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그리고 청소
먼지 그리고 청소
  • 명등룡
  • 승인 2010.10.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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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등룡(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

집에 TV가 없어서 평소 드라마하고는 거의 담을 쌓고 지냈는데, 최근 돈까지 내게 하면서 저를 끌어당기는 한편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이라고 하는데 금난전권(禁難廛權-시전상인이 정부와 연합하여 확보한 독점상업특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부랴부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요즘에 대형할인점(SSM)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이고, 중소상인들께서 크게 들고 일어나고 있는 때라 더욱 궁금하였습니다.

대형할인점(SSM)의 무분별한 유통시장 독점은 가격경쟁으로 일시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달콤한 사탕이지만 결국 동네의 중소상인들을 몰락  시킴으로서 장기적으로는 큰 상인들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어 자기들 마음대로 가격횡포를 부리게 될 것임으로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인 대다수의 서민들이 입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점매석은 별 다를 게 없음에 놀랐습니다.

민심 맞서는 어리석음 큰 후과 초래 

더욱 놀란 것은 당대의 집권세력인 노론의 수장이 했던 말입니다. 노론은 시전상인들을 보호하는 대가로 뇌물을 상납 받아 자신들의 정치적 지배력을 유지해왔고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날 수도 있는데 그 수장은 예상을 뒤엎고 임금의 금난전권 폐지에 동조합니다.

그러자 노론의 한 유력자가 “어찌 그런 결정을 하셨냐”고 역정을 내자 그가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여보시오, 우리 노론이 지난 100년 동안 집권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줄 아시오, 우리 노론은 임금하고는 수 없이 맞섰지만 민심과는 결코 맞서지 않았기 때문이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물론 시전의 모든 특권을 폐지하거나 자신들의 부정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장은 이미 들끓고 있는 민심에 맞서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후과를 초래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치의 핵심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4대강, SSM, 사교육 확대, 의료민영화 추진, 각종 청문회 등 온갖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이만한 드라마면 돈이 좀 들어도 봐줄만 하지 않습니까? 왜 대통령은 87년 이후 23년 만에 4대 종단이 나서서 단식투쟁으로까지 호소하는 4대강 중단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을까요? 어제까지 날을 세우고 대통령에 맞서기도 했던 현 여당의 유력자가 오늘은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을까요? 제 1야당은 당론이 4대강 중단임에도 왜 새로 당선된 대표는 4대강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감싸고 돌까요?
쌓이는 먼지, 누군가는 청소해야   

이번 추석을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 친구가 제게 물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친구는 과거에는 공사였다가 지금은 민영회사가 된 회사의 간부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자신이 겪은 직장생활의 소회를 정리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부정비리는 어쩔 수 없는 거다, 적당히 눈감고 살지 않거나 누군가의 줄을 대지 않고서는 살아남기가 너무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자네도 이제 적당히 타협하고, 어느 정도는 자네 몫도 챙겨서 미래를 준비할 나이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조심스레 권고하였습니다.

한동안 고민 끝에 저는 “그래, 아무리 닦아도 먼지는 쌓이듯이 세상은 자네 말대로 완벽하게 깨끗할 수는 없네, 그러나 그런다하여 청소를 게을리 한다면 그 집은 결국 사람이 살 수가 없을 것이네, 또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결국은 제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에 불과한 옹색한 답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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