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이안 감독 그리고 락음악
[테이킹 우드스탁] 이안 감독 그리고 락음악
  • 김영주
  • 승인 2010.08.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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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의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 영화를 찾은 사람은 많이 실망할 것이다. 미국 락음악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궁금증이 있는 사람 말고는, 거의 맹물에 가까울 정도로 별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없고, ‘인간극장’처럼 평범한 일상의 생활다큐 스타일로 담담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작품성에 거창한 감동을 느끼기도 어렵다. 어떤 락가수의 공연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주인공이 마약 먹고 뿅 가는 장면 말고는 특이해 보이는 점도 별로 없다. 대중재미 D0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공화파D0 민주파B0 사회파A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6050&videoId=28220&t__nil_main_video=thumbnail

이안 감독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음식남녀]였고 그 다음엔 [와호장룡]이다. 영화를 잘 만들기는 했지만, A급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영화 [헐크]를 보곤 “[와호장룡]으로 뜨니까, 미국 헐리우드에 스카웃 당했구만!”, 재주가 많다며 피식 웃었다.( 장면을 이리저리 쪼개는 테크닉이 돋보였다. 이번 [우드스탁]에서도 그 테크닉을 조금 바꾸어서 보여주었다. ) [브로크백 마운틴]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동성애를 탐탁해 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않다가, [색/계]가 보여준 그의 실력에 깜짝 놀라고선 그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웅장한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잔잔하면서도 웅숭깊은 맛이 나는 영화였다. 히스 레저라는 배우를 건성으로 흘려 넘기다가 처음으로 눈여겨보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색/계]에서도 놀랐고 이 영화에서 놀랐지만, 그 놀란 점이 다르다. [음식남녀] [와호장룡] [색/계]를 만든 중국인이, 미국문화의 상당히 내밀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토록 섬세하게 잡아내어 그려낼 수 있을까? 신기했다. 그런데 이번 [우드스탁]에서도 그랬다. 6070시절의 히피문화를 섬세하게 알고 있는 냄새가 물씬 났다.



인터넷 마당에 들어가 그의 이력을 뒤져 보았다. 78년, 25살에 미국으로 유학가서 연극과 영화를 공부했단다. 그는 이미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센스, 센서빌리티](1995)에서 서구인의 삶을 동양인이 섬세하게 그려낸 이채로운 작품으로 평가받으면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까지 받았단다. 이어서 70시절 미국 중산층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한 [아이스 스톰]과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광기를 그린 [Ride With The Devil]로 미국 영화계를 놀라게 했단다. 나도 많이 놀랐고, “나는 저예산 헐리우드영화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많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돈은 창조적인 자유를 말살한다. 너무 적은 돈은 영화를 어렵게 만든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 감동 먹었다. 그래서 [색/계]라는 대중재미로 돈 버는 영화를 만든 뒤에, [우드스탁]이라는 돈 못 버는 영화를 일부러 만든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냥 겉모습만 보고 흘려 넘길 작품이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스필버그에게선 '공화 온건파' 냄새가 나고, 이안에게선 '사회 온건파' 냄새가 난다. ) 



락음악은 흑인의 블루스 음악이 거대도시로 흘러들어오면서, 밑바닥 인생들의 애환과 분노를 담아내게 된다. 그러다가 미국60년대의 인종차별 · 월남전 반대 · 핵무기 반대 · 여성해방 운동을 만나면서, 보수세력의 잘못된 국수주의나 권위주의를 비난하며 자유 · 사랑 · 평화 · 자연을 외치는 저항수단이 되었다. 68혁명과도 밀접해진다. 난 20세기 냉전의 모든 걸 싫어하며, 여기에 기생하는 국수주의와 권위주의를 더욱 싫어하기 때문에, 그 색깔로 보자면 난 락음악과 친밀해야 맞다. 그런데 난 락음악이 싫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69년 우드스탁 페스티발, 그 앞 쪽 60시절의 락음악은 그리 역겹거나 힘들지는 않는데, 그 뒤 70시절의 락음악은 ( 이글스의 Hotel Califonia · 킹 크림슨의 Epitaph · 스모키의 What can I do · · · 쯤 몇 개 말고는 ) 온 몸을 두들겨 맞는 듯이 힘들고 때론 폭력적이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한 연주와 노래가 역겹다. 특히 헤비메탈과 펑크가 매우 불편하다. 그 기계음색과 퇴폐적인 난장판도 싫지만, 60년대 히피문화의 문란과 퇴폐가 지나치다고 보며, 특히 70년대 이후에 락음악이 돈벌이의 수렁에 빠지면서 그 문란과 퇴폐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더욱 싫어졌다. 세상 모든 게 그 밝음과 어둠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락음악과 히피문화는 그 어둠이 지나치게 거칠고 퇴폐적이다. 그래서 진보 쪽에서 “락은 저항이다!”고 아무리 외쳐도, 보수 쪽에서 “락은 악마다!”고 비난하는 건 이유 있다. LIFE잡지가 만든 다큐10부작[The History Of Rock N Roll](1995)만큼, 그걸 자세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아직 없다.
 
 
헤비메탈의 대표적인 락밴드 - KISS

락음악을 비롯한 현대예술의 그 지나친 그로테스크는 서양문명의 뿌리에 박힌 ‘대립존재론’의 극단성에서 비롯되었다. 진보 쪽에서 락음악을 비롯한 현대예술이나 대중문화를 무턱대고 찬양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서양문명의 뿌리에 박힌 수렁을 보지 못한 잘못이다. [올드 보이]이야기나 “예술영화는 왜 재미없거나 괴이할까?” 그리고 ‘광주비엔날레 미술’을 비판하는 글에서 이미 얼마쯤 말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비판하는 예술평론을 아직 본 적이 없다. 내가 써 보려고 맘 먹고 있지만, 언제쯤에나 쓸 지는 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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