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다린다.
[전우치]최동훈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다린다.
  • 김영주
  • 승인 2010.01.0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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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 영화<전우치>스틸컷.

[아바타]로는 미국 인디언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전우치]로는 최동훈 감독의 빼어난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나인]으로는 롭 마샬 감독의 화려한 영상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하나 밖에 이야기할 여유가 없기에, [전우치]를 선택했다.

[아바타]는 기대한 바에 못 미치지만 대단하다, 대중재미 A0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 [나인]은 [시카고]보다 대중재미가 없고 작품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의 영상미감은 아직 쟁쟁하다,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

▲ 영화<전우치>스틸컷.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동훈 감독 그리고 배우 백윤식과 염정아에게 놀랬다. 난 염정아 같은 얼굴에 지루함을 느낀다. 더구나 그런 말라깽이에겐 히스테릭한 메마름이 다가오기에 더욱 싫어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녀가 치열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임을 알게 되었다. 외모에서 오는 상투적인 선입견을 불신하기에 지우려고 노력하는데, 그녀에겐 그 선입견에 까맣게 매달려 있었다. 반성했다. 그 뒤로 염정아를 눈여겨보니, 그녀는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여배우였다.

이번 [전우치]에서도 허영끼에다 푼수끼까지 섞인 역할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녀에게 박수를!!!

백윤식, TV드라마에서 조금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렬한 파워를 발산하는 연기력에 깜짝 놀랬다가, 이 영화에서 대단한 저력을 가진 배우임을 절감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그대로 반복되어 지루해지고 있다. 획기적인 변신이 필요하겠다. )

[마더]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단해서 인공적인 조작이 느껴져 부담스러웠듯이, [범죄의 재구성]도 그 재구성이 너무나 단단해서 그러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캐릭터가 호소력 있었고, 구성지고 생동감 있는 말맛이 기막혔고, 화면의 구성과 전개가 탄탄하고 박진감 있었다. 곽경택의 [친구]에서 싸늘한 서릿발이 치는 암흑가의 비장함 그리고 박찬욱의 [올드 보이]에서 밤하늘에 처연하게 울어대는 늑대의 신음소리와는 달리, 박진감 있게 밀어붙이는 강단진 남성미를 치밀하게 재구성해는 솜씨가 수컷의 질긴 근육을 씹는 것 같았다.

[타짜]도 같은 맛이지만, 그 솜씨가 더욱 맵고 시렸다. 게다가 김혜수의 능란한 요부가 요사스레 농염했고, 유해진의 깐죽대는 촐랑이가 오두방정을 떨었다. 처음 만난 김윤석의 쌀벌한 아귀도 긴장을 바짝 당겼다. 최동훈 감독의 솜씨에 저절로 탄성이 일었다.

▲ 영화<전우치>스틸컷.

그런 그가, 이번엔 옛 전래민담 '전우치'를 500년 동안 동양화에 봉인했다가 21세기의 서울로 데려와, 도술과 무술을 펼쳐 보여준단다. 그가 손을 대면, 모든 게 잘 만들어질 것이다. 기대가 절로 땡겨왔다. 
백윤식과 염정아가 살짝 뒤로 빠지고, 강동원과 임수정이 전면에 나섰고, 김윤석과 유해진 그리고 세 도사가 단단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강동원의 눈맵시 자체에 서린 서글픈 우울함을 지우지 못하여 다부진 맛이 없다는 점 그리고 [거북이달린다]에서 다방 레지 선우선이 악귀로 액션을 보여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는 점 말고는, 앞의 두 영화에서 보아왔던 그 모습 그대로 그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잘 소화해 냈다.

그러나 [타짜]만큼 탄성이 절로 나오지는 않았고, [범죄의 재구성]만큼 강단진 박진감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재밌고 무난했다. 이것저것 서운하면서도 장래의 가능성을 기대해 봄직하다. 대중재미 B+.

무엇보다도 ‘생동감 있는 말맛’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게 많이 서운하다. 컴퓨터 그래픽에 많이 정성을 들였고 고생한 줄은 알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서툴고 어설프다.

전우치가 구름타고 내리는 모습이 얼렁뚱땅했고, 천관도사가 거처하는 산봉우리의 전경이 너무 조악했다. 악귀도 十二支神에서 겨우 두 마리뿐이고, 모습이 선명하지도 않고 동작도 너무 빠르다. 돈이 유명배우 몸값에 많이 들어가서 CG에 들어가야 할 돈이 너\무 딸렸나? 앞의 두 작품에서 감독의 치밀함을 미루어 보건대, 감독의 욕심에 비해서 제작비용이 너무 빠듯했던 듯하다. 여기저기 틈새로 제작비용을 아껴 보려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영화기술 B0.( 빠듯한 비용과 우리 CG기술수준을 감안한다면 A0. )

▲ 영화<전우치>스틸컷.

그러나 능력 있는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와는 색다른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빠듯한 돈으로 이만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한다.

그 동안 중국 무술이나 일본 사무라이 냄새가 펄펄 나는 짝퉁 무술과 조금은 달리, 전래민담 ‘전우치’를 서울 한 복판에 끌어들여, 우리 전통적 냄새가 담긴 ‘천방지축 악동’으로 이만한 스토리와 액션을 일구어냈다는 게 반갑다.

그의 작품답지 않게 여기저기 서운한 점이 없진 않지만, 난 그의 능력을 믿기에 그가 새로운 영역을 넓혀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펼쳐나갈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해 본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6005&videoId=2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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