어야 했다. 호박에 금만 그으면 그게 수박인가? 처마에 샛빨간 중국 호박등만 매달아 놓고 그게 청나라란다. 에이 참 쩝쩝 ... . 이 정도론 안 된다. 이번 흥행성공은 설날에 발맞추어 김명민의 허당 개그와 한지민의 팜므 파탈을 앞세운 홍보로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한 덕이다. 행여나 이번 흥행 성공을 성공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다음 번엔 좀 더 짜임새 있고 긴박감 있게 만들어야 할 게다. * 대중재미 B+(내 재미 C+), * 영화기술 C+, * 삶의 숙성 : 공화당 D0 · 민주당 D+ · 사회당 F.

* 뱀발 : 곰만큼 큰 개가 나오는데, 그런 개가 있나? 아마 그래픽이겠지? 어딘지 모르겠지만, 호숫가에 우람하게 솟은 절벽 바위가 절경이었다. 홈피로 들어가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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