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의 먹이사슬에 뒤엉킨 복수극
[부당거래]의 먹이사슬에 뒤엉킨 복수극
  • 김영주
  • 승인 2010.11.0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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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완 감독의 영화에 그리 열광하지 않았다. 액션에 많은 집착을 갖고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몇몇 멋진 장면을 보여주긴 했지만 대체론 인공조미료가 들쩍지근하다. 세상사 어두운 그늘을 일반 관객에게 재미있게 그려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그 솜씨와 능력이 어중간하고 그리 깊지 못하다.( 그 중 [주먹이 운다]가 보여준 사회의식과 리얼 액션이 가장 맘에 든다. )
 


[부당거래]에선 액션에 집착하지 않고, 스토리 흐름을 몰아붙여서 긴장감을 잠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 황정민 · 검사 유승범 · 건달 유해진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황정민은 [와이키키 부라더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뒤에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달콤한 인생]에서 악당 백사장 역할이 참 대단했다. 이 영화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 주지만, 몇 군데 좀 서운하다. 검사 유승범, 그 동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법한 양아치 스타일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와이키키 부라더즈]에서 술집 종업원 역할과 [주먹이 운다]에서 소년원 복서 역할이 가장 맘에 든다. 이 영화에서도 새파랗게 도도한 검사 역할을 잘했지만, 검사답지 않게 지나치게 경박하고 촐랑대는 게 거슬린다. 그런 캐릭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검사의 리얼러티가 떨어진다.  건달 유해진, 인상이 악당이나 조연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의 연기는 맡은 역할에 여간 정성스럽지 않다. 그 궂은 역할 사이사이에 진정성이 서려있다.( 김혜수 같은 여우가 그 정성과 진정성을 잡아낸 듯하다. ) 쓰레기장 협박에서, 목소리 깔면서 “너, 지금부터 범인해라!” 소름이 쫘악 돋았다. 조연도 좋다. 황정민 부하들도 유승범 사무실 팀장도 대충 그 정도면 무난하고, 유해진의 그림자 부하도 인상적이다. 특히 유괴범 역할이 상당히 돋보였고, 그의 정신장애 부인은 워낙 정신장애인 같아서 출연자 코너를 찾아보았더니 명단에 없다. 요즘 조연으로 떠오르는 송새벽도 잠깐 출연하였지만, 그 진면목을 맛보기엔 출연시간이 너무 짧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4870&videoId=29145&t__nil_main_video=thumbnail
 
일반 관객은 선과 악을 선명하게 갈라서 몰아붙여야 재미를 느끼지만, 난 선과 악이 겹쳐서 오고가야 더 재미있어 한다. 이 영화는, 초반엔 선과 악을 선명하게 갈라서 몰아붙이다가 후반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선과 악을 겹쳐 넣는다. 그래서 초반엔 재미를 덜 느끼다가 후반에 들어서면서 흥미진진해졌다. 그런데 후반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 반전에 좀 억지스럽고 구멍이 뚫려있어서 대단하게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스토리가 상당히 탄탄한데, 조금 서운하다. 마무리를 화끈하고 개운한 선에서 끝내지 않고 좀 더 끌고 간 게 영화의 완성도를 오히려 갉아먹는다. * 대중재미 A0 ( 내 재미 B+ ),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D0 · 민주파 A0 · 사회파 B0.
 


[아저씨]에 맞먹는 재미가 다가왔다. 두 영화를 이거저거 저울질해 보았다. [아저씨]는 사뭇 잔혹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이 영화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좋았다. 배우의 존재감에, [아저씨]는 원빈 혼자서 독보적으로 빼어남에 비하여, 이 영화는 세 배우가 나누어 보여주기에 독보적인 맛은 없다. 조연들은 두 영화가 다 좋지만, [아저씨]의 조연들이 더 생생하게 깊은 맛이 있다. 액션이 주는 맛은 [아저씨]가 훨씬 화끈하고 개운하다. 스토리는 둘 다 짜임새 있으면서도, 그 스토리의 소재가 상투적이어서 좀 서운하다. 둘 다 세상사 어두운 그늘을 고발하는 작품이지만, [아저씨]는 인신매매단의 악랄함을 고발함에 반하여 이 영화는 상류층의 비리를 직설로 까발리는 맛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래서 일반 관객들은 [아저씨]보다 이 영화를 더 재미있어 할 법하다. 더구나 덜 잔혹해서 덜 부담스럽다. [아저씨]가 620만 관객을 모았다고 하니, 이 영화는 700만 관객을 넘기지 않을까?

그래도 난 [아저씨]가 좀 더 재밌다. 원빈의 빼어난 존재감과 그 강렬한 액션 그리고 싱싱하게 퍼덕이는 조연들의 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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