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하자
아이들과 마주앉아 이야기하자
  • 이옥순
  • 승인 2010.05.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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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빛고을시민생협 이사장

둘째아이 유치원 다닐 때다. 따뜻한 봄 햇살이 사랑스러운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막내아이 출산 전후 즈음이어서 바깥출입이 여의치가 않아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되어진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미안하지만 그때 얘기를 조금하련다.

하루는 아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져서 신발도 벗기 전에 “엄마, 엄마”를 외쳐댄다.
‘아이구야 숨 넘어 가겠네, 무슨 일이 길래 저리도 애가 탈까?’

“엄마 여기 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의 눈을 마주하고 앉았다.
“엄마 형은 엄청~ 잘 뛰어서 상 두개 받았고 나도 잘 뛰어서 상 받았어요 봐요.” “응 어디보자, 그렇구나.” 그제서야 아이 손에 상이라고 찍힌 공책 한 권이 들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둘째아이에게서 배운 교육의 교훈 

내가 운동에는 젬병인지라 기대도 없고 별 관심도 두지 않았건만 아이는 주절주절 어떻게 달렸고 기분이 어떤지 얘기가 이어진다. 열심히 듣고 있다가 부질없는 욕심이 일어 “그래 몇 등이나 했는데 상을 받았어?”

“으응 6등.”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6등을 했는데 상을 받다니 고개가 갸웃. 또 다시 묻는다. “그래 몇 명이나 뛰었는데?” “으응 6명.” 아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속생각에 ‘그럼 꼴찌잖아, 이 녀석아.’

차마 꼴찌라는 말은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6명 뛰어서 6등 했는데 선생님께서 상을 주셨어? 그래서 기쁜 거야?” “아니, 엄마 내가 끝까지 뛰었거든. 그전에 연습할 때는 내가 끝까지 뛰는 게 많이 힘들었거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렇게 어리석은 엄마였구나 싶었다.
아, 내가 많이 잘못생각하고 있었구나! 아이는 혼자서 끝까지 해냈다는 것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엄마라는 사람이 등수나 상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구나.

이것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이 여기까지일수밖에 없는 문제가 내 안에 있구나. 내가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성적보다 마음을 개인보다 협동을

물론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지만, 많은 이들은 또 그렇다.
엄마들이 모여서 자랑스럽게 하는 얘기들이 그렇다. 옆집의 아이는 몇 점을 맞았다는데, 내 아이는 왜 이런가? 라는 생각으로 속상해하면서 학원이라도 보내야지 그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게 엄마들의 맘이다.

아이의 시험기간에는 움직일 수 없는 엄마들, 고 3아이가 있는 집은 1년 이상을  아이들에게만 매달린다. 아이가 시험을 보는 건지 가족이 시험을 치르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아이의 학교성적 몇 점인지가 더 중요하고 좀 더 높은 점수를 맞게 하기 위해서 학원이며, 과외를 따로 또 시킨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멈춰야 한다. 놓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지금 바로 사랑하고 지금 바로 나누고/지금 바로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는다면/유보된 삶은 미래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 것이니”

박노해 시인의 시 ‘대지에 뿌리박은 나무들처럼’의 한 구절이다.

이제 엄마들부터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성적보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개인보다는 협동을 일등과 욕심보다는 사랑과 나눔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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