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 김영주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1.01.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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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에 대중성이 함께 하길!

내가 정치에서 민주파와 사회파의 중간쯤이어서인지, 예술에서도 약간 부드러운 사회파 리얼리즘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담긴 리얼리즘 미감을 높이 찬양하면서도 ‘그 처절한 슬픔’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워 한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부라더스]가 그랬다. 이 세상에 유행하는 분위기가 이런 미감하고는 정반대쪽인지라, 이 미감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거니와 감동하거나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쉬운 말로 무겁고 어려우며, 한 마디로 재미없다. [와이키키]는 7080세대들에게 익숙한 가요나 팝송을 소재로 하였기에, 그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얼마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7080세대가 아니면, 이 영화에 감흥이 아마 반도 되지 못할 게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여기저기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와이키키]에 감동으로 그녀의 영화를 많이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려서 만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녀는 “이번 영화에 실패하면 제도권 속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가 꼭 성공해야 했다.”며 절박한 심정을 말했다. 그래서 대중성을 많이 배려하고 작품성을 많이 누른 걸까? 실망했다. 그러나 흥행에는 성공해서 400만 명이라는 관객몰이를 하였단다. 실망했지만, 장차 그녀의 작품을 기대하면서 일단 대중성의 성공에 안도하였다.

그 다음 작품 [날아라 펭귄]을 보았으나,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모습이 너무나 고지식하고 상투적이어서 [우생순]보다도 더 실망했다. 대중성도 잃고 작품성도 잃어버렸다. 아! 임순례도 첫 작품이 생애 최고의 작품에 그치고 말 것인가! 모든 작품을 항상 잘 만들 순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와이키키]처럼 좋은 작품을 만든 감독이 [날아라]를 어떻게 그 정도로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타까워했다. 그녀도 이창동 감독처럼 작품성으로만 승부를 걸어야 했을까? 이번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만들었다는데, 그녀다운 작품 같았지만 [날아라]에서 많이 실망해서인지 기대감이 그리 솟지 않았다. 그래도 맘 한 켠에 궁금증이 남아 늦으막에야 보게 되었다. [와이키키]처럼 감동하지는 않았지만 참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임순례 감독에게 기대감을 다시 되찾아서 다행이다.

‘먹보’라는 소에게 오버랩되는 이미지가 다양하다. 신식기계 트랙터에 밀린 소는 시골 부모에게 얹혀사는 노총각 시인에게 그대로 오버랩된다. 여기에 주인공의 구겨진 방황을 불교의 尋牛圖에 빗대고, 옛 애인과 엮이면서 사고로 죽은 친구의 이미지도 겹쳐든다. 오버랩되는 이미지들 틈새를 오고가는 정감과 애환 그리고 쿨한 여주인공과 여린 남주인공 사이에 끼어드는 갈등과 화해로 이어가는 장면과 대사들이 상당히 깊고 맛있다.

