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달래줄 소방수 없나
노동계 달래줄 소방수 없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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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점없는 동광주.캐리어 사태
중앙.지방정치,행정 제 역할 못해
춘투 앞두고 각분야 노사갈등 예고
지역 공동체 붕괴 위기감까지>



동광주병원과 캐리어사태 해결에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광주지역 노동계로부터 잇단 현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동광주병원이 파업에 돌입한 지 9개월이 지났고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캐리어 사태 역시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파행을 겪고 있다. 하남공단에 있는 신진정밀 노사가 한달째 대립하고 있는가하면 레미콘 업체인 금성레미콘도 5개월째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본격적인 임단투 협상이 시작되는 6월 한달동안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지역 환경위생노조, 사회보험노조, 전남대병원, 삼호중공업, 기아자동차, 한국통신 등 각 분야에서 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매년 5∼6월이면 이른바 춘투로 전국의 노동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는 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욱 열악해진 근로환경과 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반발로 저항의 정도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동광주병원과 캐리어사태 등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는 사안의 경우 단순한 한 사업장의 노사관계에서 촉발된 갈등이 광주지역 전체의 현안으로 비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노동계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현 정권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역에서 각종 노동현안들이 줄지어 터져나와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광주병원 파업9개월...국회의원도 손놔

동광주병원문제는 지난 95년 개원 이후 병원확장을 거듭해오던 사용자측이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간호사들이 노조를 만들자 지난해 말 전격 폐업, 손해배상 청구, 무차별 고소고발 등으로 일반시민들의 상식적인 균형감각마저 자극하면서 노동계의 틀을 벗어나 시민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이 때문에 지역 공동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됐지만 이른바 자치권력들이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착화돼가고 있는 가진자와 없는자의 20:80의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압력으로 지난 11일 광주시와 광주지방노동청, 노동관계기관, 경제단체 등의 대표들이 소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그 역할이 아직은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조정위 구성 후 18일이 지난 29일 첫 모임이 열렸지만 그동안 반복된 노조측의 입장과 사측 대리인의 사견만 듣는 회의가 되고 말았다.

이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의미있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벗어날 길이 없다.
정동채 민주당 시지부장이나 해당 지역구인 박광태 북구 갑 지구당 위원장, 심지어 지난 27일 광주를 방문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동광주병원 사태의 상황이 알려졌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이들의 행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상집 서구의회 의원이 관심을 보이며 릴레이 시위에 참가했을 뿐 광주지역의 시의원, 구의원 등 지역정치인들의 무관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캐리어 외국자본.비정규직 갈등 복합 근로계약 파기.폐업 등 파행

캐리어사태는 보다 구조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외국자본 제조업체인 캐리어에서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조가 탄생, 정규직화와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원청노조 및 관리직 직원들과 충돌한 뒤 하청업체의 폐업까지 이어진 일련의 경과는 한국경제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IMF 이후 정부의 외국자본 유치노력, 58%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비정규직의 확산, 또 이에따른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대립 등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국의 대형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격렬한 반발이 일어났고 또 현 정부의 본거지에서 이같은 상징적인 사태가 발발, 해결과정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주무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지방노동청이 지난 21일 캐리어가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리고 이같은 형태의 편법을 시정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캐리어는 28일 수백명의 비정규직의 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업체들은 폐업절차를 밟는 등 파행적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밖에 안되는 열악한 임금에 노동자의 지위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사회의 이단적 존재로 전락해버리고 만 셈이다.

광주지역에서 터져나온 두가지 현안에서 공통적인 것은 노동자들이 이같은 사정을 호소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동광주병원의 경우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사용자측에게 줄기차게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캐리어 원청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사내하청 노조와 공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 노동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고 사용자측은 법적처리만 내세우며 전면에 등장하지 않아 벌어진 노사간 간극이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이 때문에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차원이건 중앙차원이건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공동체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과 정치인들에게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데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분열은 민심 이반을 한층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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