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영화를 권하는 이유
깡패영화를 권하는 이유
  • 김영주
  • 승인 2010.07.1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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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바람]
깡패이야기는 영화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소재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무던히도 많이 보았다. 장동휘 박노식 김희라로 대표되는 6070시절의 깡패영화로부터 최근의 [바람] [내 깡패 같은 애인]에 이르기까지. 외국 깡패영화도 많지만, 70시절 알랑드롱의 [볼사리노] [르갱] 그리고 알파치노의 [대부] [스카 페이스] 뒤로는 눈에 띄는 게 별로 없다.( [갱스 오브 뉴욕]쯤이면 괜찮다 할까? )

깡패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사랑]이다.( [친구]를 100점으로 보자면 [사랑]은 70점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만한 깡패영화가 없다. ) 그 다음으론 [바람] [열혈남아] [내 깡패 같은 애인] [말죽거리 잔혹사]이다. [가문의 영광]이나 [똥파리]가 제법 괜찮지만, 내가 깡패영화는 비장감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가문의 영광]은 코믹영화이어서 낮은 점수를 주고, [똥파리]는 상당히 리얼한 점이 있긴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고 본다.  



* [바람], 작년 11월에 상영한 영화인데,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보았다. 그 내용과 대사나 등장인물들이 어찌나 실감나는지 그 시놉시스를 찾아보았다. 이성한 감독이 앞 영화 [스페어]의 주인공을 맡은 정우씨가 고등학교 시절에 실제로 경험한 ‘양아치 이야기’를 듣고서, 그걸 거의 그대로 생생하게 살려내고 싶었단다. 그랬다. 거의 그대로 생생하게 살려냈다. 그 생생한 리얼러티 땜에 잘못 보면, 깡패를 멋지다며 미화하는 영화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 첫 대목에 유난스레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글자를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강조한다. 내 이야기도 그렇게 오해할 소지가 있겠다. 청소년 열람조심!!!



온통 부산 머슴애 생짜 얼굴들이 출연한다. 같은 반 피닉스 뺀질이 · 옆 반 몬스터 친구 · 2학년 몬스터 고릴라짱 · 고릴라 오른팔 독종 · 짱개집 몬스터 선배 · 같은 반 밀대와 싸이코 · · · , 모두 다 그 때 그 시절의 그 놈들을 빼다 박았다. 특히 서면시장 패싸움에서 맨 앞장 선 놈의 카리스마에 오금이 저려왔다. 대사나 욕설의 감칠 맛이 [친구]나 [사랑]만큼 예술적이지는 못해도, 그 쌍스런 투박함이 펄떡펄떡 튀는 생선의 배때기처럼 번뜩이며 살아있다. 모든 장면이 리얼하지만, 특히 교실에서 공부와 담 쌓은 양아치들의 얄밉도록 뺀질거리는 삐딱함 · 짱깨집 방 몇 개를 터서 직사각형 테이블에 길게 도열하여 짜장면 먹는 선배와 후배들의 모습 · ‘몬스터’써클단가의 곡조와 가사에 흐르는 초절정 유치투박 · 서면시장 패싸움에서 맨 앞장 선 놈의 기선제압 氣싸움. 너무나 리얼하고 대단했다. 이성한 감독, 앞으로 많이 기대한다. * 대중재미 B0  * 내 재미 A0 ; * 삶의 숙성 : 공화파 입장에선 F · 민주파 입장에선 B0 · 사회파 입장에선 A0.( 팩트에 충실하다보니 그랬나? 마무리가 너무 허전해서 김빠진다. )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3531&videoId=25809&t__nil_main_video=thumbnail 

독특한 연출과 촬영,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독백을 바탕에 깔고 들어가면서 주인공이 얼마나 소심한 ‘얼치기 양아치’인가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솜씨 · 체육관에서 쭈구렁 표정과 목소리에 라면봉지 퍼부으며 두들겨 패는 장면 · 쓰레기장에서 맞짱 까는 장면 그리고 지던 놈이 짱돌로 면상을 찍는 ‘관람불가’ 장면. 배경음악이 완전히 국악이다.  용감하고 갸륵하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완전 국악으로 할 것까지야 있겠나?  얼마쯤 퓨전을 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앞 영화 [스페어]에서도 그랬단다. 앞 영화에선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선 완전 실패다.  * 영화기술 A0.
 
