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2’년에 지구를 덮치는 엄청난 대재앙, 인류의 종말?
[2012]‘2012’년에 지구를 덮치는 엄청난 대재앙, 인류의 종말?
  • 김영주
  • 승인 2009.11.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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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영화<2012>스틸컷.
이번엔 ‘종말론’이다. <구약성서>의 시편130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그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시도다”고 하였고, <신약성서>의 에페 1장 7절에,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 풍성한 은혜를 받아서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인류의 종말이 오는 심판의 날에 하느님은 자기를 믿는 사람만을 선택하여 구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대재앙은 종교와 아무 상관없다. 1인당 ‘10억 유로’를 낼 수 있는 부자만이 비밀스레 ‘21세기 노아의 방주’에 승선할 수 있는 녹색카드를 받는다.

돈 없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 그 대재앙에 속수무책으로 하염없이 죽어간다. 이렇게 ‘돈이 구원의 손길’인 상황에서 그나마 ‘보편적인 인간사랑’을 설파하며 헌신적인 인류애를 외치며 앞장서는 영웅은 ‘흑인’이다.

50년 전에 흑인은 짐승처럼 멸시 당하며 천대 받았으나, 지난 해 ‘흑인 대통령’이라는 기적이 나타났다.

이 영화에서는 온 천지가 뒤집어엎어지는 천지개벽 뒤에 새로운 세상을 새로이 예비하는 ‘흑인 구세주’를 말하는 듯하다. 지난 50년 사이에, 천지가 개벽했다할만한 격세지감이다.

이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종말론으로 호들갑을 떠는 모양이다. [수퍼맨]을 보고 나서, 빨간 보자기 목에 매고 하늘을 날겠다고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애의 치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 영화<2012>스틸컷.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라는 게, 어찌하다가 이처럼 유치해졌을까? 이런 걸 보면, 아무리 과학문명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도 ‘숙성된 생각의 힘’을 기르지 못하면 오히려 개나 참새보다도 더 어리석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리산에 가고 싶다는 것과 지리산에 실제 오르는 것이 다르듯이, 종말이 온다고 믿는 것과 종말이 실제로 오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지리산에 실제로 오르더라도, 지리산을 올라가는 이유와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백 걸음 양보해서 설사 종말이 3년 뒤에 온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해하고 대처하고 맞이하는 상황과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어떤 종교처럼, 그걸 그토록 유치하게 협박하며 회개하라고 혹세무민하지 말라!

그런 종말론이든 저런 종말론이든, 어느 한 도시가 박살나는 게 아니라 지구 전체가 온통 갈라지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폭발하고 덮치며 휩쓴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마저 쓰나미 해일로 물에 잠겨버리니, 더 말해 무얼하겠나! 그 압도적인 재앙이 엄청나고 엄청나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백악관 폭파장면과 외계인의 UFO장면 그리고 [투모로우]에서 로스앤젤로스를 완전 작살내버린 토네이도 폭풍 장면과 자유여신상을 덮치고 뉴욕을 뒤덮어버리는 해일장면을 다시 혼합하여 그 10배 100배로 확대한 대재앙을 보여준다.

▲ 영화<2012>스틸컷.

도시를 탈출하는 장면 · 엘로스톤 공원의 화산폭발을 탈출하는 장면 · 쓰나미로 온 세상을 휩쓸어버리는 장면 · 그 쓰나미가 마침내 에베레스트산을 넘쳐들며 ‘21세기 노아의 방주’를 덮치는 장면, 참으로 엄청나고 대단하다.

종말론을 믿든지 말든지,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거대한 재앙의 장면은 그야말로 ‘엄청난 구경거리’이다. 두 번 보았다.

어디까지가 컴퓨터그래픽이고 어떤 게 화면조작인지를, 가려낼 심산으로 눈에 힘을 잔뜩 실어서 화면을 내쏘아 보았지만, 무너지는 빌딩 내부와 ‘21세기 노아의 방주’의 몸체 말고는 그걸 가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실감나게 잘 만들었다.

[쥬라기 공원]과 [트랜스 포머]처럼 컴퓨터그래픽의 신기원을 이루어낸 것 같다. 스토리는 뻔하다. 미국의 보수적인 영화 대부분에 담겨있는 핵가족주의와 영웅주의이다. 그러나 [트랜스 포머]처럼 유치하진 않다. 짜임새가 단단하고 긴박감 있다. 울컥 눈물까지 쏟아지려 한다.

그렇다고 [배트맨, 다크 나이트]처럼 절묘한 맛이나 [터미네이터]처럼 강렬한 맛이 있는 건 아니다. 그 엄청난 장면과 강렬한 음향을,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만나시라! 대중재미 A+ · 영화기술 A+ · 삶의 숙성 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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