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호랑이 ‘왜’ 사라졌나
한반도 호랑이 ‘왜’ 사라졌나
  • 이경선 기자
  • 승인 2009.12.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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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공식기록에서 자취 감춰…일제 남획이 주원인

▲ 지난 6월 태어나 현재 인공포유중인 새끼벵갈호랑이 아이(암컷), 러브(암컷), 기아(수컷)는 우치동물원 개장 20년 만에 처음으로 인공포유에 성공한 사례이다. 사진은 최종욱 수의사가 직접 찍은 새끼 호랑이 기아의 모습.
60년만의 백호랑이 해라고 떠들썩한데, 정작 호랑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존재, 그것이 우리 호랑이에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호랑이 빠지면 시체잖아요.”

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 ‘호랑이가 궁궐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 전역에 호랑이가 많았다는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진 한국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일종으로 일명 고려호랑이로 불리며, 특히 백두산호랑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수의사에 의하면 호랑이는 고양이 과 동물 중에 ‘고양이 습성을 가장 잘 간직한 대형 고양이’로 ‘단독생활을 하며 민첩하고 빠른 것이 특성’이다. 또 호랑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로 꼽히며, ‘무늬나 눈매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같은 맹수지만 사자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발견된 것은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수컷1마리와 1924년 전남에서 4마리, 강원도에서 2마리가 잡힌 것에 대한 기록이 마지막이고, 그 후의 공식적인 기록에서는 호랑이를 찾아 볼 수 없다.

생태연구가들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호랑이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된 이유를 ‘일제의 맹수 남획’에서 찾는다. 실제로 1915년부터 2년 동안 호랑이 24마리, 표범 136마리, 곰 429마리가 전국에서 잡혔다.

최 수의사는 “예전에는 호랑이가 신령의 존재였지만 인간이 총기를 사용한 이후 멸종 위기에 처했다”며 “전 세계의 호랑이가 금세기 멸종 위기 동물 리스트에 올라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조금의 위험과 불편함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맹수들은 점점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또 “동물들이 살 수 없는 자연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고 한다”며 “이렇게 개발만 하다가는 산에는 온통 등산객만 있고 동·식물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이어 “동물원 관람도 바뀌어야 한다”며 “교육·종 보존·관람까지 3박자가 어우러져야 동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치동물원에서는 벵갈호랑이 4마리, 시베리아 호랑이 3마리, 새끼 벵갈호랑이 3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태어나 현재 인공포유중인 새끼 벵갈호랑이 아이(암컷), 러브(암컷), 기아(수컷)는 우치동물원 개장 20년 만에 처음으로 인공포유에 성공한 사례이다.

최 수의사는 “아이, 러브, 기아가 건강하게 자라 광주의 상징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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