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시작일뿐 -민주당 정풍(整風)주도 김태홍의원
'거사' 시작일뿐 -민주당 정풍(整風)주도 김태홍의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본적으로 바뀔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초선의 김태홍의원(민주당 광주북을)이 비장한 결심을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인사책임자 문책요구는 '시작'에 불과하다. 차제에 전면적인 당정쇄신으로 판을 뒤집어엎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집권여당 정치인으로서의 위기감도 짙게 배어있다. 당연히 3차, 4차… '성명파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임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의원은 26일 전화인터뷰에서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지난 24일 동료의원 6명과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인사를 주도한 비공식라인의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돌출행동도 아니며, 단발성에 그칠 일도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다만 비공식라인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음 단계의 투쟁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여운을 덧붙여 대강의 윤곽을 잡아줬다. 24, 25일 이틀간 9명의 민주당 소장파의원들이 터뜨린 릴레이 성명의 핵심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비서진을 포함한 당정쇄신, 그리고 비선라인의 문책'. 정가에서는 '비선라인'의 몸통을 권노갑고문 등 동교동계와 동의어로 받아들이고 있다.

폐쇄적 인선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배척

김의원의 문제의식은 뿌리깊다. "개혁을 지향하는 국민의 정부에 걸맞게 양질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당체제가 운영 돼야 한다. 지금은 폐쇄된 인맥속에서 주요 직책들이 임명되기 때문에 당과 정부, 국가기관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폐쇄집단이 주요직책을 인선하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배척을 받게된다."

김의원은 이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5월에는 국회가 쉬는 기간이라 외국에 나간 의원이 많아 이번 성명은 숫자도 적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혀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제3, 제4의 움직임이 준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이번 '성명파동'이 단발성 돌출행동이 아니라 개혁성향의 소장파의원그룹에서 광범위하게 조직되고 있는 '거사'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미 지난해 9월 15일 "현재의 지도부로는 더이상 안된다"며 김의원이 포함된 '13인의 반란'이 있었고, 12월 1일에는 '동교동계와 권노갑 전최고위원의 2선퇴진'을 요구하는 '11인 서명파동'이 있었다. 이번 파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동채의원도 외유 돌아오면 가세할 것

광주·전남출신 의원가운데는 김의원외에도 정동채 민주당 광주시지부장(광주 서구)이 개혁움직임에 가세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현재 월드컵경기장 시찰차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정의원은 25일 '2차 성명'에 가담했다 막판에 이름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원도 원래 성명서 명단에 올랐으나 결벽증이 심한 한 의원이 위임받은 명단을 빼는 바람에 제외됐다"고 말했다.

정의원측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정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성명은 시기만 앞당겨졌을뿐, 두달후나 정기국회 직전에 액션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정의원이 28일 귀국하면 활약상이 있을 것이다"고 말해 정의원이 어떤식으로든 이번 당정쇄신 목소리에 힘을 실을 것임을 암시했다. 25일 2차 성명에 참여한 천정배의원(경기 안산을)은 목포출신이다.

이들 '거사 의원'들의 행보는 국민적인 지지여론으로부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의 지구당사무실과 국회 의원사무실에는 격려 7, 항의 3의 비율로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항의전화는 "국회의원 된지도 별로 안되고, DJ한테서 공천받아 나온×이 무슨 분란이냐", "너 그렇게 잘났냐, 누가 키워줬냐"는 내용이 주조를 이룬다. 반면 격려전화는 "시원하다. 민심이 안좋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민주당은 끝이다" 등이다.

김영집 참여자치연구소장과 강기정 21세기새정치연구소장 등 지역내 젊은층들도 "민주당내에서도 특정계보가 모든 정치를 좌우해 당내 민주주의가 없었다. 가신정치가 한국정치의 뿌리로 자리잡으면서 나타난 문제"로 인식하며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이번 '성명파동'은 지난 24일 김태홍, 정범구, 김성호, 박인상, 이종걸, 정장선의원 등 6명의 초선의원에 이어 25일 천정배, 신기남, 송영길의원이 '2차 성명'으로 가세하는 등 민주당 내 개혁성향의 소장파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