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큰 희망 품고 한국 온 인타소이농입니다. 그러나 고추농사도 망하고, 겨울이면 차가운 외풍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남구청에서 행복의 집을 지어준다는 소식을 듣고 꿈만 같았어요.”
지난달 23일 남구문화원의 주최로 남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이주여성 이야기한마당’에서무대에 오른 인타소이농(태국 ·10년)씨가 낭독한 편지의 일부이다.
이종일 남구문화원 원장은 “2009년 한 해 동안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했던 정책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문화가정의 화합과 정착을 돕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단일민족주의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며 “현실적으로 한국 땅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을 이웃으로 대하고 삶을 나누는 방법을 익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주여성의 편지 낭독, 이주여성 동아리의 사물놀이 공연 및 필리핀·중국 팀의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됐다.
중국의 전통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은 이외(중국·2개월)씨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끝나서 마음이 편하다”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긴장해서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 일본, 몽골, 베트남 출신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다문화이야기공연단(이하 다문화공연단)도 ‘이주여성의 행복한수다’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다문화공연단 장링(중국· 4년)씨는 한국인들에게 부탁하는 점에 대해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맛있다고 자꾸 먹으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먹을 테니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이주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조세화(몽골·3년)씨는 “개를 친구라 생각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다문화공연단은 14명으로 광주대학교에서 매주 월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다문화공연단은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주여성들을 한국아이들의 문화 전달 선생님으로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이날 중국에서 시집온 동서의 공연을 보러온 송만순(47)씨는 “결혼한 지 20일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의사소통이 전혀 안 돼 힘들다”며 “중국에서 멀리 시집와 사는 것이 기특하고 예쁜데 마음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발표된 이주여성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 조사결과 ‘고향이 가장 생각났을 때’는 1위가 명절 때, 2위가 TV에서 고향이 나올 때 로 나타났다.
또 ‘한국에서 겪은 황당한 일’은 1위가 김장 김치 담그는 일, 3위가 집안일을 여자 혼자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