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다크 나이트]이전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다크 나이트]로 감동을 먹고선,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셉션], 앞 영화[다크 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이라는 글귀를 선명하게 앞세우면서 선전이 요란하다. 그 요란한 모양새가 좀 꺼림칙했지만, 그런 사소한 걸로 [다크 나이트]의 감동을 저버릴 순 없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은 [2012]이나 [투모로]와 많이 비슷하면서도 스케일이나 긴박감이 약해 보였고, 액션은 [본 씨리즈]나 [미션 임파셔블]과 거의 비슷하면서도 여기저기 빵구나고 어설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타이타닉]에서 예리한 반항아의 앳된 마스크가 참 신선했는데, 나이 들어 골격이 굵어지면서 뒤틀린 옹고집이 옹이처럼 박혀드는 이미지로 별로 탐탁치 않다. 마리앙 꼬띠아르, 에디뜨 삐아쁘의 일생 [라비앙 로즈]에서 열연한 그녀가 뮤지컬[나인]에서 루이사와 동일한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그녀의 미모와 연기력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였다.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간절하지 못하다. [다크 나이트]에서 서운한 게 여자주인공이었는데, 이 좋은 여배우를 이런 정도 밖에 그려내지 못한 게 안타깝다. 소녀 엘렌 페이지도 그저 고만고만하다. ‘여자와 사랑’에 별로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고든 레빗, [500일의 썸머]에서 섬세한 청년이 냉혈한 킬러로 등장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킬리언 머피, 뒷 모습 씰루엣에 여자인 줄 알았다. 정신병적인 차가움이 서린 눈빛이 섬뜩하다. 냉혈한 악당으로, 고든 레빗과 킬리언 머피, 어느 쪽이 더 나을까? 또 다른 ‘히스 레저’를 기대해 본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나 요란한 액션을 눈요기 하는 대중재미가 A0만큼 있지만, ‘꿈과 무의식’을 오고가며 복잡하게 얽힌 어지럼증으로 대중재미가 B0로 내려앉고, [다크 나이트]의 대사처럼 간결하면서도 오묘하고 깊은 맛이 없어서 삶의 숙성도 많이 떨어진다. * 영화기술 B+, * 삶의 숙성 : 공화파 입장에선 C0 · 민주파 입장에선 D0 · 사회파 입장에선 F. 그 총점으론 [나잇&데이]보다도 낮아서, [다크 나이트]의 명성에 기생한 걸로 보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다크 나이트]의 감동을 잊지 못하니, 다음의 ‘배트맨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