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한 기후변화…가뭄 안전지대는 없다
들쑥날쑥한 기후변화…가뭄 안전지대는 없다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1.06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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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물 부족 사태, 관리가 최선이다
①심상치 않은 물 부족 사태

올해 봄 태백은 3개월 동안 물재해 비상사태   
“天災 아닌 관리부실·투자부족이 낳은 人災”

‘물 쓰듯 한다’는 말은 이제 옛 말이다. 언제까지 풍족할 줄 알았던 물은 이제 아끼고 관리해야 할 ‘수(水)자원’이 됐다. 반복되는 가뭄 사태에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지자체와 시민들이 적극적인 물 관리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때다.

<시민의소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후원하고 희망제작소 산하 재난관리연구소의 기획으로, 전국 14개 지역신문들과 함께 ‘물 부족,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갖고 공동기획취재를 진행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 있은 국내·외 연수를 중심으로 지역의 물 부족 사태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 2008년 이후 광주·전남지역의 강수량이 평년의 50%수준을 훨씬 밑돌면서 광역상수원인 주암댐을 비롯해 지역 내 대부분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사진은 올해 2월 2/3가량 말라붙은 서구 쌍촌동의 운천저수지. /시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유난했던 가뭄은 극심한 물 부족 우려를 낳았다. 광주전남 지역 내 1,040여 개의 저수지 저수율이 최근 30년간 평균치인 평년 평균 83.2%에 크게 못 미치는 50%대 이하에 그친 것.

광주광역시의 식수원인 주암호 역시 지난해 대비 25% 선에 그쳐 시간제 또는 격일 급수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경보음이 울렸다.

광주시 관계자는 “올 봄 광주의 상수도원인 주암댐 저수율이 35%로 곤두박을 치면서 먹을 수 있는 물의 양이 4개월 치에 불과했다”며 “저수율이 15%이하로 떨어졌다면 제한 급수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전남도의 경우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봄 가뭄이 한창일 때 18개 시·군 258개 마을 3만2천여 명의 주민들이 식수난에 허덕였다. 이에 따라 섬 지역은 급수선이나 행정선으로 보름마다 15~30톤씩 물을 실어 나르고 제한 급수, 격일제 급수를 실시했다.

전남도는 긴급히 관정개발비를 편성해 물이 나올 만한 곳이면 어디든 샘을 뚫었고 수질 악화를 우려해 매분기에 한 번씩 하던 수질검사도 매달 한 번씩 실시했다.

다행히 이 무렵 두세 번의 단비가 내려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언제고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경험했던 한해였다.

가뭄 악몽 겪은 태백시민들

이야기를 잠시 강원도 태백으로 옮겨보자. 해발 600~900m에 위치한 고원지대 태백은 지난해 9월부터 극심한 물 가뭄을 겪으면서 한 차례 수난을 겪었던 곳이다. 연평균기온 19도를 유지하며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던 스포츠특구 휴양도시가 물 부족사태로 지옥을 경험한 것.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내린 비는 예년의 30% 수준인 108.3mm. 5만2천여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양이었다.

▲ 태백시 문곡면 소도동 소록골 주민들이 취재진에게 당시 겪었던 물 가뭄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태백시는 올해 1월 6일부터 본격적인 제한급수에 들어가 하루 3만 톤을 공급하던 물의 양을 9천여 톤으로 줄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가뭄에 같은 달 15일 물재해 초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급수에 돌입했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설거지 할 물이 없어 타 지역 친척·지인 집으로 피난 가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병원과 학교급식에도 당장 영향이 미쳐 장염, 아토피가 번지며 시민보건에도 비상이 걸렸다.

태백시장은 급기야 전국 각지에 ‘생명수를 달라’는 호소문을 타전했고 전국에서 쇄도한 페트병 생수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당시 전국 지자체, 기업, 개인 등이 300만병의 물병을 무상 지원했으며 시민들은 생명수를 지원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물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말자며 1만5천여 병의 물병으로 만든 대형 조형물을 세웠다.

태백시 철암동 피내골 경로당에서 만난 한방운(90) 할머니는 “구십 평생 올봄과 같은 물난리는 처음 겪어봤다”면서 “전국에서 물을 보내주지 않았으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태백의 가뭄사태는 단순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용수확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부터 상수도 누수율이 48.6%에 달했으나 적절한 노후관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불평까지 가뭄사태로 물 관리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 고지대에 위치해 더욱 가뭄 피해가 심각했던 태백시 상장동 청솔아파트 앞에 세워진 13m 높이의 대형 상징 조형물.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1만5천병의 생수 페트병으로 만든 조형물은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극심한 물재해로 고통을 겪었던 주민들에게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함억철 태백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상수도 노후관을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관정수를 개발하고 중장기적인 용수확보를 위해 수자원공사가 댐과 저수지에 대한 메뉴얼을 새로 재정비했다면 가뭄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물 절약 외에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만큼 국가와 지자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역시 태백 가뭄사태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지난해 9월 이후 광동댐의 유입량이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공급량을 20% 늘리는 등 용수 관리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인근 리조트에 용수 판매계획을 수립할 정도로 안이했다”며 “태백권 제한급수는 가뭄 탓이 아닌 관리부실과 투자 부족이 낳은 인재”라고 진단했다.

태백의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올해 또 다시 지난해와 같은 가을 가뭄이 반복된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언제까지 하늘만 원망하며 관망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 관리주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방비, 발생하는 비용의 합리적인 배분과 분담 방법, 물 문제로 발생하는 갈등해결 방법 등에 대해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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