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할께요”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할께요”
  • 차광석 시민기자
  • 승인 2010.06.24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진씨의 장애인기능경기대회 탈락기

▲ 최근진씨가 지난 2008년 광주장애인전국체전에 참가했을 당시 모습.
“이번엔 입상을 못 했네요. 아마 4등인가 봐요.”

최근진(북구 망월동. 35. 지체장애 1급)씨는 입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자 등수를 알 수 없는 선수들 사이에 가장 높은 4등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번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시각디자인분야로 출전을 했지만 시험 봤던 컴퓨터에 만들어 놓은 작품이 저장이 되지 않아 컴퓨터를 옮겨 다시 부랴부랴 만들면서 “졸작이 돼버렸다”고 떨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근진씨는 곧 얼굴을 사뭇 진지하게 바꾸면서 속내를 털어 놓았다
“아마 6, 7개월 배운 실력으로 입상을 해 봤자 제 스스로 만족을 못했을 겁니다. 이번 대회로 제 부족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고, 진행 중인 맞춤 교육에 더 정진할 수 있는 각오가 생겼으니 저는 손해 본거 없습니다. 하하하”

밝은 얼굴로 긍정적인 마음을 보여주니 안심이 됐지만 그보다 먼저 그가 시각디자인분야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신기한 일이였다. 가끔 그는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어 여러 번 놀라기도 했지만 말이다.

▲ 최근진씨.
그는 원래 자기의 전망을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탁구, 역도, 육상 등 여러 종목의 선수 생활을 했고 역도 시절에는 전국체전 우승과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훈련비용은커녕 생활비도 없기 때문에 작년 12월부터 함평에 있는 전남장애인직업전문학교 애니메이션과를 다니며 취직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운동을 갑자기 멈춰 온몸이 근질거리고 마음속에는 육상트랙에서 휠체어 바퀴를 돌리는 생각뿐이었지만, 생활을 위해 잠시 멈춘 운동에 대한 미련으로 자칫 둘 다 제대로 못할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고 기숙사에서도 교실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년 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경기도 과천에 있는 한 업체에 낸 입사원서가 합격통지로 연결됐다. 아직 최종합격이 아니라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지식을 위한 맞춤훈련을 받아야 최종합격 여부가 결정되지만 일단 그 회사에서 필요한 기능을 위해 밤낮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저에게 맞춤교육의 기회를 준 회사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의 행사 때 과거의 사진과 인터뷰로 영상을 제작 상영하는 곳입니다. 동영상을 주로 다뤄 ‘애프터 이팩트’란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고 맞춤교육도 그 프로그램 운용에 집중 돼 있죠.”

기능경기대회 수상자 뿐만 아니라 국제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취업을 하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일 정도로 장애인들에게 취업은 문턱이 높기만 하기 때문에 근진씨의 취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대회에 수상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근진씨는 취업을 하고 적을 경기도에 두면 그곳에서 나가겠지만 내년에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는 꼭 참가할 생각이다.  다시 한 번 자기의 노력을 가늠해보고 싶기도 하고 장애인들은 무언가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서로 보여주고 서로에게 재활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일종의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1년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20대의 청년이었다. 장애를 가졌지만 얼굴엔 미소가 끊긴 적 없었고, 조금 친해진 나에게 한두 개의 계단은 휠체어를 점프로 내려가고, 강원래의 휠체어 댄스에 나오는 묘기를 자유자재로 보여주었다. 당시는 강원래씨가 사고 전이였으니 그의 그런 모습은 홍콩영화 종횡사해에서 주윤발이 추던 휠체어 탱고를 연상케 했었다.

그 때 그 모습처럼 쾌활한 모습으로 직업을 통한 사회생활에서든 멋진 장애인운동선수로서의 생활에서든 건승하고 도전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