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내용적 실체 인정 못해”
“김재철 사장 내용적 실체 인정 못해”
  • 강성관 기자
  • 승인 2010.03.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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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행석 광주MBC 노조위원장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일방적인 행보에 반발해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사퇴한 후 MBC는 김재철 신임 사장 선임 등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MBC 사태는 ‘내홍’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음모”라는 공분이 비등하면서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방문진 개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김재철 사장은 8일 임기 1년이 남은 광주MBC 사장을 경질하고 정태성 전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지역사와 자회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광주MBC 노조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철학도 없는, 검증되지 않는 낙하산들이 투하하는 것”이라며 “원칙 없이 휘두른 인사 만행을 바로 잡기 위해 투쟁해 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11일 정태성 사장은 광주MBC 노조원들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민의소리>는 12일 오전 윤행석 광주MBC 노조위원장을 만나 사장 선임, 지역사 통폐합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날 정태성 신임 사장이 노조 측에 대화를 제안했고 노조는 긴급회의 등을 통해 향후 투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 사장이 노조 측에 어떤 제안을 할지, 사태 진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윤행석 위원장은 "신임 사장은 방송공영성, 경영목표 등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실현해 가야한다"며 "대화제안을 거부할 생각은 없으며 우리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출근저지투쟁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정태성 사장 선임을 ‘낙하산 인사’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8일 지역사 사장을 선임했는데 이는 지역 구성원들의 동의나 정서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진 인사다. 지역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서울 사람을 내려 보낸 것이다. 특히 경영평가 결과와 지역MBC의 자율 경영 의지를 전연 무시한 인사로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사라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그 동안 광주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만이 있어왔다. 특히 지역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들의 선임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과거와 다른 점이 있나. 출근저지 투쟁까지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 본사가 광주 등 5개 지역사의 100% 대주주다. 그러다 보니 본사가 사장을 선임해 왔다. 이번 인사 과정이 과거와 가장 다른 것은 전임 사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았고 경영평가 결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전임 사장을 경질하고 일방적으로 신임 사장을 선임한 것이다. 과거에는 사장의 경영능력 평가 등을 토대로 연임할지 경질할지를 결정하고 구성원의 의견 등을 물어 신임 사장을 임명해 왔다. 김재철 사장은 인적 쇄신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이다.

올 해부터 경영 환경, 방송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숙달된 운전자를 내려 앉히고, 대신에 초보 운전자가 와서 도로주행을 연습할 시간이 없다. 소모적인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초보운전자(정태성 신임 사장을 가리킴)에 대한 우려감과 불안감이 있다. 사장을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선임했기 때문에 출근 저지 투쟁까지 나선 것이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김 사장을 인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깔려있다. 김 사장이 임명한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우려감도 있다.

▲ 지역사 통폐합이 가시화 될 조짐이다.

이번 인사에서 마산MBC과 진주MBC에 통합 사장을 선임한 것은 도발적이다. 김재철 사장이 마산과 창원MBC 통합을 관철시키고 싶은 것인지, 그냥 여론 떠보기인지 모르겠다. 두 곳이 파업으로 갈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역사 통폐합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는 구성원 의견수렴과 설득하는 것은 지루하고 힘겨운 것이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 통폐합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구성원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쉽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에서는 끝까지 막으려고 할 것이다.

사측은 경영 효율성과 규모화를 이유로 통폐합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MBC가 존재함에 따라 지역문화를 결집시키는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것은 경영 효율성으로는 말 할 수 없다.

▲ 김재철 사장 출근저지 투쟁은 일단 유보됐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재철 사장을 내용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MBC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시각, 안과 밖의 시각에 차이가 존재한다. 말하자면 앞이 보이지 않는 장렬한 산화의 길과 예측 가능한 끈질긴 싸움의 길이 있다. 노조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에 황희만 본부장과 윤혁 본부장의 사퇴를 전제로 한 대화를 제안했고 노조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노조가 전자를 선택했다면 MBC에 공권력이 투입돼 유린되고, 노조 간부들은 경찰에 연행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노조가 이런 상황에 겁을 내거나 두려워한다고 보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피할 노조가 아니다. 다만 그 이후 노조는 기본적으로 구속자 석방과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낙하산 인사 퇴진과 정권의 MBC 장악 시도에 맞서는 투쟁에 우리 힘과 역량을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김재철 사장에 대해 낙하산이라고 규정하면서 ‘물리적 실체’는 인정하고 ‘내용적 실체’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역사 광역화 문제, 피디수첩 진상 조사, 단협 개정 등 문제와 관련해 김 사장이 약속한 물리적 실체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우리가 요구해 왔던 황희만 본부장과 윤혁 본부장을 사퇴시키겠다고 했고, 11일 최종 결정돼 출근저지 투쟁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 출근저지 투쟁은 언제까지 하나.

곧 끝날 가능성도 있다. 신임 사장 측에서 대화를 제안했다. 노조는 대화를 뿌리치거나 대화 자체를 피할 생각은 없다. 사장이 우리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지가 관건이다.

▲ 조건이라면 어떤 것인가.

일방적으로 이뤄진 신임 사장 임명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 이내에 정 사장이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광주MBC 발전을 위한 경영목표, 뉴스와 프로그램의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구성원에 대한 고통 분담을 최소화할 방안, 조직과 인력 운용 방안 등도 제시되고 실현을 약속해야 한다.

우선 의지를 밝히고 일정한 기한 내에 책임 있게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정태성 신임 사장을 개인적으로 부적격자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가 재발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이고 출근저지 투쟁을 하는 것이다.

▲ 11일 광주MBC 노동조합원들이 정태성(사진 왼쪽) 신임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출근저지 투쟁에 정 사장은 12일 노조측에 대화를 제안했다. 정 사장과 노조측이 현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다. /사진=뉴시스 안현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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