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자전]과 [하녀]를 이야기하려 했는데, 가까운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된 슬픔에 야한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서, 이번 주엔 그 친구를 애도하는 맘으로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문득 일본 영화[우리 의사선생님]의 감흥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구구는 고양이다]와 [요시노 이발관]에 잔잔한 감흥이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돌이켜보니 그 동안 내 영화이야기에서, 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 ·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라는 애니메이션 말고는 일본 영화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굴 다르듯이 모두 낱낱이 다르다. 체질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살아온 삶의 발자취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알고 살아가다가도 “같은 사람인데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다를까?”하며 놀랄 때도 제법 있다. 인간 낯짝을 갖고서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때도 그러하지만, 한 시절 즐겨보던 <미녀들의 수다>에서 외국인들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들여다보며 “생활문화가 다르면, 저렇게까지 다를 수도 있구나!” 하면서 자주 놀랐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거리가 가장 가까우면서도 이런저런 갈등 땜에 반감이 많다는 뜻이지만, 그걸 떠나서 보더라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이래저래 다른 점이 상당히 많기도 하다. 누군가 말했다. “처음 1년엔 ‘어쩌면 이토록 우리와 비슷할까?’로 놀라고, 그 다음엔 ‘어쩌면 이토록 우리와 다를까?’로 놀란다.” 영화를 보아도 그렇다.
내가 일본 영화에서 좋아하는 쪽을 많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쪽을 많이 싫어하는 것은, 그들이 펼쳐 보여주는 그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가 많이 좋기도 하고 많이 싫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좋아하는 쪽이다. 얼핏 보기엔 현실의 리얼러티가 상당히 생생해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 현실을 비켜가는 몽상이 깔려있기 때문에 결국은 ‘일종의 꿈꾸는 환상’이라는 서운함이 있다. 이런 걸 두고 이름하야 ‘환상적 리얼리즘’이라 하겠다.( [이웃집 토토로]에 비하면, 뒤틀린 현실을 비켜가며 작가나 감독 스스로를 위로하는 ‘감상어린 도피’가 숨어있다. )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