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으면 ‘쬐끔’ 행복한 거잖아요
돈 있으면 ‘쬐끔’ 행복한 거잖아요
  • 최유진 기자
  • 승인 2010.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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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종목 교수, 대학 새내기들에게 행복의 의미를 묻다

“누구나 한 달에 몇십 억은 벌잖아요. 몇십 억 아니면 월급 아니잖아요, 그냥 용돈이지” “왜들 이래요. 운전사 없이 차 혼자서 몰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모두 운전사 대동하고 차 가지고 다니시잖아요” “한 달에 몇백만 원 생활비 쓰는 사람, 쬐끔 불행한 거예요”

KBS-2TV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행복전도사’ 코미디언 최효종 씨의 어록 중 하나다. 상위 0.1% 부자들의 삶과 나머지 99.9% 보통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면서 현실을 비꼬는 풍자 개그다.

돈이 없어서 ‘쬐끔’ 불행하다지만, 사실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반어적 표현으로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던지는 일침이다.

▲ 이종목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가 전남대 사범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지난 23일 컨벤션홀에서 ‘행복에 말을 걸다’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유수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종종 강연해 온 이종목 전남대 심리학과교수(66·사진)도 비슷한 생각이다. 이 교수가 ‘행복에 말을 걸다’라는 주제로 지난 23일 전남대학교 컨벤션홀에서 2010학년도 사범대학 신입생을 만났다.

 

교수가 앞자리에 앉은 신입생에게 물었다. “학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쭈뼛거리던 학생이 대답한다. “돈…이요” 그 옆에 앉아있던 학생에게도 똑같은 질문에 대답은 “돈”이었다.

이종목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대학에 들어왔습니까?”라며 “과연 돈이 많이 있으면 행복할까요?”라고 의문을 던지고 나서 강연을 이어갔다.

그가 선보인 자료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P)은 1953년 67달러에서 1998년 1만 8천 달러로 300배나 증가했다. 국가 경쟁력 순위는 현재 31위, 코리아 브랜드(Korea brand)가치는 세계 10위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이 교수는 자문한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아시아 16개국 중 12위(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호주, 뉴질랜드, 인도, 태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타이완 순)이고, 세계 178개국 중에서는 102위다.

이 교수는 “행복을 느끼려면 정신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꼬집어 얘기했다.

말인즉, 인간은 유전적으로 생존을 위해 공격적, 비판적, 이기적인 특성이 있는데, 한국은 ‘남을 이기려’는 특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문화를 이타적으로 바꿔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질적 부’와 ‘행복감’사이의 연관성도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자료 중 국민 소득 1만 달러 이상인 국가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행복감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한 달 평균 1인당 130만 원, 4인 가족이라면 약 500만 원 정도의 수입이면 행복감을 느끼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 ‘물질적 부’와 ‘행복감’사이의 연관성도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크게 차이가 없다. 이 교수는 “재물을 통한 행복감의 지속 기간이 낮다”라며 “물질 말고 다른 방면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경험하는 것, 또 현재 상태나 조건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고 신입생들에게 조언했다.

이 교수는 “재물을 통한 행복감의 지속 기간이 낮은 편이다”라며 “물질 말고 다른 방면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경험하는 것, 또 현재 상태나 조건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웃과 비교하지 마라”고 강조했는데, “남들과의 차이(비교 열등)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끼면 범죄, 자살, 스트레스 등의 문제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Epiktetos)는 “사물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관점 때문에 혼란을 일으킨다”라는 말을 했다. 행복에 빠지고 싶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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