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예절 실종 전시장 돼버린 푸른길
공중예절 실종 전시장 돼버린 푸른길
  • 나정이 시민기자
  • 승인 2010.05.28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레기 투기, 애완견 동행, 오토바이 질주도…경고표지판이 무색

지난 1월 29일 조선대 정문에서 광주역까지 2.88km의 푸른길이 조성되었다.

동구와 북구 주민들의 새로운 휴식처가 된 푸른길 4구간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을 정도다. 휴일에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환경단체에서 체험학습을 오기도 한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푸른길 사이사이에 놓여있는 벤치마다 노인들이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밤의 푸른길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차지라면, 낮의 푸른길은 딱히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의 차지다.

▲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푸른길에 경고표지판이 있음에도 애완견 동행은 물론 오토바이까지 무단질주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로 나누어져 있는 푸른길은 친환경적이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 속에서 건강을 지키고 생활의 활력을 느끼도록 한 푸른길이지만, 공중도덕을 무시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여러 가지 불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푸른길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쓰레기 투기금지, 애완견 출입금지, 오토바이 출입금지’ 라는 경고표지판이 버티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애완견들은 푸른길 곳곳에 대소변을 배설하여 미관을 해치기도 하지만, 불쾌한 냄새까지 풍긴다. 자신이 데리고 온 애완견의 배설물을 모른척하는 주인들의 잘못된 시민의식도 문제다.

심지어 애완견의 대소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애완견의 문제는 단지 대소변의 무단배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달려들어 깜짝 놀라게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날마다 푸른길에 나온다는 양모(72)씨는 개들 때문에 말동무를 잃었다고 했다. 항상 4살 난 손녀를 앞세우고 푸른길로 나오는 갑장의 말동무가 있었는데, 손녀가 갑자기 달려든 개 때문에 놀란 후로는 푸른길 가는 것을 무서워해서 못 나온다고 했다.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푸른길을 달리기도 하는데, 소음과 공해도 문제지만 무방비 상태로 있는 사람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가는 모습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위험을 느낀 노인들이 고함을 지르면 속력을 늦추기는커녕 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쓰레기(좌), 애완견을 끌고 산책을 나온 여성 이용객(우).
쓰레기의 무단투기 또한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빈 캔, 종이컵, 과자봉지들을 보면 과연 우리가 푸른길이 주는 쾌적한 휴식을 누릴 자격이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공공근로로 푸른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한다는 김모(67)씨는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뭇가지 사이나 수풀 속에 숨겨놓으려면 차라리 눈에 보이는 곳에나 버렸으면 좋겠다”고 못마땅해 했다.

그 밖에도 꽃이나 나뭇가지 꺾기, 야생화 불법채취, 옮겨 심은 나무가 튼튼히 뿌리 내리도록 받혀놓은 지주목 부러뜨리기 등의 문제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면 갖가지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개개인의 공중도덕이 필요한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