화면과 영상을 리얼리즘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감상어린 과장이 섞여든 건 아니지만, 겨울 잔설에 아직도 차갑게 얼얼한 바람을 타고 골골이 사리며 피어난 진달래와 이제 막 산뜻하게 터오르는 벚꽃이 감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쌀쌀한 초봄을 즈음하여, 깊은 산골에 숨어든 절간의 풍치도 다소곳이 아련하였고, 동해 바닷가 그 새파란 너울과 파도가 그윽하게 찬연하다. 게다가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모르게 이끌어가서 그 애틋한 풍경들이 더욱 환상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주어진 처지와 삼각관계를 설정하는 구도가 어설프거나 어색하고, 영화 후반부에 현실과 꿈을 이어가는 과정이 편집을 잘못했나 싶을 만큼 어리둥절해서 상황파악을 어렵게 했다. 특히 서울 장면이 생뚱맞다. 다르게 처리하거나 다른 장면으로 그려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야 어떠하든, 임순례 감독에게서 실망이 아니라 다시 희망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낸다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해내야 할 일이다. * 대중재미 C0,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C+ ·내가 정치에서 민주파와 사회파의 중간쯤이어서인지, 예술에서도 부드러운 리얼리즘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담긴 리얼리즘 미감을 높이 찬양하면서도 ‘그 처절한 슬픔’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워 한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부라더스]가 그랬다. 이 세상에 유행하는 분위기가 이런 미감하고는 정반대쪽인지라, 이 미감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거니와 감동하거나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쉬운 말로 무겁고 어려우며, 한 마디로 재미없다. [와이키키]는 7080세대들에게 익숙한 가요나 팝송을 소재로 하였기에, 그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얼마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7080세대가 아니면, 이 영화에 감흥이 아마 반도 되지 못할 게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여기저기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와이키키]에 감동으로 그녀의 영화를 많이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려서 만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그녀는 “이번 영화에 실패하면 제도권 속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가 꼭 성공해야 했다.”며 절박한 심정을 말했다. 그래서 대중성을 많이 배려하고 작품성을 많이 누른 걸까? 실망했다. 그러나 흥행에는 성공해서 400만 명이라는 관객몰이를 하였단다. 실망했지만, 장차 그녀의 작품을 기대하면서 일단 대중성의 성공에 안도하였다. 그녀가 “예전에는 100만 명이 보고 99만 명이 극장문을 나가는 순간 잊어버리는 영화보다는 3만 명이 보더라도 2만 명이 기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 . 그러나 [우생순]을 많은 관객들이 보아주니까, 깊은 성찰이나 영향을 주진 못하더라도 관객이 2시간 동안 즐거움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가 하려는 것을 훼손당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영화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녀의 말마따나, 작품성이 너무 훼손당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 다음 작품 [날아라 펭귄]을 보았으나,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모습이 너무나 고지식하고 상투적이어서 [우생순]보다도 더 실망했다. 대중성도 잃고 작품성도 잃어버렸다. 아! 임순례도 첫 작품이 생애 최고의 작품에 그치고 말 것인가! 모든 작품을 항상 잘 만들 순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와이키키]처럼 좋은 작품을 만든 감독이 [날아라]를 어떻게 그 정도로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타까워했다. 그녀도 이창동 감독처럼 작품성으로만 승부를 걸어야 했을까? 이번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만들었다는데, 그녀다운 작품 같았지만 [날아라]에서 많이 실망해서인지 기대감이 그리 솟지 않았다. 그래도 맘 한 켠에 궁금증이 남아 늦으막에야 보게 되었다. [와이키키]처럼 감동하지는 않았지만 참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임순례 감독에게 기대감을 다시 되찾아서 다행이다.

'먹보'라는 소에게 오버랩되는 이미지가 다양하다. 트랙터에 밀린 소는 시골 부모에게 얹혀사는 노총각 시인에게 그대로 오버랩된다. 여기에 주인공의 구겨진 방황을 불교의 尋牛圖에 빗대고, 옛 애인과 엮이면서 사고로 죽은 친구의 이미지도 겹쳐든다.( 여기에 피터와 폴이라는 서양이름까지 끼어드는 것은 괜한 군더더기 같았다. 만약 피터와 폴이 예수교의 베드로와 바울을 상징한다면 더욱 그렇다. 원작 소설에선 이 이미지가 제대로 살아나는지 모르겠지만. ) 오버랩되는 이미지들 틈새를 오고가는 정감과 애환 그리고 쿨한 여주인공과 여린 남주인공 사이에 갈등과 화해로 이어가는 장면과 대사들이 상당히 깊고 맛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6424&videoId=29119&t__nil_main_video=thumbnail

화면과 영상을 리얼리즘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감상어린 과장이 섞여든 건 아니지만, 겨울 잔설에 차갑게 얼얼한 바람을 타고 골골이 사리며 피어난 진달래와 이제 막 산뜻하게 터오르는 벚꽃이 감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 쌀쌀한 초봄을 즈음하여, 깊은 산골에 숨어든 절간의 풍치도 다소곳이 아련하였고, 동해 바닷가 그 새파란 너울과 파도가 그윽하게 찬연하다. 게다가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모르게 이끌어가서 그 애틋한 풍경들이 더욱 환상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주어진 처지와 삼각관계를 설정하는 구도가 어설프거나 어색하고, 영화 후반부에 현실과 꿈을 이어가는 과정이 편집을 잘못했나 싶을 만큼 어리둥절해서 상황파악을 어렵게 했다. 특히 서울 장면이 생뚱맞다. 다르게 처리하거나 다른 장면으로 그려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야 어떠하든, 임순례 감독에게서 실망이 아니라 다시 희망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낸다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해내야 할 일이다. * 대중재미 C0,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C+ · 민주파 A0 · 사회파 B+.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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