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스파이더맨] vs [배트맨] [아이언맨]
[셜록 홈즈] [스파이더맨] vs [배트맨] [아이언맨]
  • 김영주
  • 승인 2010.02.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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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영화<셜록홈즈>스틸컷.
[셜록 홈즈]의 원작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변주 작품인 [괴도 루팡] [수사반장] [명탐정 코난] [시티 헌터] 그리고 요즘의 [CSI수사대]로 너무나 친숙하다. 원작의 내용과 영화의 내용이 얼마만큼 같고 얼마만큼 다른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액션이었다. 동작이 이소룡의 절권도처럼 가장 짧은 거리로 예리하게 각도를 잡아서 스냅의 순간 파워로 정확하게 타격한다.

참 어려운 액션인데, 홈즈도 화끈하고 왓슨도 다부지다. 그들에게서 이러한 무술액션을 처음 보았기에, 정말 뜻밖이었다.

이 영화에, 확 빨려 들었다. 그 동안 서양 액션영화에서 척 노리스 · 스티븐 시걸 · 장 클로드 반담이 무술액션을 보여주었지만, 항상 동작이 어색하고 얘들 장난처럼 싱거웠다.

[킬 빌]의 잔혹장면에서 우마 셔먼의 액션은 너무 어설퍼서 오히려 꾸질해 보였다. [블레이드]의 웨슬리 스나입스가 조금 봐 줄만 했지만 아직 비렸다. 그런데 [트랜스 포터] [아드레날린]의 제이슨 스태덤이 보여주는 강렬한 액션과 몸놀림에 깜짝 놀랐다.

새로운 007 다니엘 크리그의 액션도 제법이었고, [13구역]에서 다비드 벨과 라파엘리에게도 많이 놀랐다.
이소룡에게야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이연걸이나 성룡 옹박의 액션에 거의 버금갈 만해 보였다. 이 정도라면 이젠 동양무술 액션에 바짝 다가왔다고 할 수 있겠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8131&videoId=25869


▲ 영화<셜록홈즈>스틸컷.

더구나 이 영화가 대목 대목에 보여주는 독특한 화면 연출이, 두 주인공의 절권도 액션과 엇비슷해 보이면서 함께 어우러지며 절묘한 호흡을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화면 연출법이고 앗싸 참신했고 와우 멋있었다.

이런 액션과 그런 장면마다,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의 재능이 돋보이는 음악이 뒤받쳐 주며 더욱 긴박감 있고 파워풀하게 밀어 올려 주었다. 스토리와 대사의 진행이 빨라서 뒤따라가기 좀 힘든 점이 있긴 하지만, 범죄스릴러의 탐정영화가 가져야 할 속도감과 긴박감으로 이해하였다.

19세기말 영국 런던의 배경화면과 시대의상 그리고 자잘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배려가 섬세하고 정성스러워서, 그 때 그 시절의 그 자리 한 가운데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액션 음악 영상도 좋거니와, 그 때 그 시절의 시대배경이 하도 실감나서, 가이 리치 감독의 캐리어를 살펴보았더니, 1998년부터 무려 8편이나 만들었는데 이제사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 스토리와 대사의 진행을 조금 늦추어서 일반 관객의 호흡을 늦추어주고, 여자 주연과 조연이 좀 더 자극적으로 팜므 파탈해서 분위기를 화악 잡아주었더라면, 대중재미를 얼마든지 A0까지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

▲ 영화<셜록홈즈>스틸컷.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영웅이듯이, 홈즈와 왓슨도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천재이다. 단지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은 21세기의 과학기술이고, 홈즈와 왓슨은 19세기의 과학기술이라는 점이 다를 따름이다.

다섯 모두가, 대도시의 어두운 그늘에서 음습하게 자라나는 위험천만한 범인들을 추적하고 싸운다. 그런데 이 다섯 모두가, 그 대도시의 시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기존의 법질서를 인정하지만, 공공의 경찰조직과 티격태격 갈등하고 엇갈린다. 경찰은 굼뜨고 헛물켜고 똥폼 잡고 부패해 있다.

미국의 범죄액션영화 거의 대부분이, 경찰을 이렇게 떨떠름하게 그려낸다. 그리곤 경찰 안에서 외로운 꼴통을 설정하거나 괴짜 사립탐정을 고용하거나 그도 아니면 어느 외톨이 건맨의 처절한 사투로 해결해 간다. 

외로운 꼴통 · 괴짜 사립탐정 · 외톨이 건맨은 자기 나름의 독특한 천재성을 갖추고 있다. 이 한결 같은 모습이 무얼 뜻할까?

근대 부르주아지가, 개신교 신앙과 상공업의 발달을 터전으로 삼아서, 중세 카톨릭교회와 봉건영주의 속박 그리고 절대왕정의 앙시앙 레짐을 무너뜨리고 일구어낸 ‘인본주의적 자아의식과 시장주의 사회시스템’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다.

200년~300년에 걸친 역사적 갈등과 투쟁 속에서, 억압적이고 부패한 공권력을 불신하며,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며 나타난 시대상의 상징물 중에 하나인 것이다.

이게 19세기에 이르러 부자 공화파와 서민 민주파로 나누어지면서, 그 개성과 자유의 이념을 추구하는 관점이 달라진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부자 영웅'이고, 스파이더맨과 셜록 홈즈는 '서민 영웅'이다.

▲ 영화<셜록홈즈>스틸컷.
그래서 일단 난,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공화파 영화이고, [스파이더맨]과 [셜록 홈즈]는 민주파 영화라고 가름한다.( 제 [배트맨, 다크 나이트]과 [아이언맨] 이야기를 참고 하세요. ) 그 악당들에는, 부자에서 사생아처럼 옆구리로 뒤틀린 악당도 있고, 서민에서 짓눌린 원한와 시샘으로 비딱해진 악당도 있다.

이번 [셜록 홈즈]에서 악당 블랙우드는, 부자에서 옆구리로 뒤틀린 악당이다. 영국 대법원장이 사생아로 낳은 아들이요, 그 개인조직이 근대 부르주아지 상류층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의 일루미너티 모습이다.( 오각별은 일루미너티 조직의 표징물이다. ) 이걸 짜임새 있게 잘 엮어낸 영화이다.

삶의 숙성 A0, 그래서 재미도 상당하지만, Well-made하고, Good하다.

그럼에도 블록버스터 [아바타]에 묻혀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과학 기술이, 겉으론 따로 따로 노는 다른 분야 같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

그걸 가름하고 정리해 보는 안목을 끊임없이 단련하지 않으면, 자기 전문분야의 가지 끝에 매달린 ‘기술자’에 그치고, 그 나무 자체를 키우고 그 숲 전체를 조망하며 가꾸는 ‘통찰적 지혜’는 얻지 못하고 만다.

그 얽히고설킨 미로를 찾아간다는 게 어렵고 어렵지만, 안내자나 안내책자도 잘 보이지 않으니, 그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내 나름으로 찾아보겠다고 찾아보고 있지만, 너무 너무 어렵고 외롭고 힘겹다.

* 제 영화이야기는,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펼쳐보이는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세상살이 이야기'로서, 수없이 다양한 견해들 중에서 하나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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