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계, 정리해고와 전면전
지역노동계, 정리해고와 전면전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3.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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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노동정책에 밀리면 끝장 위기의식 공감
‘4·1 지역연대 총파업’…금타·캐리어 문제 전면화

광주·전남지역 금속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폐투쟁의 선봉대로 나섰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형렬·이하 광전지부)는 지난 11일 광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광주지방노동청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금속노조 15곳 사업장 가운데 12곳에서 크고 작은 분규들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금호타이어지회와 캐리어지회가 인력구조조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적 배경이 됐다.

이명박 정부의 ‘친 재벌-반노동자’ 정책의 칼끝이 금속노조 핵심사업장을 정면에서 겨냥하고 있다는데 위기의 공감대가 모아진 것이다. ‘입술’이 사라지면 ‘이’도 시리게 마련인 법. 금속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분쇄 전면투쟁’을 결의하고 나선 이유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장형렬·이하 광전지부)는 지난 11일 광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광주지방노동청을 항의 방문했다.

▲ 민주노총광주지역본부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11일 광주지방노동청을 항의방문해 금호타이어와 캐리어의 정리해고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형렬 지부장은 “광주·전남지역 15개 단위 사업장 가운데 대부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생존권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본과 정권의 낡아빠진 노동정책을 박살내고 현장을 지켜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광전지부는 지난 6일 전국금속노조와 금호타이어지회,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분회가 참여한 가운데 ‘금속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오는 17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와 캐리어의 구조조정 문제 등에 대한 투쟁방침을 내올 계획이다.

장 지부장은 “금타 사태와 캐리어 사태에 대해 노동자 편에 서서 자기입장을 정확히 밝힌 지역기관장이 누가 있었느냐”며 “지역노동현안이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은 기관장에 대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정리해고 문제가 대 정부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백정남 광주본부장도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호타이어 사태와 로케트 해고자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것이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탓’이라고 쏘아붙였다.

백 본부장은 “현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상황을 일일이 지휘하고 있다”며 “여기서 금호타이어가 쓰러지면 다음은 기아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자본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하나하나 죽여가고 있다”며 “총파업을 통해 한데 뭉쳐 투쟁해야 정리해고를 막아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 캐리어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11일부터 광주지방정부합동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서상종 캐리어 지회장도 ‘먹튀 자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캐리어가 지난해 12월14일 정리해고를 단행한지 채 한 달도 못돼 인력채용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서 지회장은 “캐리어 자본이 지난 1월14일 사람이 없어서 공장가동이 힘들다며 비정규직 채용을 요구해왔다”며 “정리해고 한 달 만에 인력채용방침을 밝힌 것은 스스로 부당해고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년 동안 초국적 자본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다가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한국공장 폐쇄를 언급한 것도 분노를 자아냈다.

서 지회장은 “캐리어 사측이 올 상반기 내에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며 “특혜 단물만 빼먹고 도망치려는 캐리어 자본을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 관리·감독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1월 노조에서 회사유지를 위해 대폭 양보한 자구안을 제시하고 사측이 받아들여 어렵게 조합원들을 설득했다”며 “그런데도 미국본사 사장이 거부해 교섭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고광석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은 ‘부실경영 책임론’을 들어 ‘정리해고 반대’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금호그룹 박씨 일가의 부실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고 지회장은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이 72.34%로 파업투쟁을 결의했다”며 “이는 어렵더라도 조합원들이 ‘함께 살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부실경영으로 지난해 7월 동반 퇴진했던 박씨 일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며 “그 때문에 노동자 1199명이 해고문자통보를 받고 절망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분회가 금호타이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공장 벽면에 내걸었다.

고 지회장은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1199명을 자르겠다는 것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현석 캐리어 쟁투위 위원장도 “지난해 11월13일 해고문자를 받고 지금까지 4개월 동안 해고자 40명을 이끌고 있다”며 “정리해고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 힘들게 투쟁하고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 위원장은 또 “캐리어가 2006년 373명을 해고하는데 280억 원을 쓰고 지난해에는 280명을 정리하는데 210억 원을 썼다”며 “자본금 570억 원에 불과한 캐리어 500억 원 가까운 돈으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망연자실해했다. 

이 위원장은 “캐리어가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시설투자를 회피하고 태국에서 물량을 가져와 팔고 있다”며 “캐리어가 한국공장을 물류기지·영업기지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가 ‘4·1 지역연대 총파업’을 선언하고 지역 민중진영이 적극 가세하기로 해 ‘노정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광주본부는 정리해고 분쇄를 위해 5월 노동자대회에서 총궐기하고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권 심판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편, 캐리어지회는 이날 광주지방 합동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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