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춘추전국시대]10%팩트에 90%픽션
[공자-춘추전국시대]10%팩트에 90%픽션
  • 김영주
  • 승인 2010.02.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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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춘추전국시대]
※ 제 영화이야기는,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저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접목시켜 펼쳐 보이는 글로서, 수없이 다양한 견해들 중에서 하나일 따름입니다.
 
▲ 영화<공자-춘추전국시대>스틸컷.
영화비용을 아끼려고, 거의 대부분 아침의 조조할인 영화를 찾는다. 어지간히 대중인기가 있지 않는 한, 관객이 5명을 넘지 않는다. 혼자일 때도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20명이 넘어보였다. “웬 일이야?” 쉰 살 넘어 보이는 관객이 반쯤, 마흔 살 아래는 너댓 쯤이고, 서른 살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이 지긋한 관객이 많은 모습은 70시절 이래로 첨 봤다. 한 3년 전쯤부터 나이 좀 들어 보이는 사람이 영화관에 보이기 시작하였지만,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유교정신이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그 끄트머리가 아직은 남아 있구나!”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50495&videoId=26360

예고편에서, 공자를 [삼국지]의 제갈공명 같은 策略家로 그려보였다. 공자가 아무리 禮樂으로 仁政을 강조했다고 하더라도, 극렬한 惡에게는 서릿발 치는 분노로 刑罰과 兵戰을 말하였다. 그러나 覇道를 미워하고 王道를 추구하였으니, 策略을 미워하고 仁義를 추구하였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갖은 책략이 넘쳐나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 했고, 꼼수를 부려 다툼질을 하는 ‘바둑과 장기’를 즐기지 말라 했다. 공자사상의 옳고 그름은 접어두고, 그런 사상을 추구하고 그런 세상을 갈망하는 공자를, 부국강병의 책략가처럼 그려내는 건 잘못이다 싶어서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자사상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뒤틀어 놓지는 않았다.

▲ 영화<공자-춘추전국시대>스틸컷.

공자사상을 짧은 시간 안에 이 만큼이라도 그려내느라 고생했지만, 세 가지가 불만이어서 ‘삶의 숙성’에 학점을 C+밖에 주지 못한다.

* 첫째 : 공자를 책략가로 그려낸 건, 대중재미 때문에 그리 했으리라 이해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 둘째 : 노자를 ‘공자의 스승’으로 말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 좋아하거나 따르는 사람을 높여서 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선지 老莊사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자를 공자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 근거는 사마천의 [사기]에 “공자가 노자에게 禮를 물었다.”는 글귀에서 비롯한다. 잘못이다.
공자는 親親尊尊으로 ‘賢人 서열주의’를 주창하고, 노자는 非親非尊으로 ‘서민 평등주의’를 주창하므로, 그 사상의 방향이 정반대쪽이다. 그래서 2500여 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 수많은 영재들이, 儒家와 道家의 교류를 시도한 적은 있어도 합치진 못하였다. 기본 체질이 전혀 다르니,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라고 말할 수 없다.

* 셋째 : 공자가 마치 ‘인간 평등사상’을 주창했다는 듯이, 이 영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공자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제자에게 가르침을 베풀었지만, 그렇다고 ‘인간 평등사상’을 주창한 건 아니다. 그는 ‘賢人 서열주의’를 주창하여, 君子와 小人을 끊임없이 설파하고, 벼슬이나 사회관계에 따라 그 有別함을 강조하였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三桓(孟孫ㆍ叔孫ㆍ季孫)과 갈등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 영화<공자-춘추전국시대>스틸컷.

스토리는, 10% 팩트에 90% 픽션이다. 그 픽션 스토리의 짜임새가 여기 저기 헐겁고,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는 얼마쯤의 긴박감마저 시들해지면서 대중재미가 뚝 떨어진다. 더구나 예고편의 웅장한 전쟁장면으로 재미를 기대한 관객에겐 많이 싱거웠겠다. 대중재미 C+.

소품이나 의상과 건축이 그 시대의 考證에 상당한 정성을 들였다. 지난 5~10년 사이에, 우리 사극 TV드리마나 영화의 소품이나 의상과 건축이 그 시대의 고증에 거의 관심이 없고, 지나친 화려함으로 덕지덕지 꾸밈새를 주어서, 마치 홍등가 여인들의 싸구려 분단장처럼 눈살 찌푸릴 정도로 치졸해지고 있다.

중국영화에선 [황후화]가 너무나 덕지덕지 치졸했고, [적벽대전]은 그 거꾸로 무성의하게 치졸했다. 이 영화는, 거슬림이 약간 있긴 하지만, 그 정성스러움이 사뭇 돋보였다. 영화기술 B+.
 
공자와 노정공 그리고 맹손씨와 위령공 부인은 상당히 실감나게 그럴 듯해 보였다. 공자, 주윤발. [영웅본색]부터 보아온 그를, 연기력도 그저 그렇다고 보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캐러비언 해적3]에서 강렬한 포스를 지닌 연기력을 보았다.

이 영화에서도 상당히 깊은 표정연기를 보여주어 내공의 숙성이 다가왔다. 위령공 부인의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힘겹고 간절한 장면이 절절했다.( 맑게 또~옥 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더욱 그러했다. ) 나이가 들면서, 얼굴과 품새에 세월 속에 묵힌 숙성이 베어든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은데, 참 좋아 보였다. 
 
▲ 영화<공자-춘추전국시대>스틸컷.

위령공 부인, 주신. 그 고혹적인 표정과 자태가 [퍼햅스 러브]나 [야연]보다 훨씬 깊다. 난 일찌감치 [퍼햅스 러브]에서 그녀의 차갑게 그윽한 눈맵시와 자태에 살결을 베이고 싶었다. 마침내 난 이 영화에서 심장을 베이고 말았다. 공자는 그 매혹을 떨쳐내느라 많이 힘들어했지만, 난 그 매혹을 견디어내느라 더욱 힘들었다.

청록색 터키석 주렴과 장식물은 그녀의 서늘한 情炎을 은근하게 내톺아 주었다. 터키석의 서늘한 청록색이 그토록 어울리는 여인은 아마 없을 게다. [퍼햅스 러브]의 금빛 무대의상보다는 [야연]의 옅은 은백색 비단이 더욱 어울렸고, 이 영화의 청록색 장식물이 그녀의 자태를 더욱 빛내주었다. 번쩍이는 것만으론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재미에 내 개인적으론 더 높은 학점을 주고 싶다. 재미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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