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 회화의 옷을 입다
‘만인보’, 회화의 옷을 입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2.12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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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주비엔날레 고은 연작시 주제 결정
작가 100여명 초청…‘이미지의 일생’ 천착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萬人譜·10,000 Lives)’를 시각예술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만인보’로 결정해서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가까이 문자의 보에 갇혀있던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회화의 옷을 입고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만인보’로 결정해서다.

마시일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만인보의 주제선정과 관련 “올해는 5·18민주화 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5·18 정신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역사성에 비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만인보는 고은 시인의 시집이기도 하지만 만인들의 삶, 특히 시각예술에 등장하는 온갖 이미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되고 순환되며, 훔쳐가고 교환되는 지를 관찰하는 ‘이미지의 일생’에 관한 미학적 담론을 펼쳐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작업하는 작가 100여명의 작품을 초청할 계획이다. 또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도 전시작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예컨대 인물작품에 초첨을 맞춘 다양한 영역의 미디어작품에서 인물에 대한 대체 모형물, 아바타 등 다양한 형식의 재료와 표현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오니 감독은 “대부분의 미술사는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것이거나 신체를 응시하는 시선, 또는 우리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창조된 대상이나 인물들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고대신화로부터 이미지들이 연인의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오니 감독은 이어 “오늘날처럼 아이콘에 대한 숭배의 병이 지속되는 상태나 이미지에 대한 광적 탐닉의 상태를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광의의 문화언어로 탐구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고은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는 1980년대 감옥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 시인이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이미지를 기억하며 써냈던 시다. 1986년 출판된 1권을 시작으로 25년여의 집필기간을 거쳐 올 2월말께 3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총 3,800여 편에 이르는 작품에는 시인이 유년시절부터 일생을 통해 만났던 숱한 인물들이 실명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27권부터 30권까지는 5·18 민중항쟁시기의 역사적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만인보는 ‘시로 쓴 인물사전’ 혹은 ‘민족의 호적부’로 불리며 세계최초로 인물만을 노래한 연작시로도 유명하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등 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광주비엔날레측은 “최근 고은 시인이 지오니 감독을 만난자리에서 ‘만인보의 취지와 광주비엔날레가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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