 

* [내 깡패 같은 애인], 이 세상의 어둠을 그리 어둡지 않게 그려가면서도 그 어둠의 아픔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좋다. 조금 코믹하면서도 그 웃음이 마냥 가볍지 않고 씁쓸하다. 그 접점을 잘못 잡으면 죽도 밥도 아니게 되는데, 그 줄타기를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솜씨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사회파가 보기엔, 똥파리 깡패와 취업재수생 여자라는 기본 설정이 비릿해 보일 수 있다. 공화파가 보기엔, 바닥인생들의 싸가지 없는 이야기를 미화시키는 게 마땅치 않겠지만 [똥파리]처럼 막가파가 아니라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그나마 다행스러웠겠다. 이런 정도의 우여곡절에다 이런 정도의 씁쓸함에 해피엔딩이니, 민주파 입장에선 딱이겠다. * 삶의 숙성 : 공화파 입장에선 C+ · 민주파 입장에선 A0 · 사회파 입장에선 B0.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3506&videoId=27609&t__nil_main_video=thumbnail

*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0. 이 세상의 어둠에 삶의 숙성이 담겨 있으면서도 일반관객들에게 별로 부담주지 않고 대중재미를 이만큼 이끌어낸다는 게 참 어렵다. 영화기술에 현란함도 없고 영상이나 음악 미술이 그리 눈에 띄는 게 없었다. 돈 적게 들인 냄새가 펄펄 나는데도, 이만큼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가상하야 영화기술에 A0학점을 주었다. 영화내용으로 보아서, 적은 돈으로 만드는 게 오히려 리얼러티가 더 살아나서 작품성이 더 높아진 게 아닐까? 만약 그 적은 돈에 딱 맞추어서 일부러 이런 소재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감독의 내공이 상당히 높은 거다. 이 한 편만으로 그런 저런 속내까지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열혈남아]처럼 묻혀버린 게 아니라 손익분기점 관객 60만을 무난히 넘겼다 하니, 다음 영화를 찍을 기회는 일단 잡은 셈, 다음 영화를 기다리겠다. 김광식 감독!



박중훈, 갈 데까지 차마 가지 못한 3류 깡패, 이 영화가 요구하는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 동안 그가 출연한 영화가 대충 이런 이미지였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가 완전 딱 맞춤이다. 술 한 잔 하자면 언제라도 낄낄대며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수더분한 친구 같은 배우이다. 그래서 [해운대]에선 벙~쪘던 모양이다. 그가 이런 이미지로 굳어있는 게, 배우로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도 따지기도 싫을 정도로 편안해서 마냥 좋다. 정유미, 이 영화에 딱 들어맞게 좋았다. 다부지고 당차면서도 여리고 착한 이중적인 모습이 참 잘 어울렸다. 연기력인지 자기 자신이 그런 스타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많이 성공하길 바란다. 나머지 조연들도 잘 어울렸다. 박중훈 쫄다구로 나오는 신참 깡패녀석가 제법 돋보인다.

감독의 각본 능력이나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를 뽑아내는 능력으로 보나, 앞으로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신참 깡패녀석만 스쳐지나가면서 씁쓸하게 끝나는 게 훨씬 여운 있고 좋았을 텐데 ... . 딱 하나 안타까운 게 마지막 장면이라니, 쩝쩝!
 
* 나도 한 시절 영화감독을 하고파 갈망했지만,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 ·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 · [바르게 살자]의 나희찬 감독 · [거북이가 달린다]의 이연우 감독이라는 '무서운 아이들'을 보면 주눅이 절로 든다.  [바람]의 이성한 감독 · [내 깡패 같은 애인]의 김광식 감독도 그렇다.  '대단한 아이들'이다.  세상이 개엿 같아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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