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구엽초 먹고 자라는 신비의 약용동물
삼지구엽초 먹고 자라는 신비의 약용동물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9.10.16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⑩약산 흑염소

▲ 약산은 조선시대 궁중에 약재를 공급했던 곳으로 조약도(助藥島)라고도 불린다. ‘음양곽’이라 불리는 정력 강장제 삼지구엽초를 비롯해 130여 가지 야생약초를 먹고 자라는 약산 흑염소는 식용가축이라기보다 약용식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흑염소는 한우와 더불어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 토종 가축 중 하나이다. 축산 전문가들은 약 2000년 전인 삼한 시대부터 야생 흑염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하고 있다. 야생 흑염소 즉, 산양은 천연 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돼 있다. 세계에서 5종만 남아있는 희귀종이다. 현재에는 비무장 지대에서 30~4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생 흑염소가 가축화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이며 조선 초기 문헌이나 의학 서적에 약용 동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예전엔 도시 외곽만 나가도 산비탈을 유유히 걸어 다니면서 풀을 뜯어먹는 흑염소 떼를 볼 수 있었다. 체구도 작고 사육도 쉬워 농가에서는 소규모로 노는 땅이나 야산에다 풀어 놓고 키웠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육규모가 대형화 되고 전문적인 농장과 식당도 생겼다. 최근에는 중탕한 후 가공되어 팩에 담겨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와 같이 되새김질 동물인 흑염소는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즐겨 먹으며 일반적으로 가을부터 새끼를 가져 풀이 돋아나는 봄에 분만을 한다. 성장이 굉장히 빠른 편이라 4~5개월이면 어미의 70%까지 자란다. 건조한 지역이나 경사진 곳을 좋아하며 온순하여 관리가 용이하나 결벽적인 성격이라 이물질이나 오물이 섞인 사료는 절대 먹지 않으며 습기를 싫어하며 비나 이슬에 젖은 풀도 먹지 않는다. 

흑염소는 지방 축적률이 높아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고기가 연하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맛이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소화가 잘되고 각종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훌륭한 영양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 약산 흑염소.

그러나 검은색의 염소라고 해서 모두 토종 흑염소인 것은 아니다. 염소의 흑색종은 ‘약용염소’와 ‘육용염소’로 구분한다. 약용염소를 ‘토종흑염소’라 하고 육용염소를 ‘흑염소’라 한다. 일반 흑염소는 1960년대 이후 ‘면양’과 ‘유산양’이 수입되어 국내산 토종염소와 교잡되어서 잡종화가 이뤄졌고 1990년대에 수입이 완전 개방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에서 많은 물량이 수입되어 개량품종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토종흑염소가 신비한 약용동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산과 들로 다니면서 사람들이 직접 먹어 에너지화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귀한 산약초를 섭취하고 들판이나 강, 논둑에서 계절별로 자라는 풀, 나뭇잎, 줄기, 열매, 뿌리까지 골고루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흑염소 일 번지 완도 약산

완도 약산은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뿌리내린 토종흑염소의 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약산은 사방이 다른 섬으로 둘러 싸여 기후가 온화하고 거센 풍랑이나 태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천혜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산 전체에 자생하는 각양각색의 약초를 먹고 자란 약산 흑염소는 전라남도 지정 품목 61호로 선정된 특산품이다. 약산 흑염소는 ‘음양곽’이라 불리는 정력 강장제인 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라 다른 곳의 흑염소와 구별된 효능이 인정돼 조선시대에는 궁중에 진상품으로 올려졌다. 특히 약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삼지구엽초는 세 가지에 아홉 잎사귀가 달린 신비의 약초로 북쪽에는 묘향산 남쪽에는 약산면 조약도 삼지구엽초가 가장 질 좋은 것으로 고문헌에 나와 있다. 서울이나 광주 등 대도시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상당 수 건강원과 음식점들이 흑염소 판매 광고를 하면서 약산 이라는 간판을 붙이는 이유는 바로 이 명성 때문이다. 약산 흑염소의 가장 큰 장점은  각종약초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장용산’과 ‘삼문산’ 등에 사실상 야생 상태로 방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130여 약초 지천에 널려 있는 약산 천혜의 서식지 

각종 조사에 따르면 약산에는 무려 130가지 약초가 자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출, 우슬, 갈근 등 이름만 들어도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약초들이 바로 흑염소의 주식이다. 집단으로 사육되며 여물이나 사료를 먹고 자라는 타 지역 흑염소와는 애초부터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야생 상태에 놓여있는 약산흑염소는 다른 지역 흑염소와 확실히 구분되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흑염소 혓바닥이 까만색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흑염소의 무릎에 털이 없다는 점이다. 혓바닥 끝이 까만 것은 산속의 약초를 오랫동안 섭취한 까닭에 나타난 현상이며 무릎에 털이 없는 것은 험준한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생활하다 보니 무릎부분이 닳은 까닭이다. 수백 년 동안 혈통의 우수성을 유지해 왔다는 점도 약산 흑염소가 가진  장점이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약산 흑염소에 대한 지역민들의 엄청난 자부심은 타 지역 흑염소 반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 흑염소 수육.
약산 흑염소 영농조합 임덕길(59) 대표이사는 “방목 사육되는 약산흑염소와 축사에서 인공사료를 먹고 사육되는 흑염소를 비교해 보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약산흑염소는 체구가 작고 바위산을 온통 헤집고 다니기 때문에 발톱이 뭉뚝하며 130여 가지 약초를 먹고 자리가 때문에 육질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이사는 “일부지역 흑염소 전문점에서 이곳 약산영농조합으로부터 흑염소를 제공받아 사육하는 것처럼 사진까지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곳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며 앞으로 약산흑염소 명성을 소중히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설자리 잃어가는 토종 흑염소

약산 등 일부 주민들이 흑염소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수혈통을 지닌 ‘토종흑염소’의 보존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젖양과 흑염소를 교배시킨 ‘무국적 흑염소’가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산 등에서 방목되고 있는 흑염소의 몸무게는 평균 20kg에 불과하다. 이는 험준한 바위산에서 생활하다보니 살이 찔 수 있는 여유가 없을뿐더러 험준한 산악 생활여건으로 번식력 또한 상당히 떨어지는 까닭이다. 반면 교배종 흑염소의 경우 최고 70~80kg에 달해 고기값만으론 ‘방목흑염소’와 비교가 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인공교배 과정을 거치고 끊임없이 사람의 손길을 받고 있는 교배종들이 번식에 있어서도 방목흑염소를 앞서는 것으로 당연한 이치다.

교배종 흑염소 증가와 가짜 약산 판쳐 설자리 줄어

이와 관련해 전북 남원에 소재한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최순호 연구원은 “재래종 흑염소는 발육이 느리고 개량종보다 두당 10~12만원이 비싸기 때문에 농가에서 키우기를 꺼려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료비, 축사 신설비용 등을 지원하고 토종흑염소 단지를 지정, 토종흑염소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